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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아내기 Feb 24. 2017

가방 속 사진기

꿈을 가지고 살아가기

대학교 2학년 겨울 방학, 시골 고향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빈둥빈둥 놀고 있었다. 대학생이지만 영화를 보거나 하는 것 외에는 남다른 취미도 없었고, 미래에 대한 준비, 걱정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작은방 책장에 꽂혀있는 사진앨범을 보게 되었다.

 사진에는 어렸을 적 동생과 장난치던 내 모습, 젊은 시절 부모님의 모습이 가득했다. 신기하게도 평소에는 생각나지도 않았던 것들이 사진을 매개로 머릿속에서 시간여행을 하듯이 떠올랐다. 그때의 분위기, 느낌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사진에 엄청난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장롱에 들어가 있던 필름 카메라를 찾았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는 초보자가 쓰기엔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배우기에도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인터넷으로 디지털카메라를 검색했다. 그 당시에는 ‘DSLR’, ‘하이엔드 디카’가 인기였다. 대학생의 신분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이엔드 ‘디카’였고, 나는 통장잔고를 확인했다.

 얼마 후 나는 알바를 시작해서 한 달간 열심히 호프집 서빙을 했다. 한 달 동안 알바를 하면서 틈틈이 도서관에서 사진 관련 서적을 훑어봤고, 사진집도 찾아봤다.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재미난 놀이를 찾은 아이처럼 집중했다.

  아르바이트비를 받기로 한 날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한 달간 검색해서 얻은 정보로 그 당시 인기 있었던 P사의 하이엔드 디카를 구매했다. 그 날부터 항상 가방에 가지고 다니며, 대학교 친구들을 찍어주었고, 수업시간이 끝나면 사진 관련 책을 보러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사진 강의를 들어보려고 이곳저곳 기웃거렸다. 남들은 취업준비에 한창인 대학교 3학년 시절을 나는 사진에 빠져 살았다. 지금 생각해도 무언가를 좋아하고 배우려 행동했던 것에 후회 없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졸업 후 그 시대의 또래들처럼 취준생 시기를 거쳤다. 그 시기에도 가방엔 늘 조그만 디카 가 들어가 있었다. 평일엔 취업준비, 주말엔 바다, 미술관, 거리를 돌아다니며 카메라 배터리가 다 닳을 때까지 셔터를 눌렀다. 

 사진이 내 공허함을 채워준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홀로 지내던 자취방에 찍은 사진을 인화해서 걸어두고, 그 사진을 보면서 힘들었던 시절을 사진 덕분에 잘 이겨냈다.

  지금의 나는 어느덧 직장인 5년 차, 한 여자의 남편, 뱃속 아가의 아버지 아직도 내 가방엔 카메라가 있다. 출퇴근할 때 잠깐이지만 사진을 담는다. 소소한 사진 공모전에서 당선이 되기도 하고, 사진으로 지인들에게 선물을 할 때면 기분이 참 좋다. 아직까지 사진이 좋아서 참 다행이다.

지금 거울을 보면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이다. 언젠가 우리 아기, 가족을 위한 사진집을 내보고 싶고, 소소하게 사진 전시회도 하고 싶은 꿈이 있다. 꿈이 이뤄지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카메라를 들고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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