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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May 20. 2022

로바니에미 눈밭위를 가르는 허스키 썰매 투어

핀란드 로바니에미, 하얀 숲 속을 가르는 신나는 허스키 썰매 체험


로바니에미에서 맞이하는 둘쨋날, 이날은 허스키 썰매 타기 체험을 예약해 둔 날이었다. 이른 아침에 눈을 뜬 우리는 일어나 조식을 챙겨 먹으려고 호텔 1층 레스토랑으로 내려왔다. 어젯밤에도 이 레스토랑에서 먹었는데 어쩌다 보니 아침도 이곳에서 먹게 되었다. 우리는 어제 저녁을 먹었던 바로 똑같은 자리에서 아침을 먹었다. 조식은 뷔페식이었는데 유럽을 다니며 항상 먹던 그런 메뉴의 아침이었다.




햄과 치즈, 토마토, 오이, 커피 그리고 빵. 특별할 것도 없지만 보장된 맛의 음식들이었다. 난 아침에 밥이 아닌 이렇게 빵과 야채들로 간단하게 먹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이곳 로바니에미에서의 식사는 헬싱키에서 머물렀던 라플란드 호텔에서 먹었던 아침이랑 비교가 되긴 했다. 라플란드 호텔 조식은 먹거리들이 종류가 다양해서 풍부했고 직접 만든 스무디가 참 꿀맛이었다. 뭐, 아침을 주는 것이 어디냐! 우리는 감사히 배를 채웠다.



조식을 배부르게 먹고 호텔 안으로 들어가 후다닥 캐리어를 싸고 밖으로 나왔다. 우리의 픽업 장소는 이 호텔이 아닌 다른 호텔이었다. 캐리어를 질질 끌며 눈 쌓인 길을 따라 픽업 장소로 가니 큰 승합차 하나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승합차 안에는 덩치 큰 여자분이 앉아계셨다. 탑승자는 우리 둘 뿐이었고 곧 차가 출발했는데, 아니 우리가 방금 머물렀던 호텔을 지나가는 것이다.


이럴거면 우리 호텔 앞서 픽업을 해주면 좋았을것을! 어제 예약하러 갔던 투어 예약 대행 업체에서 절대 픽업장소 변경이 안된다고 그랬는데 그냥 투어업체에 연락하기 귀찮았나 보다. 나중에 투어를 진행하는 장소에 도착하니 아푸카 리조트였고, 이곳에서 투어를 진행하는 것 같았다. 예약할 때 중간에 업체를 낄 것이 아니라 곧장 투어업체인 아푸카 리조트에 연락해서 예약했다면 여러모로 더 나을 뻔 했다. 로바니에미를 다시 찾을 날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아푸카 리조트에서 묵고 이곳에서 투어를 싹 예약해야지 마음 먹었다.




                    


차를 타고 커다란 강을 지나고 멀리멀리 어딘지 모를 곳으로 달려갔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아푸카 리조트 근처였다. 차에서 내리니 세상은 온통 하얀 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직 투어 시작까지 시간이 좀 남아있어서 리조트 근처를 돌아다니며 가득 쌓인 눈 구경을 했다. 문을 열고 리조트 안으로 들어가 보니 리조트에 딸린 레스토랑이 나왔다. 식당의 커다란 창 너머로는 눈이 가득 쌓인 들판이 보였다. 처음에는 그저 눈이 쌓인 너른 땅인 줄 알았는데 지도를 살펴보니 커다란 호수였다.




멀리 보이는 숲은 뾰족하게 솟아난 나무들로 울창했다. 그 숲 위로 막 떠오르는 붉은 해가 보였다. 지평선 부근은 붉은 주홍빛 띠가 둘러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늘은 무척 푸르렀고 눈은 떠오르는 햇살을 머금어서 붉그스름했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식당 밖으로 잠깐 나와 열심히 풍경들을 사진에 담았다. 봉긋 솟은 태양을 담고 그 태양 빛을 머금은 눈을 담았다. 리조트 난간 위에 소복히 쌓인 눈이 쌓여 있었는데 눈을 자세하 바라보니 책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눈의 결정이 그대로 보였다. 제각기 모양이 다른 신비로운 눈의 결정은 노랗게 반짝였다.




우리 투어를 가이드해주시는 분을 만나서 리조트 옆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두터운 방한복으로 갈아 입었다. 점프수트 방식의 커다란 방한복, 어제 한 번 입어 보았다고 익숙해서 허둥지둥하지 않고 빠르게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어제 입었던 것보다 질이 훨씬 좋은 방한복이었다.


