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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UNIQUE Jun 07. 2017

생각이 나서

사당에 왔다




막걸리 한 병을 홀로 비우고 술 기운을 빌려 글을 써 놓고 잠든 밤, 친구의 알람 덕에 새벽 6시에 잠이 깨었다. 평소 아침형 인간과는 거리가 먼 나였기에 아직도 시차 적응 중인가... 하는 의구심을 가진 것도 잠시, 일어난 김에 아침에 요가를 하는 친구를 따라 사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옮겼다. 요가 지도자 과정까지 밟은 친구가 다니는 요가원이기에 당연히 좋은 시설과 수업을 들으리라 부푼 기대감을 안고서. 대학교 때 친구네 집에 갈 때 한 번 와 본 것이 다인 사당에는 생각지 않은 아기자기함이 여기저기 많이 묻어나 있는 동네였다. 요가를 끝내고, 다음 수업을 연달아 듣는 친구를 기다리며 오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커피숍 '생각이 나서'에 들렀다.







외국에 살아서 그런지, 예쁜 우리말로 지어진 간판이나 브랜드를 보면 나도 모르게 눈길과 발걸음이 동시에 향하게 된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옛스러운 글씨체와 모던한 외관이 대치(juxstaposition)되어 있는 이 카페의 외관 첫인상이었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양해를 구한 후, 음료를 시키기도 전에 카페 안 모습을 카메라로 담고, 어느 정도 만족이 된 이후에야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카페 곳곳에 묻어나는 주인장의 취향은 한 마디로 '딱 내 스타일'이라 생각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책장 한 켠에 켭켭이 놓여있는 책들이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들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더글라스 케네디, 기욤 뮈소, 신경숙 등 한국에 있었을 때는 물론이고 내가 밴쿠버까지 가지고 가야만 했던 책들이 여러 권 눈에 띄었다. 소설책들의 왼편으로는 왠지 모르게 2013, 2014년의 상업적 패션 잡지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는데, 혹시 이 카페가 그 때 즈음 생긴 것이라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기도 했다.







내가 들어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한적하던 곳이 점심 시간이 되어서인지 어느 샌가 모든 테이블이 손님들로 꽉 차 북적거리기도 했다. 무료 와이파이로 인스타그램을 뒤적거리다 보니 여느 덧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두 번째 요가 수업을 끝내고 온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서는 발걸음은 어딘지 모를 아쉬움을 남겼다. 평소 프랜차이즈를 싫어하는 나에게 주인만의 애정과 개성이 넘치는, 센스와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와 브랜딩이 멋지게 어우러지는 이 곳에 다시 한 번 커피를 마시러 오게 되리라는 강한 예감이 드는 것도, 이런 연유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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