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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점점 퍼져가며

기도로 그린 그림 이야기 <빛 2> 

 다양한 빛의 색깔들. 우리 눈에 보이는 빛인 가시광선은 그 종류만 해도 1만 가지 정도라고 한다. 가시광선이란 대체로 380∼770nm(nanometer) 정도의 파장으로 전자기파 중에서 사람 눈에 보이는 범위다.  내 팔레트에 있는 물감 색을 모두 섞어 만들어도 보이는 빛을 색으로 모두 만들어낼 수 있을까. 눈에 보이는 색만 1만 가지라니,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은 또 얼마나 많이 주변에 존재할까. 보이진 않지만 존재하는 전자기파인 빛 감마선, X선, 자외선, 적외선, 마이크로파, 라디오파 등등은 그 파장이 가시광선을 넘어선다. 


 빛의 속성은 알면 알수록 재밌다. 그리고 과학적이다. 자신의 색이 아닌 것은 흡수하고, 사물의 표피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색은 반사해 내면서 빛깔을 뿜어낸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모두가 사실은 이러한 과학적 원리의 연속이다. 창작과비평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배미주 작가의 장편소설 <싱커>에서 이 보이는 것에 관한 내용이 몇 구절 나온다. 당장은 생각나지 않아 책을 읽으며, 바로 이 부분을 기록하지 않은 것이 후회되지만, 조만간 책을 보고 이 내용을 글에 추가해 보완하겠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빛 2, 종이에 수채, 35×49.6cm, 2007


 빛의 다양성은 곧 색의 다양성이다. 이러한 빛의 다양성을 표현하기 위해 한 계열의 색 점으로 은은하게 번져가는 빛의 파장들을 색점으로 그려봤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2007년은 본래의 색과 다른 색을 사용할 때, 보는 이로 하여금 다른 시각적 상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과 감정을 색으로 표현해 내면서 나만의 색감을 찾아가는 일에 몰두했던 시기였다. 적어도 시각 예술을 한다면, 색채를 사용할 때, 이러한 나만의 필연성을 가지고 말하고, 실험하고, 연구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품 <빛 2>는 이러한 작업에서도 삐죽 튀어져 나와서 그저 빛과 색감 연구에 치중한 작업이었다. 팔트에 짜여 있는 수채화 물감 중 한 가지 색을 정하고, 이를 점차 확장 해가면서 점이 모여서 풍경이 되는 패턴을 통해 만들어가는 리듬. 이 시각적 아우라를 가져가고 싶었다. 계획한 만큼 그려지는 그림보다는 내 예상을 뛰어넘는 작업을 좋아한다. 마치 미술 대학 시절 수업 때 배운 1단계 작업처럼 모든 작업이 1단계 과정으로 끝날 수 있게 미리 이를 계획하고, 그 안에서 우연성의 여지를 허락하면서 그 과정에서 작가 또한 깨달음과 감탄사가 연이어지는 그런 작업을 하려 했다.  


 작품이 완성되면, 이것이 또 내게 말을 건넨다. 내 손을 떠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말을 걸고, 보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하고, 다른 이의 마음속에 내가 의도한 것뿐만 아니라 그 외의 영감을 불어 넣어서 나를 다시 한번 놀라게 한다. 


 <빛 2>는 2010년 겨울, 지금은 없는 서울 목동의 카페 샤빌레(Cafe Shabile)에서 <12월의 크리스마스> 그룹전을 했을 때였다. 어떤 관람객이 와서 <빛 2> 작품 앞에서 10분가량 되는 다소 긴 시간 동안 눈을 떼지 않고 유심히 바라봤는데, 무엇을 보고, 느끼는지 묻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느라 혼났다. 잠시 다른 데를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작품을 보고, 또 보는 이분의 작품 감상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이 작품을 응시하고, 자리를 떠나지 않는 것을 보고, 분명 이 그림과 그분 사이에 어떠한 교감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분을 보고 나서는 <빛 2>를 바라보는 일이 더 늘어났다. 작가 또한, 자기 작품을 대해주는 어떤 사람의 태도로부터 영감과 도전과 힘을 얻는다. 그리고 자신이 미처 찾아내지 못한 무엇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작품이 내게 말을 건네주는 순간. 이 순간을 기다리며, 내 마음에 퍼져가는 빛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하길 바란다. 그때는 당신의 발걸음도 내 그림 앞에 묶여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의 그 내밀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 테니, 언제든지 내 그림 앞에서 말을 걸고, 묻고, 다른 관점을 경험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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