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허브
나는 퇴임 교사다. 과목은 국어. 당연히 도서관에 관심이 많다.
미국 생활 일 년 동안 세 곳의 도서관을 구경했다.
마국은 크다. 우리나라 크기의 주가 50개나 된다. 실제 남, 북한 합친 크기의 45배 정도 된다.
그리고 주마다 법도 조금씩 다르다. 그 큰 땅덩이의 미국 도서관 세 곳을 둘러보고
미국 도서관 이야기 하는 것이 조금은 우습기까지 하다.
그러나 내가 무슨 문화 인류 학자도 아니고 그냥 미국 도서관에 대한 내 느낌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려 한다.
먼저 한인촌의 도서관. 미국에서 가장 큰 코리아 타운이라는 la의 한인촌.
우리나라 보다 더 한국 같은 코리아 타운. 그곳에 있는 피오피코 도서관.
한식 점심을 마치고 찾은 도서관. 허름한 외관에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겉은 허름하나 속은 알차다. 국어로 기록된 책이 가득하다.
한인촌도 역시 미국. 영어책도 당연히 함께 진열되어 있다.
도서관 이용자도 한인과 백인이 반 반 정도.
그런데 국어 책 분류법이 우리나라와 다르다. 황석영은 ㅎ이 아닌 H 열에 진열되어 있다.
당연히 김동리는 K 열에서 찾아야 한다. 코리아 타운도 미국에 있으니 하나마나한 말씀.
책 구경하는데 젊은 어머니 한 분이 아들에게 한국 동화책을 읽어 주신다.
"허리 굽은 할머니 한 분이...."
향수? 뿌리 찾기? 한국인 특유의 교육열이라 해두자.
미국 생활하는 주된 이유가 외손녀 돌보기다. 아내가 집안일이라도 하면 손녀는 내 담당.
아파트가 주된 주거 공간인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국은 단독 주택이 주된 주거지다.
우리나라에 비해 인구 밀도가 현저히 낮다는 말씀. 손녀를 데리고 갈 곳이 마땅쟎다.
아파트에 어린이 놀이터가 몇 개씩인 우리나라와 다르게 놀이터나 공원이 멀리 있다는 말.
개인 소유의 땅을 피하면 학교 앞의 공터, 성당, 아니면 도서관 정도.
그중 도서관이 가장 편리한 곳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의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는
곳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허브 구실을 한다.
자원 봉사자 분들도 많다. 발달 장애우들을 한 명씩 지도하는 분들이 있어 딸에게 물어보니 자원
봉사자 분들이란다. 도서관 한편에 친구 사귀기는 아직 어린 손녀 같은 어린이들을 돌봐 주는 봉사자님도
있다. 당연히 나는 단골 이용객. 어린이들에게 노래 지도도 하시고 이야기도 해 주신다. 애들이 말을 알아
듣는지는 모르지만 잘 데리고 노신다. 그 잠깐의 시간에 나는 도서관 구경.
이곳에는 한글책이 없다. 어렵사리 찾은 한국 작가의 책. 최숙렬 작가님의 "떠나보낼 수 없는 세월"
당연히 영어로 쓰인 책이다. 집 나서면 애국자 된다. 반갑고도 문고판의 싼 가격이 가슴 아프다.
다음 해에 다시 갔더니 그 봉사자 분이 나를 알아보시고 영어 배울 수 있는 곳을 소개해 주신다.
아마 자식들 따라 한인촌을 벗어난 한국계 노인으로 생각하신 듯.
10분 거리라기에 딸에게 물어보니 차로 10분 이란다. 걸어서는 한 시간 거리.
바로 포기. 영어는 나와 인연이 없는 모양이다.
손주들이야 기억도 못 하지만 내게는 잊지 못할 도서관이다. 벤츄라 로드에 위치한 도서관.
한 번쯤은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세 번 째는 손주들의 학교 도서관. 직접 가보지는 못 했지만 아내와 딸이 도서관의 날을 맞아 초등 1, 3 학년
손주 들과 학교 방문. 싼 값에 책을 사 왔다. 책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독서하는 습관 기르기란다.
공부에 관심이 적은 손주들도 그 책만은 열심히 읽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이 아니라 문화 허브 구실을 하는 곳이란 생각.
이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