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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Apr 28. 2022

미안해하지 마세요, 당연하게 받으셔도 됩니다

몸이 아픈건 죄가 아니잖아요.


결혼 후 시댁에서 함께 살며 신혼 때 보았던 젊고 활기찼던 시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7년을 살다가 분가했고, 가까운 곳에 살면서 수시로 드나들며 벌써 30년의 세월을 함께 했으니,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어렵고 불편한 관계는 넘어선듯싶다.


부모님 세대의 치열하게 살았던 젊은 시절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성실하게 일하며 보낸 시간을 지켜보며 살았다. 몸이 성한데 놀면 뭐 하냐며, 무슨 일이라도 하시며 보냈던 시간은 긴 세월 성실함과 근면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누구나 다 그렇게 사는 거 같지만, 누구나 일하며 살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 노동의 시간이 귀하고 존경스럽다.


본인이 하시던 일이 있었음에도 며느리의 직장 생활을 위해 기꺼이 아이들을 맡아서 키워주셨다. 한창 일할 수 있었던 나이였고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 텐데 과감하게 결정을 내려주신 그 마음에 두고두고 감사하며 살고 있다. 아이를 맡기며 양육방식에 대해 서로의 차이가 있기도 했지만 전적으로 믿고 맡기고 따랐다. 아이들은 잘 자랐고 할머니의 은혜에 감사하며 잊지 말고 살아가라고 당부했다.


아이들이 자라서 직장 생활을 할 정도로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덩달아 시어머니의 세월도 함께 흘렀다. 정정하고 꼿꼿하던 허리가 굽어지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던 젊은 시절의 체력은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건강하던 몸은 자고 일어나면 새롭게 아픈 증상이 나타나 나이 듦을 확인시켜주기에 이르렀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갈수록 아픈 곳만 늘어나고 삶의 활력은 줄어드는 시간이 이어졌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다녀오며 스스로 챙기던 행동은 갈수록 소홀해지고, 포기하며 참으며 그냥 살자는 생각이 자리 잡는듯했다. 시어머니의 희생 덕분으로 아직도 직장 생활을 유지하고 있어서 평일에는 힘들지만, 주말이면 찾아뵙고 이런저런 일상을 살피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면 본인이 가장 속상하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보고 있으면 자포자기하듯 본인을 챙기지 않는 모습에 화도 나고 짠하고 안타깝다. 스스로 챙기던 건강에 대해 체념하듯, 다른 사람 말을 잘 듣지 않는 나쁜 습관이 생겼다. 나이 드니 아픈 것이고 병원에 가도 크게 달라지지 않으니 병원 가기를 포기하고 견디며 참는 시간으로 보내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는 자식들은 속상하다. 속상함에 화를 내던 아들은 달래기에 이른다. 말도 안 듣고 없던 고집도 생기고, 자식 입장에서는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몸이 아픈 부모는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가 아프니 자꾸 신경 쓰는 자식들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한다. 온 마음을 다해 자식을 키워냈으니 이제는 자식이 부모를 돌봐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미안해하지 마세요, 자식이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아니란다. 자식이니 당연히 해야 하고 부모니까 당연히 받아야 되는 것은 아니라며 고맙다 하신다. 세상에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은 없다 하신다. 이유 없이 당연한 것은 없다. 오랜 세월 지극정성으로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온 시간 뒤에 자연스럽게 보답으로 이어지는 당연함이라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최고의 행복이겠다. 원하지 않아도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어쩔 수 없는 삶의 과정이겠다. 의지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달리 하소연을 하실 때가 있다. 시어머니이기 전에 같은 여자의 모습으로 바라보게 된다. 나이 들어 몸이 불편해진 시어머니의 모습은 어쩌면 미래의 내 모습이 될 수도 있겠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사는 것, 모두의 행복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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