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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Mar 15. 2018

잘 사고 잘 파는 사람들의 비결


물건을 사고 팔고, 서비스를 사고 판다. 사는 사람은 돈을 내고, 파는 사람은 돈을 번다. 스마트폰이 필요한 사람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게 애플과 삼성이고, 멋진 헤어스타일을 원하는 손님에게 완벽한 헤어컷을 제공하는 게 미용실이다. 다이어트, 몸매 가꾸기에 필요한 기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헬스장이고 요가센터다. 빨리 먹고 일하러 가야 되는 직장인들의 점심을 책임지는 게 김밥천국이다. 사람들과 대화할 곳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간과 마실 거리를 제공하는 게 카페다. 나보다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뉴스를 제공하는 게 신문사, 방송사다. 파는 사람은 돈 쓸 사람을 찾고, 사는 사람은 돈 쓸 대상을 찾는다. 그렇게 심플하다.


이렇게 심플한 걸 왜 우리는 그토록 어려워 하는 걸까? 파는 사람은 살 사람이 없다고 징징대고, 살 사람은 살 게 없다고 징징댄다. 그러나 누군가가 징징대는 사이, 반대편 다른 누군가는 정확히 팔아야 할 곳을 찾고 정확히 사야 할 대상을 찾는다. 파는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을 누가 살 지 알고, 사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누가 팔 지 아는 것이다.


제대로 팔 줄 아는 사람은 물건부터 선뜻 내놓지 않는다. 물건을 사러 온 사람부터 정직하게 살핀다. 그 사람이 입은 옷, 외모에서 풍겨온 이미지에서 기본적인 정보를 얻는다. 물건을 만지고 바라보는 손님의 태도를 보며, 먼저 다가갈지, 아니면 물어올 때까지 기다릴지 결정한다. 그렇게 대화의 물꼬를 트면, 손님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살핀다. 이런 저런 질문을 해 가며, 손님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알아간다. 이때까지도 내 물건은 절대 선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손님이 뭘 원하는지를 아는 것이지, 내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파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손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면, 이제 물건을 꺼낼 시간이다. 만약 내가 가진 것 중에 손님이 원하는 것이 없다면? 그것을 얻을 수 있는 다른 가게를 소개해준다. 손님은 그렇게 떠나가고, 나는 돈을 하나도 벌지 못했다. 허탕쳤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나는 그 손님에게 서비스를 판 것이다.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게 돕는 서비스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서비스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돌아온다. 다음에 뭔가를 사고 싶은데 어디서 사야 할 지 모를 때, 그 손님은 이곳을 또 방문할 것이니 말이다.


제대로 사는 사람은 가게부터 먼저 들르지 않는다.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세심하게 살피고 정리한다. 그리고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반드시 매장을 가야만 하는 건지, 아니면 인터넷으로도 구매가 가능한지 살핀다. 만약 매장을 가야한다면, 갈 매장의 구색과 가격대를 먼저 확인하고 간다. 지도로 가야할 곳을 먼저 정해놓고, 집을 나서는 순간 정해놓은 목적지를 향해 바삐 몸을 움직인다. 가게에 들어선다. 입구에 서 있는 할인 배너, 과하게 나를 맞이하는 점원의 인사가 내 판단력을 홀리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만 얻어가면 되기에, 원하지 않는 것에 시간, 에너지 낭비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매장에 들어선 지 단 10분 만에 나는 물건을 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온다. 


제대로 사고 파는 사람들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 내가 가진 것을 팔고,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산다. 가지지 않은 것을 팔려고 하니까 팔리지 않는 것이고, 무엇을 살지도 모르면서 지갑부터 꺼내려고 하니까 살 게 없는 것이다. 전부 '욕심' 때문이다. 하나라도 더 팔려고 하는 욕심, 하나라도 더 사려고 하는 욕심 때문이다. 팔지 않아도 되는 걸 굳이 팔려고 들고, 사지 않아도 되는 걸 굳이 살려고 드는 그 욕심 때문이다. 


욕심의 눈을 걷어내면, 돈이 아니라 사람이 보인다. 파는 사람이 욕심을 내려놓으면, 내 앞에 온 손님이 눈에 보인다. 손님이 진정 뭘 원하는지 알고 싶어지고, 물건을 팔기 위함이 아니라 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사는 사람이 욕심을 내려놓으면, 나 자신이 보인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었는지 알게 된다. 


제대로 사고 파는 사람들의 비결은,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하나라도 더 사고 팔려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부릴 수 있는 욕심은 다 부리는 것'이다. 욕심을 가진 자는 이미 욕심을 가졌으니 돈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욕심을 내려놓은 자는 채울 공간이 많아 그곳에 돈과 사람을 쥐어준다. 자, 무엇을 채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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