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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열 Apr 09. 2018

전주 한옥마을로 봄 나들이를 떠나다


지나고 나면 아쉽고 했던 봄날의 정취를 즐기고 싶어 이른 아침 전주 한옥마을로 떠났다.


브라운 톤의 격자 창호와 대문의 처마, 황토빛 돌담 그리고 넓다란 연두빛이 스며드는 마당이 봄날과 조화를 이루는 '집이란 이런것이야' 라고 귓가의 속삭임이 느껴진다.


어린시절 이집처럼 단아한 한옥집은 아닐지라도 마당을 벗삼은 허술한 단층집에 대한 애틋한 추억이 있기 때문일까 어머니의 품속에 안긴듯 몸도 마음도 편안한게 고향집처럼 느껴진다.


자연을 거스리지 않은 집이기에 이토록 편안한것일까? 마루에 걸터앉아 봄날의 햇살을 누리는 맛은 참으로 달콤하다.



우연히 마주친

집앞의 목련 한 그루에도

맺힌 순백의 꽃송이들의

우아함에 취하여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양희은의 하얀목련을 수없이

흥얼거리곤 하였건만...


어둠이 내리고

조명 불빛 사이로 목련이

세상을 휘감은 풍경은

감동 그 자체다.



봄날에 피어난 목련의 눈부신 꽃 망울에 눈이 가기도 전에 나무아래 젊은 처자의 우아한 한복에 눈길을 빼앗겼다.



한복의 변신은 아름답다


촌스럽고 번거로운 옷으로만 알던 한복이 젊은이들에게 환타지를 불러일으키는 옷으로의 변신은 참으로 아름다운 문화혁명이다.


한옥마을 거리마다 한복 대여점들로 가득하고 명절에도 보기드믄 한복을 입은 사람들의 향연으로 거리는 화사하다.



예전 일본의 교토를 여행하면서 기모노를 입고 거리를 누비던 일본의 젊은 처자들을 바라보며 전통 문화를 즐기는 그들을 부러워 했기에 전주 한옥 마을에서 만난 한복을 입고 활보하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너무도 자랑스럽고 아름답다.



머리에 꽃장식하고 하늘하늘 걷는 한복입은 여인네들의 뒷모습은 거리에 떠다니는 봄날의 꽃처럼 아름답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와.



전주 한옥마을에서 이탈리아 피렌체를 엿보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언덕에서 바라본 끝없이 이어지는 황금빛 지붕들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채 감탄사를 연발 하였건만 전주 한옥 마을의 지붕들 모습도 그에 못지 않음을 깨닫는다.



중국의 지붕처럼 너무도 웅장해서 위압적 이지도 않은, 일본의 지붕처럼 격식에 얽매여 너무도 딱딱하지도 않은 부드러운 선과 선의 이어짐으로 보기에도 고즈넉하고 넉넉해 보이는 우리의 지붕은 보기에도 정에 겨웁고 포근하다.


그나마 남아 있는 우리고유의 아름다운 선과 선의 만남을 볼 수 있는 전주 한옥 마을이 개발 논리에 따라 한옥대신 고층 아파트 단지로 바뀌었다면 우리의 보석과도 같은 유산도 교과서 속 사진으로만 남겨졌을텐데.


유혹을 뿌리치며 지금의 한옥 마을을 지켜나가고 옛 모습으로 복원시킨 주민들과 전주시의 뚝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전주 한옥마을 대한민국 관광의 랜드마크를 꿈꾸다


이정도면 상전벽해라고 말해야되지 않나?


10여년전 전주 한옥 마을을 방문할때만 하여도 드문드문 한옥 몇채만 보이고 마을 중심에 위치한 전통공예 전시관을 둘러보면 더 이상 볼거리가 없어 한옥마을이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고택 한옥들만 아니라 복원 또는 신축 한옥들로 마을 전체에 가득해서 전주 한옥 마을의 이름값을 하는것 같다.


전주 한옥마을의 랜드마크인 조선 태조의 어진을 모신 경기과 덕수궁 길 못지않은 돌담길



그리고 전동성당처럼 유명한 건물보다도 더 눈길이 가는곳은 발길 닿는대로 걷다보면 마주치게되는 다양한 모습의 한옥 건축물들이다.



목조 기둥을 기초로 기와 지붕 한옥의 모습이 닮은 하면서 현대 주택들 처럼 정형화 되지 않은 각기 다른 모습을 지녔기에 방향성을 갖지 않고 이 골목 저골목을 걷다보면 한옥의 다양성과 개성에 감탄사를 자아내지 않을수 없다.