두터운 신발을 신고 폭신한 장갑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리조트 앞 온도계를 보니 믿기지 않는 온도가 표시되어 있었다. -25도. 세상에, 영하 25도라니 난생처음 보는 숫자의 온도였다. 너무 신기해서 우리는 그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거대한 체구의 투어 가이드 아저씨와 영국에서 온 두 여자분과 함께 허스키 썰매 체험을 하러 떠났다. 차가 쌩쌩 지나다니는 도로를 건너 반대편 설원으로 걸어왔다. 발을 뻗을 때마다 눈이 푸숙푸숙 밟히는 소리가 났다. 입에서는 허연 입김이 나왔는데 그 입김이 닿은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얼어 붙었다. 어느순간 내 머리카락을 보니 백발마녀처럼 하얗게 변해 있었다.


투어 장소로 가는 길에 썰매를 끄는 순록을 보았고 귀여운 말도 보았다. 숲 속으로 난 작은 길을 지나왔는데 좌우로 하늘 높이 솟아난 자작나무들 아름다웠다. 숲 속의 요정이 된 기분이 들었다.






체험장 입구에 작은 케이지가 하나 있었다. 그 안에 귀여운 아기 강아지들이 모여 있었다. 다들 신나서 케이지 앞으로 모여 들어 강아지들을 바라 보았다. 투어 가이드는 조금 있다가 썰매 체험이 끝나고 와서 강아지들을 보라며 우릴 재촉했다.



나무로 된 게이트에 낮은 담이 둘러저 있는 체험장 안으로 들어갔다. 간단히 개썰매 타는 법을 배웠는데 썰매를 타려는 생각을 하니 심장 두근거리며 너무 무서웠다. 예전에 ATV를 타다가 사고가 났던적이 있어서 어떤 체험을 할 때마다 긴장이 되었다.




긴장을 한 탓에 설명의 반은 알아듣고 반은 알아듣지 못했다. 왠지 사고가 날 것 같아 겁을 먹어서 난 썰매 위에 앉고 남편이 썰매를 조정하는 뒷편에 섰다. 썰매에는 허스키 다섯마리가 연결되어 있었다. 이 체험을 이끄는 선한 인상의 현지인이 스노모빌에 올라탄 뒤에 앞장서서 출발했다. 허스키들은 스노모빌을 타고 있는 아저씨를 따라 열심히 달렸다.





우리는 설원을 달리고 있었다. 썰매의 속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랐다. 썰매 위에 앉아 눈길 위를 달리는데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 누구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있었다. 그리고 하늘로 솟은 나무들의 가지마다 하얀 눈꽃이 피어 있었다. 파란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었고 우린 그 사이로 난 눈길 위를 씽씽 달렸다.





썰매를 그냥 타는 것은 아니었다. 썰매 뒤에서 나름의 조종을 해야했다. 브레이크를 밟는 자세도 있었고 커브길에서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한쪽 무릎을 구부리고 몸을 숙여줘야 했다. 코스의 중간 즈음에 도착하자 용기가 생긴 나는 썰매 뒷편으로 갔고 남편은 썰매 위에 올라 탔다.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금방 익숙해졌고 너무 재밌었다.





손잡이를 꼭 잡고서 썰매가 출발하던 순간, 두근두근 엄청 떨렸는데 곧 두려움은 흥분으로 바뀌었다. 너무 신나고 재밌는거다. 썰매를 타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하늘을 날으는 것처럼 신이났다.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나는 그 속도에 그리고 흐름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나아갔다.



우리는 잠깐 설원 위에서 멈추었다. 새하얀 눈밭 멀리서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지평선 부근에는 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었는데 꼭 검은 띠가 둘러진 것 같았다. 그 위로 저무는 해, 곧 숲 너머로 사라질 것 같았다.



은은한 노을로 물들어가는 하얀 눈, 이곳에서 투어 가이드 분이 기념 사진을 여럿 찍어 주셨다. 우리는 한동안 저무는 해를 바라보았다. 소복히 쌓인 눈과 검은 나무들과 주홍빛 하늘, 체험 중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었다.



삼각대에 폰을 끼워 넣고 열심히 사진들과 동영상을 찍었는데 손이 얼어버릴 것 같았다. 아주 두꺼운 장갑을 끼고 있어 터치가 잘 되지 않길래 장갑을 벗었는데 동상에 걸릴 뻔 했다. 그러다 결국 핸으폰은 방전되어 버렸다.




내가 내뿜는 입김이 천으로 얼굴을 두른 탓인지 위로 올라와 속눈썹이 하얗게 변했다. 신기했다. 코털에도 얼음 결정이 그렁그렁 맺혔다. 설원 위를 달려가는 길에 보이는 환상적인 풍경들, 황홀했다. 이 풍경들을 꼭 다시 보고 싶을 것 같았다. 그리고 허스키 썰매도. 어느 겨울날 다시 눈의 나라를 찾아와야겠다.




