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경험이 곧 나의 콘텐츠이다

by 윤슬작가

‘작가’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꽤 많은 시간을 걸어왔습니다. 첫 책을 낼 때만 해도, 지금 들어서는 길이 저와 제 삶을 어디로 이끌어갈지 몰랐습니다. 글을 쓰면서 발견하는 다양한 감정과 생각이 단순히 단어를 조합하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시작으로, 내면을 다듬는 일이라는 것을, 타인과 세상에 대해 호의적인 모습을 갖추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한참이 흐른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글을 쓰는 일은 제 삶의 태도이자 방식이며, 현재의 시간을 되짚고 성실한 마음으로 정직하게 살아가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책을 내고, 또 내고, 어느덧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출간하면서 명확하게 깨달은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글이 곧 삶이라는 것. 내가 살아온 시간, 내가 선택하고 감당해온 수많은 감정과 생각, 관계와 경험들이 글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군가 “어떻게 작가가 되셨나요?”라고 물으면,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온 것 같아요. 살아가는 것에 대해 관심 있고,

그것을 기록하고 싶었고, 그 일상을 오랫동안 지속했습니다.

그게 저를 여기에 오게 만든 것 같아요”



며칠 전, 경산 윤슬카페에서 열린 북토크의 주제는 바로 <나의 경험이 곧 나의 콘텐츠이다>였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라고 부릅니다. 어떤 것을 평가하기 전에, 무언가를 판단하기 전에, 먼저 경험하고 체화해보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계, 편견이라고 하는 것들이 그 과정에 제법 많이 깨어지는 것을 목격한 후로는 더욱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동시에 아주 중요한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자신의 경험에 ‘갇히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짜 경험주의자라는 것을.



그날 북토크에서도 빠지지 않았던 주제는 글쓰기와 책 쓰기였습니다. 무엇보다 글쓰기와 책 쓰기가 어떻게 다른지를 공유했습니다. 글쓰기는 살아가는 매일의 마음을 꺼내는 일이라면, 자신을 위한 이야기라 책 쓰기는 접근이 조금 다릅니다. 책 쓰기는 그 마음에 구조를 부여하고, 의도를 더하는 일입니다. 글쓰기는 흐르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라면, 책 쓰기는 그 감정을 독자에게 닿을 수 있도록 길을 내어주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많은 글, 모아둔 글의 집합이 아닙니다. 그 세계를 조율하다보니 어느새 출판사 대표가 되어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 같습니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단 하나의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콘텐츠는 충분합니다.”



세상이 점점 시끄러워지고 있습니다. 자극적인 이야기들, 빠른 성공, 화려한 모습을 유혹하는 문장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진짜 이야기’를 갈망합니다. 조용히, 그러나 오래 머무를 수 있기를 원합니다. 다정한 안부를 묻는 이야기를 희망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나온 날들은 작고 사소했지만, 그래서 더 정직하려고 노력했고,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살아낸 시간, 껴안고 지나온 감정, 놓치지 않으려 애쓴 생각들이 결국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말입니다. 그 마음이 그날 현장에 계셨던 분들에게 잘 전해졌기를 희망해봅니다.


from 윤슬작가


#윤슬작가 #경험주의자 #나의경험이곧콘텐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엄마, 다음에는 우리 밥 먹고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