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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Nov 28. 2016

It's New World
ICT와 2016 리우올림픽

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2016년 9월 발행) 

더위를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올림픽의 열기가 더 뜨거웠기 때문입니다. 광복절 오전 우사인 볼트의 ‘경이로운 10초’를 보고 있자니, 열대야로 설쳤던 간밤의 스트레스가 잠시 사그라지더군요. 올림픽과 같은 국제적인 스포츠 대회는 사실 ICT 신기술의 경연장이기도 합니다. 우사인 볼트의 기록을 측정하고, 그의 발동작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기술 덕분에 우리는 안방에서도 올림픽 정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올림픽 같은 국제적인 스포츠 대회는 한 나라의 인지도를 향상하면서 다양한 산업에 파급 효과를 냅니다. 개최국의 관광산업은 물론이고 스포츠산업과 ICT 산업에서도 도약의 기틀을 마련합니다. ICT와 스포츠라니 언뜻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사실은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찰나의 순간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각종 기록 측정, 더욱 생생한 현장화면을 전 세계로 송출하는 중계방송, 국가의 자존심과 함께 달리는 선수의 체력이나 기량을 높이기 위한 각종 훈련과 연구 등에서 ICT와 스포츠가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산업의 기술혁신과 관련된 시장의 규모가 약 45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하네요. 이 시장은 올림픽 전후로 급격하게 성장합니다. 그간의 기술을 테스트해볼 기회로 전 세계인의 눈과 귀가 집중된 올림픽만한 무대가 없으니까요.


남미 대륙에서 최초로 열린 2016 리우올림픽은 역대 최대인 206개국이 참가하고 사상 최초로 난민 대표팀이 출전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의미가 남다른 올림픽이었습니다. 특히 리우올림픽은 ICT를 활용한 스마트한 올림픽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중 빅데이터와 VR(가상현실)의 활약이 눈에 띕니다. 지난 20일 화려하게 폐막한 2016 리우올림픽. 트랙 뒤에서 진짜 경기를 보여준 ICT를 소개합니다.



스포츠는 역시 데이터지

빅데이터는 독감을 예측하고 숨은 맛집을 찾아내며 올림픽에선 금메달수를 예상합니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 그레이스 노트(Gracenote)는 리우올림픽 한국 대표 선수들의 메달 수를 25개로 예상했습니다. 금메달 10개, 은메달 5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9위를 할 거라는 꽤 구체적인 예상인데요, 이 회사는 최근 4년간 전 세계 올림픽출전자격 시합 결과를 분석했다고 합니다. 폐막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 한국의 상황은 그레이스 노트의 분석대로 흘러가고 있는 듯합니다. 이미 경기를 마친 선수의 예상도 볼까요? 마이클 펠프스가 다섯 개의 금메달과 한 개의 동메달을 획득할 거라고 했는데, 펠프스 선수의 최종 성적은 금메달 다섯 개와 은메달 하나. 오, 잘 맞췄네요.

빅데이터란 말이 생겨나기도 전에, 데이터 분석은 이미 스포츠와 오랜 짝꿍이었습니다. 그레이스 노트의 예처럼 승점을 예측해 도박하기도 했고, 리크루터의 스카우트 자료로도 데이터가 활용됐습니다. 선수들의 훈련에도 데이터는 유용합니다.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독일이 빅데이터의 도움을 받은 맞춤식 훈련으로 우승을 거머쥔 사례는 그들의 우승만큼이나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도 빅데이터로 훈련법을 거친 선수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지역스포츠과학센터를 따로 운영하며 국가대표와 유망주에게 스포츠과학 분야의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스포츠는 데이터를 배신하기도 합니다. ‘각본 없는 드라마’ ‘연출없는 감동’이란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니니까요. 데이터적으론 불가능했던 싱가포르 조셉 스쿨링 선수가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를 꺾었고, 테니스 황제 나달은 랭킹 100위 밑에 있던 델 포트로 선수에게 제압당한 것처럼요. 하지만 데이터는 이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좀더 확실해지기 위해 인공지능이란 선수와 손을 잡았습니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변수와 조건을 종합적으로 데이터에 반영해 결과를 예측하고, 훈련 방법을 제안합니다. 이를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 한국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LG전자 센서 연구소와 카이스트, 한국체대 공동연구진과 함께 스키 종목에 인공지능 코치를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가대표 선수 및 코치들의 머리와 어깨, 허리, 발바닥 등에 IMU(Inertial Measurement Unit) 센서를 장착해 정확한 속도와 방향, 중력의 값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데이터해 맞춤형 코칭을 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이 기술은 원래 항공기나 로봇 제작에 사용됐던 것이라고 합니다.