썰매를 다 타고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왔다. 우리 모두는 초흥분 상태였다. 썰매 체험이 너무 재밌었기 때문이다. 썰매를 멈추고 나니 추위가 온몸으로 쳐들어왔다. 머리카락 끝부터 안쪽 코털까지 꽝꽝 얼어버린 것 같았다. 남편은 안경 때문에 습기가 차서 힘들어했다. 안경에 서리가 끼는게 싫어서 목을 감싼 천을 빼면 얼어 죽을테니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썰매를 끌어준 허스키들과 인사하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 나는 겁먹어서 허스키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는데 남편은 허스키 옆에 앉아 쓰다듬기도 하고 목을 감싸기도 했다. 핸드폰이 방전되어서 고프로로 열심히 찍었는데 결국 고프로도 방전 되었다. 배터리가 나간게 아니라 추워서 꺼져버린 것이었다.





썰매에서 가까이있던 허스키 두 마리가 어린 형제 허스키였다. 그래서 그런지 무척 혈기왕성했다. 두 허스키는 썰매가 멈추면 앞으로 나가려고 몸을 발버둥쳤다. 중간에 있는 허스키는 순하고 눈빛도 선해 보였고, 맨 앞의 허스키들은 제일 연장자였다. 썰매를 끌어준 허스키들과 있다가 옆 케이지에 있던 새끼 허스키들을 보러 갔다.





우리가 다가가니 강아지들이 신나서 꼬리를 흔들며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너무 귀여웠다. 하얀 눈 밭 위에 쉬를 잔뜩 싸놔서 노란 자국들이 선명했다. 애기들이 쉬를 잔뜩 싸 놓았어도 너무 추운 탓일까 냄새가 하나도 나질 않았다. 귀여운 허스키들을 보다가 가이드 아저씨의 부름에 움막 같은 곳 안으로 들어갔다.



움막 안에서는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불을 쬐며 추위를 녹였다. 나무 타는 냄새가 좋았다. 가이드 아저씨는 커다란 텀블러를 꺼내 작은 나무 컵에 차를 따라 주었다. '쿡사'라고 부르는 핀란드의 전통 나무 컵이었다. 따뜻한 베리차를 마시니 온몸이 녹아내리는 듯 했다. 모닥불 앞에 모여 앉아 차를 마시고 가이드 아저씨가 준 생강 쿠키를 냠냠 먹었다.


모닥불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투어를 함께한 영국인 여자 두명이 있었는데 그 중 한명이 생일이었고 둘은 그 기념으로 로바니에미에 여행을 온 것이었다. 우리는 콩그레츄에이션을 외쳤다. 우리는 결혼 1주년 기념으로 이곳에 여행을 온 것이라 이야기했는데 과분할 정도로 축하를 해줘서 기억에 남는다.


휴식을 취하다가 이제 돌아갸아할 시간이 찾아왔다. 옷을 갈아 입었던 건물 쪽으로 다시 걸었다. 눈이 가득한 숲 사이 길을 지나가고 도로를 건너 온도계 맞은편 건물에 도착했다. 옷을 갑아입고 나니 차량 픽업 시간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서 리조트 안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겸사겸사 기념품들 구경했는데 핀란드 전통 나무 컵인 '쿡사'가 있어서 몇 개 사고 싶었는데 가격이 후덜덜해서 살 수는 없었다.



밖으로 나온 우리는 아침에 보았던 눈 쌓인 호숫가로 향했다. 폭신한 이불 같은 눈 위에서 천사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핀란드에 오면 곡 해보고 싶었던 눈의 천사, 예전에 심즈라는 게임을 할 때 눈이 오면 심즈들을 시켜 '눈의 천사 만들기'를 해보곤 했다. 내가 직접 눈밭 위에서 해보게 되다니 흐흐!



눈 위에 철푸덕 누워서 팔을 휘휘휘- 위아래로 휘젓고 일어나면 눈 위에 천사가 생긴다. 우리는 고운 눈 밭을 찾았다. 심호흡을 하고 뒤로 푹- 넘어가고 싶었지만 무서워서 다리가 팍 꺾였다. 눈밭 위에 누워서 팔다리를 휘저었다. 너무 신나고 짜릿했다. 드디어 눈의 천사를 해보는구나. 몸은 차가우면서도 시원했다. 벌떡 일어나서 눈의 천사 확인하고 이제 남편 차례! 남편도 하나둘셋 하고 눈밭 위로 쓱 넘어갔다. 남편은 무릎도 꺾지 않고 뒤로 잘 넘어갔다. 그리고 슥슥 팔다리를 흔들고 눈의 천사를 만들었다.



벽난로 앞 흔들 의자에 앉았다. 모닥불이 자작자작 타고 있었다. 그 앞에 우리의 젖은 장갑들을 펼쳐 놓고 말렸다. 그리고 추위 때문에 방전된 핸드폰도 녹이려고 먼 불가에 올려 두었다.





막간을 이용해서 레스토랑 바에 가서 음료들을 주문했다. 남편은 핀란드 전통 술과 베리즙을 섞은 음료를 마시고 난 술이 들어간 핫초코를 시켰다. 이 추운날 왜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불을 쬐고 음료를 마시며 몸을 녹이며 쉬다가 픽업 차량을 타러 나갔다. 밖은 이미 어둑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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