예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골목길과 수로를 따라 걸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남의것이 크고 훌륭하다고 생각해왔던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가끔씩 마주하게 되는 일제 식민지 시대의 적산가옥들도 비록 우리것은 아니지만 이채롭고 한옥 마을을 빛내는 우리의 아름다운 유산의 한부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관광이 굴뚝없는 친환경 미래산업이 분명하기에 전주 한옥 마을이 대한민국 관광의 미래 모습을 보는듯해서 뿌듯함이 밀려온다.



콘텐츠의 천국 전주 한옥 마을


바야흐로 콘텐츠의 시대다.


하드웨어 못지 않게 중요한것이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일것이다. 핸드폰과 TV에서만 콘텐츠가 중요한것이 아니라는것을 한옥마을에서 실감했다.


한옥마을에 오직 한옥 건축물들만 있다면 관광객들이 1시간여 이상을 잡아두기 힘들텐데 전주 한옥 마을에는 먹거리도 볼거리도 체험할거리도 멋진 카페도 즐길것들이 넘쳐난다.



한옥마을의 골목길을 거닐다가 시장기를 느끼면 호떡 떡볶기 같은 길거리 간식을 먹어 보기도, 부채 빗 한지등 전통 공예전시장에 들려도보고 한옥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를 즐기다 보면 한나절의 시간이 부족할듯 하다.


전국각지로 부터 온 관광객들로 넘쳐나는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것이다.



전주에서는 전주비빔밥이 정답


맛의 고장 전주에서

전주 비빔밥을 맛보지 않음은 배신일것이다.


전국 어느곳 발길닿는 식당에서 흔하디 흔한 메뉴가 비빔밥이건만 전주에서는 그 맛에 대한 며느리에게도 숨기는 비밀이나 있는듯 참으로 그맛이 고급지고 품격이 느껴진다.


소고기 비빔밥

육회 비빔밥

돌솥비빔밥



메뉴는 각기 다를지라도 달구어진 놋그릇안 밥위에 올려진 고명의 색감과 조화는 침샘을 자극하고 고명들과 섞여진 자극적이지도 달지도 맵지도 않은 맛의 고급진 조합을 어찌 표현해야 좋을까?


짧디 짧은 언어의 표현력이 다만 한탄스럽기만 하다.



자연을 닮은집 한옥 혜윰


방문을 열자 편백나무 숲속에 들어선듯 나무의 진한 향기가 콧속을 파고 들었다.


천장을 바라보니 육중한 나무 골조가 그대로 드러난게 자연을 닮은 한옥집에 하룻밤을 묵으러 온 실감이 났다.



방바닥 한장 한장 정성껏 바른 한지 장판을 보니 한옥을 체험하고픈 여행자를 위한 주인장의 배려가 느껴졌다. 어린시절 구들장 아랫목에 시커멓게 타들어간 한지 장판이 떠올랐다.


전주 한옥마을에 오게 되면 꼭 찾게되는 집


'한옥 혜윰'


생각의 순 우리말 혜윰이라는 이름에 품격이 느껴졌다. 큰길 뒷편 골목에 위치해 조용해서 그동안 분주했던 생각을 정리하기에 딱 안성마춤의 집이다.


새로 지어진 한옥이라 고택처럼 고즈넉하고 예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기엔 조금 부족함이 있지만 편하고 깨끗한 한옥 숙소를 원하는 여행자들에게는 '혜윰' 만큼 좋은 숙소는 없어 보인다.


골목 골목을 누비며 많은 한옥들을 만났지만 '혜윰'처럼 넓은 잔디 마당을 가진 한옥은 드물었다. 대부분의 한옥 숙소들이 마당없이 방들은 담벼락과 나란히 대로변에 위치해 있었다.


어둠이 드리우고 은은한 조명 사이로 드러난 담너머 이웃 한옥집들의 실루엣을 바라보며 마당에서 친구 부부와 술잔을 주고 받으며 정겨운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한옥 혜윰'만의 멋진 추억이 될 듯 싶다.


바싹바싹한 촉감이 느껴지는 원앙금침 못지않은 깨끗한 침구류도 다시 이집을 다시 찾게되는 요인이 될거란 생각이 든다.


평일 6~7만원의 숙박비로 대목장이 직접 설계하고 지은 명품 한옥을 체험할수 있다니 이처럼 훌륭한 가성비가 세상 어 또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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