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것만 꿈꾸면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으레 생각하는 자애로운 엄마,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침대와 책상이 있는 독방, 공부하고 있으면 예쁘게 과일을 깎아서 가져다주는, 홈드레스 입은 엄마...
tv에서나 보는 그런 모습만 그리고 있으면 곤란하다. 그래놓고 왜 우리 집은 안 그래? 그러면 안 된다.
코믹스럽게 그리는 욕쟁이 엄마도 나에겐 이상과도 같다. 투박함 속에 숨겨진 씩씩함은 아이를 안심시키기도 하니까.
부모가 갈피를 못 잡고 불안해하면 아이도 불안하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면 그 여파가 주위로 퍼진다.
왜 그럴까? 란 의심과 불안이 사춘기가 되면 분노로 변한다. 분노는 냉소가 된다.
그러다가 아이를 낳고 살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그저 가여운 한 사람이라고 멀찍이 떨어져서 보는 눈이 커지는 것 같다.
딸내미와 카톡을 하다 들었던 생각이 얘는 어쩜 이리 단순하냐? 였다. 그냥 헛웃음이 나왔다. 한편으론 나도 조금은 그랬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보다 지금만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건 내 본의대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겠지. 단순해 보이는 저 아이의 내면은 얼마나 복잡다단할까? 지금 이 순간에도 켜켜이 무언가가 쌓이고 있겠지. 그리고 그런 단순함이 만들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순간들의 위대함을 깜박했다.
너무 걱정하지 않을게. 지켜보기도 힘든 게 자식을 낳아 키우는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