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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왜 하는가

by 소소



대담무쌍

괴테 서동시집


인간이 건강하자면

어디서든 무엇이 중요한가?

누구든 마무리되어

음이 된 소리 즐겨 듣는다


죄다 치우라! 뭐든 달려가는 길에 거슬리는 건!

침울한 매진이라면 부디 그만!

노래하기 전에, 노래 그치기 전에

우선 시인이 살아야 한다.


삶의 쇳소리 제아무리

영혼을 뒤흔들며 진동시켜도!

가슴의 두근거림 느끼면 시인은

스스로와 화해되리











글을 쓰기 시작한 뒤로, 쓰지 않으면 불안하고 안절부절못했다. 괴테가 말한 '가슴의 두근거림' 때문이었을까? 스스로 화해하려면, 어쩌면 그 떨림에 귀를 기울여야 했는지도 모른다.하지만 그 떨림은 단순한 감정의 진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결여된 사랑이 남긴 공백이었고, 나는 그 빈자리를 따라 문장을 써 내려가고 싶었던 것이다.


당신은 글을 쓰기 시작한다. 작가가 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랑에 결여된 그 사랑을 침묵 속에서 다시 만나기 위해서이다. 날것 그대로의 모습과 드러난 상처, 그리고 순수함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빈자리/크리스티앙 보뱅



내 안에 아직 울림이 있다는 건,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다. 내가 계속 쓰고 싶었던 이유는 누구에게도 닿지 못했던 사랑을 언어로라도 되살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말하지 못한 사랑, 받지 못한 사랑, 끝내 닿지 못한 사랑. 그 모든 결핍이 문장의 시작점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문장은 나를 위로하고 어느 누구도 사랑해 줄 수 없는 트라우마들마저 어루만지게 했다.


영감은 창작의 실마리가 아니라 매듭이다.
고민하고 애쓰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창작자의 작업실로 찾아와 한 세계를 완성하게 하는 것이 영감이다. 창작자의 고민과 수고의 산물이 흙의 형상이 있어야 신은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영감에 의지해서 자동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작가의 지난한 수고의 과정 속으로 영감이, 은총처럼 임한다.
고요한 읽기 /이승우


글은 영감이 찾아와야 쓰는 것이 아니다. 영감은 오지 않는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는 오지 않는다. 하지만 내 영혼의 떨림, 그 실마리를 끝까지 따라갈 때 영감은 조용히 다가온다. 영감은 시작이 아니라 도착점이다. 창작의 은총은 수고와 침묵, 그리고 내면의 진실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글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영혼의 떨림이 스며든 문장, 그때야말로 진짜 창작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그림출처 : @march-bomv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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