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사계(四季)

by Yujung LIM

essay. 새들의 사계


유월이다. 오월과 유월은 새들이 구애와 번식을 하고, 육추를 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고, 어린 새들이 열심히 비행 연습을 하며 엄마 새를 따라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탐조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이 이렇게 다양할 줄은 몰랐다. 사계 안에서 노니는 새들도, 풍경도 다채롭다.

겨울은 흥미로운 계절이다. 겨울에는 북풍을 타고 온 두루미떼와 오리류, 기러기류들이 논밭에서 먹이활동을 하며 월동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고, 참수리, 검독수리 등의 맹금류가 활공하는 장면이나 먹이사냥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비어있는 나뭇가지들 덕분에 새를 가장 잘 발견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봄이 오기 시작하면 남풍을 타고 북상하는 새들이 한국의 수많은 섬에서 쉬어가는 시기다. 그렇기에 평소 내륙에서 관찰하기 힘든 새들을 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전국의 탐조인들은 서해에 분포되어 있는 섬으로 탐조를 떠나고는 한다. 뿐만 아니라 봄은 수컷들의 구애가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여 다채로운 송(노랫소리)이 들려오는 계절이다. 둘씩 짝을 지어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도 있고, 이미 짝지어진 커플들은 둥지 재료를 바쁘게 날라 둥지를 짓는다. 산새들이 작은 부리로 둥지 재료를 가득 물고 가는 모습을 보면 미소 짓지 않을 수 없는,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계절이다.

여름, 파랑새와 물총새를 보고 나면 푸른 여름새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더위에 유난히 취약한 탓에 자주 나가지는 못하지만 강화에서 초록 물결이 가득한 논 위의 저어새들을 본 후, 매해 여름마다 이곳에 와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갈수록 극심해지는 더위에 새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벌린 채 헉헉대는 모습을 보기도 한 계절이다. 가을은 새들이 번식지를 떠나 월동지로 이동하는 시기로, 에너지 축적과 휴식이 중요한 시기다. 한국에서 번식을 마친 새들은 떠나고, 다시 월동하기 위한 새들이 대이동을 하는 시기라 철새 이동 경로에서 핵심적인 시기로 볼 수 있다. 도요와 물떼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올 가을에는 도요를 보러 다녀볼 궁리를 하고 있다.


새들의 사계를 한 번 정도 크게 돌아보고 나니 그들이 얼마나 분주하게 일 년을, 한 달을, 하루를 보내는지 피부로 와닿는다. 수백 km부터 수만 km를 날아 이동해 둥지를 짓고, 먹이를 나르고, 육추하는 그 손바닥만 한 존재들을 보고 있노라면 결코 인간이 더 고단할 리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새들은 매일, 매해 같은 일을 한다. 그런 그들을 볼 때마다 과연 인간이 지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을지 반문해 본다.


이번 여름에는 다시 강화에 가볼 계획을 세웠다. 운이 좋으면 저어새들을, 솜털 같은 흰목물떼새들을 다시 만나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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