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Rat" 1969. Marriage of Jazz & Pop
독자님들은 가장 먼저 앨범을 소개한다면 누구의 앨범을 소개하고 싶은가?
사실 필자는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읽어야 할, 가봐야 할 시리즈 싫어한다.
꼭 안 하면 무슨 일 날 것처럼 강요하는데 저런 리스트 다해본 사람이 몇 명이나 있으려고.
뭐 내가 추천하는 음반도 꼭 들으라는 것 아니고 들어보시면 듣기 이전보다 더 풍부한 감성을 가지게 된다. 이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로 생각난 아티스트
프랭크 자파 Frank Zappa는 그 음악성과 창의성, 이후에 미친 영향력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다.
프랭크 자파만큼 이상한 사람으로 소문난 뮤지션도 드물다. 전무후무한 캐릭터다.
(사진에서 똘끼를 느껴라)
1993년 12 월 4일 향년 52세의 나이 암으로 별세하기 전까지 남긴 음반은 대략 60여 종 사후에 40개 정도 더 발매되었다.
한편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약도 안 했는데 저시대에 약물 열심히 하고 창작했다고 추정되는 아티스트들보다 빨리 가셨다.
30년 동안 앨범을 100장 가까이 토해내고 그 와중에 영화감독에게 한 발짝 걸쳤다. Deep purple의 전설적인 명곡 Smoke on the water에서는 공연 중에 불벼락을 맞는 카메오로 등장하기도 하며, 불법 포르노 제작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고, 1991년에는 대통령 출마선언으로 어그로를 끌었지만 건강악화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다사다난하며 스펙터클한 삶
내가 그를 천재라고 말하는 까닭은 엄청난 다작을 했으면서 그 음악 하나하나가 아주 창의적이다. 복제라고 할만한 구석이 없으며 어떻게 저런 다양한 장르를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꺼냈을까 흥미롭다.
복합적으로 난해하고 실험적이고 대중적이면서 수려한 음악이 그를 통해 탄생했으며 위키피디아에 나온 표현을 살피자면
'프랭크 자파는 락, 재즈, 블루스 재즈 퓨전, 오케스트라, 실험주의 아방가르드 음악을 작곡했다.'
모르는 것이 없었고 못하는 것이 없었다로 요약된다.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작품이 많아질수록 이전 작품에서 멀어지기도 힘들고 비슷하고 익숙한 부분을 작업물에서 반복하게 되는 경향성을 피할 수가 없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본인의 스타일을 정립하는 것은 정형화된 아이덴티티를 가지게 된다는 뜻으로 많은 아티스트들이 수십 년간 꾸준히 자신의 스타일대로 음반을 발표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초기에 받던 신선함이 떨어지니 팬들은 지루해 가며 떠나간다. 반면에 고수하던 스타일에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그것이 대중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을 때는 '이전이 낫다, 변했다 퇴물이다' 등의 또 다른 비판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티스트들은 변화를 줄 때 굉장히 조심스럽게 되고, 이전의 작품에 만족하는 대중들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하려고 하거나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반응을 살핀다.
프랭크 자파의 음악은 몇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난해하면서 혁신적이다. 유명한 아티스트가 그 장르의 대표 격이 된 이후에 그를 모방한 수많은 하위 장르에 의해 오리지널 음악이 후대에 더 이상 참신하지 않게 들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누구도 프랭크 자파를 따라 할 수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정형화된 스타일이 없기 때문에 고유 명사로써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일까 프랭크 자파의 위명을 넘어서는 실험적인 천재는 내가 알기로 아직 없다. 그의 작업물은 콕 집어 무슨 음악이다 말할 수 없는 것이 화성도 화음도 추구하는 음악도 제각각이다. 그가 살아생전 모든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기존의 형식을 부수는 행보를 보였던 것처럼 음악을 장르화, 규격화하는 것을 대단히도 싫어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1963년 그는 스티브 앨런쇼에서 자전거를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는데 자전거 하나에 다양한 고전 악기연주법을 통해 그럴듯한 연속된 악곡과 같은 소리를 탄생시킨다. 이를 통해서 그가 음악을 이해하는 방식이 규칙과 질서에 의해 정제된 운율이라기보다 사람에 의해 컨트롤된 소리의 집합체 이자 개인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https://youtu.be/QF0 PYQ8 IOL4? si=3 XQ9 doGnfiJX1 acF
내가 처음 Mothers of invention의 freak out(1966) 앨범을 들었을 때는 초반은 무난히 60년대에 유행한 컨트리락인가 싶다가 어떤 전조도 없는 상태에서 앨범 후반부에는 전자음악을 때려 넣은 개가 짖는 소리가 튀어나온다. 뭐야? 이거 하면서 재생 목록을 다시 확인했다. 같은 앨범인데 갑자기 시대초월을 하냐.
이후 1969년에서 1970년대 초반에 연달아 나온 그의 개인 프로젝트들은 실험적인 성향보다 대중성이 두드러진다. 기타리스트로써의 기교를 보여주는 Apostrophe (')(1974) 앨범이나 팝과 로큰롤의 성향이 두드러지는 Chunga's revenge(1970) 모두 강력하게 추천하는 앨범이지만 그래도 프랭크 자파를 처음 접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음반은 Hot Rats(1969)이다.
Hot Rats(1969)는 프랭크 자파가 마더스 오브 인벤션을 해체하고 만든 앨범으로 팝록의 역사 중에 손꼽히는 명반이다. 이 앨범은 전체 앨범을 관통하는 기타가 두드러지게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베이스와 퍼커션이 이끄는 재즈 비트, 클라리넷 색소폰 바이올린 소리가 어디 하나 모자란 곳 없이 멜로디에 풍부하게 얹어지는 연주곡 중심의 패키지이다. 단 한곡, 보컬이 들어간 곡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시면 좋지만 킬링트렉을 추천한다면 Wille the Pimp와 Con of Mr. Green Genes.
https://www.youtube.com/watch?v=Vk-NANlKcCc&list=RDVk-NANlKcCc&index=1
https://www.youtube.com/watch?v=mMcy1liCTJI&list=RDVk-NANlKcCc&index=2
첫 번째 트랙 Peaches En Regalia에서부터 재즈의 변주곡형식으로 경쾌한 메인 멜로디가 반복되고 건반과 색소폰의 소리가 아주 인상적이다.
두 번째 트랙 Willie The Pimp 마더스오브 인벤션을 함께한 캡틴 비프하트가 보컬로 참여했다.
세 번째 트랙 Son Of Mr. Green Genes 이 앨범에서 락에 가까운 연주곡으로 기타 솔로가 8분 57초 동안 지속되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0분 19초의 리프가 7분 59초에 다시 등장하며 긴 솔로연주를 수미상관으로 저이하
네 번째 트랙 Little umbrella 앨범에서 가장 템포가 느린 곡으로 건반악기를 따라 서정적인 멜로디가 좋다.
다섯 번째 트랙 The Gumbo Variations, 재즈식 즉흥연주가 가미되어 있는 12분이 넘는 대곡. Sugar Cane Harris가 바이올린으로 참여하였는데 소울이 넘친다.
마지막 트랙 It Must Be A Camel, 나는 페이드 아웃으로 끝나는 이 결말이 굉장히 클래식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꽉 찬 6곡이 있고 모든 곡 수록곡이 잘 만들어진 완성도가 높은 앨범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오랜만에 이 앨범을 다시 듣기를 바란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