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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인너마저 Sep 13. 2020

뭐라하지 않는 것

사소한 일기 1화

결혼을 코앞에 앞두고 있는 나는, 지난주부터 평생의 반려자가 될 사람과 함께 살고 있다.


이 한 문장을 쓰기까지 정말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으나, 지금 이 순간에 더욱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찌 됐건 우리는  집에서 살고 있으며,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입지 조건에 (임차인으로) 머물고 있다. (이 또한 큰 축복이다)현재는 만족스럽지만, 4 뒤에는  어떤 고난이 찾아올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일주일간 느낀 바가 많은데, 가장 큰 것은 더욱 와이프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 다행이다. 수십 년을 다르게 살다가 한 집에 덩그러니 놓였는데, 더욱 사랑하게 됐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다.


지금부터가 본론이다.

와이프는  나에게 뭐라하지 않는다.


술도 잘 못하면서 냉장고 한쪽 칸을 맥주로 채운 나에게 뭐라하지 않는다. 몸에 열이 많고 손과 발에 땀이 많아(정말 극혐 아닌가) 창문을 열어놓는 일이 많은데, 이 마저도 뭐라하지 않는다(심지어 그녀는 수족냉증에 몸이 항상 차 찜질팩을 끼고 사는데도 말이다). 드레스룸의 미관을 망치는 온갖 스포츠웨어로 한쪽 벽을 채워도 그녀는 나에게 뭐라하지 않는다. 함께 요가를 할 때 나무젓가락 만큼이나 뻣뻣한 나에게 뭐라하지 않는 요가 숙련자 이기도하다.


그래도 그녀가 나에게 '뭐라하지 않지 않는'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나의 코골이다. 물론 나는 나의 코골이를 들어본 적이 없으나, 꽤나 시끄럽고 불규칙하며 수면을 방해한다고 한다. 평소 잠잘 때 미동조차 없는 와이프인데 나의 코골이로 잠을 못 잘 정도이니, 문제는 문제인 것 같다.


이렇게 나에게 뭐라하지 않는 나의 그녀.


! 인생의 거사를   앞둔 주말 저녁 체중 관리는 커녕 치킨을 시켜달라는 나의 말에, 직접 주문을 해주는  와이프를 보며 오늘도  사랑하게 됐다.




치킨은 푸라닥 치킨의 '순살 매드갈릭'

남은 양념에 밥까지 비벼드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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