VR로 생생하고 다채롭게

올해는 VR 원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VR 상용 제품이 쏟아졌습니다. 올림픽에서도 VR은 대세였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삼성전자는 180도 촬영이 가능한 VR 카메라 두 대를 개막식장에 설치하고 풀샷과 클로즈샷을 번갈아가며 생중계했습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앱과 VR 헤드셋만 있으면 리우의 뜨거운 현장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느낄 수 있었죠. 장비가 없어도 VR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유튜브 360’, ‘페이스북 360’ 등 웹에서 VR 헤드셋 없이 간단한 VR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했습니다. VR은 선수와 관객이라는 경계를 깨고 극적인 순간 선수의 눈과 심장을 가져볼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스포츠 중계는 VR 시장에서 핵심 콘텐츠로 꼽힙니다. 평평한 브라운관과 달리 자신이 원하는 각도에서 스포츠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그 매력, 그리고 VR 특유의 현장감과 몰입감은 대중에게 크게 어필할 만합니다. 


VR은 경기장 밖 관중들뿐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입니다. 미국 미식축구 리그, NFL 팀은 ‘스트라이버 랩스’라는 VR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은 경기장 가까이 설치된 360도 카메라를 통해 경기 장면을 캡처하고 VR 헤드셋으로 이를 재생한다고 합니다. 프로미식축구 선수들이 언제 어디서나 이처럼 몰입된 환경에서 경기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필드에 나가지 않아도 집중적인 훈련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도둑 잡는 ICT

리우올림픽이 열리기 전, ‘브라질 치안’ 영상이 화제가 됐습니다. 브라질에서 강도를 당하는 관광객을 촬영한 것으로, 브라질에선 언제 어디서나 휴대전화와 가방을 조심해야 한다는 일침을 날렸습니다. 올림픽을 통해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할 브라질은 ICT로 특단의 조처를 내렸습니다. 브라질 법무부는 올림픽 기간 WAMI(Wide Area Motion Imagery)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미국의 군사 감시 기술을 보유한 로고스(Logos)의 WAMI 기구인 시메라(Simera)가 리우 올림픽 상공에 상주하며 상공 500m 정도에서 13대의 초정밀 카메라로 95~113㎢에 달하는 시 단위의 범위를 감시했습니다. 로고스는 군사용 센서와 빅데이터 분석전문 업체로, 수상한 움직임과 행동 패턴 등을 분석하는 기능을 시메라에 탑재했습니다. 관리자가 지정해놓은 영역에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면 자동으로 경보를 해주는 시스템이죠.


이제 평창 ICT 올림픽으로!

2016 리우올림픽이 빅데이터와 VR의 격전지였다면, 평창은 5G 서비스의 전장이 될 전망입니다. 기존 LTE보다 33배 빠른 이 5G는 세계 곳곳에서 더욱 생생하게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전하는 데 사용됩니다. KT는 평창올림픽에서 선보일 세계 최초 5G 서비스를 공개했습니다. 선수 관점 영상 실시간 스트리밍, 경기장 3D 맵, 360도 다시점 스트리밍 등 옴니뷰 서비스 5G 버스 내 좌석별 라이브 VR 홀로그램 서비스 등이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네요. 리우올림픽의 슬로건은 ‘새로운 세상(New World)’입니다. 앞으로의 올림픽은 ICT를 통해 기록은 물론, 대회운영, 관람 등 모든 면에서 새로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P.S. 평창올림픽 2년 뒤, 이웃 나라 일본에서 도쿄올림픽이 열리는데요. 올림픽 기간 도쿄에 간다면 무인 택시를 만나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모바일 게임 회사로 유명한 DeNA와 로봇 기술 업체인 ZMP가 손을 잡고 무인택시인 로봇택시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2020 도쿄올림픽이 상용 목표 시점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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