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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센터 사장 K에 관한 보고서

by 김휴

카센터 사장 K에 관한 보고서


땅딸막한 그는 바람 덩어리다.

칙칙 그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바람을 뿜었다.

볼트 몇 개가 맥없이 풀린다.

권태로운 뭉치가 차의 몸에서 맥없이 떨어져 나오면서

숨기고 있던 차의 가난이 드러난다.


아주 짧게, 여러 번 그가 회오리친다.

눌어붙은 속도의 의식이 열리고

가다 서다 하던 그 신경질적이던 차의 박동이 뽑혀진다.

죽일 것처럼 연방 쏘아대는 바람 소리,

이중 삼중으로 깔린 복잡한 차의 심리, 도로의 오해까지

망치질로, 끝없이 해체된다.

겁이 덜컥 나면서 그의 치료법이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이렇게 끝장난다면 큰일이다.

詩 한 편에 짜장면 두 그릇 값,

저승까지 벌어도 새 차는 불가능한 일인데....

놈과 나, 우리는 불가분의 관계로 애정이 깊다기보다는

그냥 일방적인 구애다.

이제 놈이 나를 불편해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차는 절어 빠진 하체를 다 드러났고

몽당연필 같은 그가 차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버렸다.

심하게 다툼이 일어난, 검게 타버린, 그 갈등부위에서

그는 호흡도 멈춘 채 차의 속살을 터치한다.

차의 몸을 정신없이 두들겨 패고 풀고 조이고,

그의 애무가 거칠다.

마침내 차의 혈류가 돌아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와 차의 교감이 더 밀착된다.

자바라처럼 그가 몸을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구멍에서 구멍으로 기어 다니더니, 탁탁-경쾌한 소리 끝에 차가 살아났다.

아직도 내겐 고쳐서 쓸 봄이 있구나.

그런데 왜 남아있는 봄을 몰랐을까?

기름밥 먹은 지도 벌써 이십 년이 다 되어간다는,

그의 미소에서 진득한 오일이 삐져나온다.

어지간하면, 이제 차 한 대 뽑으라는

그는 유쾌한 바람 덩어리다.

거리로 나서자

차가 혀를 길게 내밀며 행복해한다.

글&사진. 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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