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환영받지 못하는 사회
오늘 아침, 아이와 아이 친구를 데리고 스타벅스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만 2세 아이들이 그렇듯, 호기심은 많고 인내심은 부족하지만 한 자리에 앉아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참 기특했다. 언제 이렇게 자라서 엄마와 함께 카페에서 데이트를 할 정도가 되었을까. 건강하게 자라주는 아이들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어느 정도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 즈음, 아이들은 서로 장난치듯 박수를 치며 깔깔 웃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둘만의 세계에서 한껏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혼자 공부를 하고 있는 듯한 아주머니가 "시끄러워 죽겠네, 여기가 키즈카페인 줄 아나"라고 내가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했다. 순간 울컥하고 화가 났지만, 나와 아이의 하루를 망치고 싶지 않아 그냥 속으로 삭였다.
키즈카페가 아니면 아이들은 공공장소에서 웃고 떠들지도 못하는 걸까? 카페가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보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공간도 아닌데, 왜 엄마와 아이들은 늘 눈치를 보며 조심해야 하는 걸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듣기 싫다면, 본인이 노키즈존을 찾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암묵적으로 스타벅스마저 노키즈존이 되어버린 것일까..
이런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한국 사회가 얼마나 여유가 부족한지 실감한다. ‘아이는 온 마을이 함께 키운다’는 옛말은 사라지고, 이제는 ‘하지 마’, ‘안 돼’, ‘조용히 해’ 같은 말들이 먼저 나온다. 카페나 식당에서 뛰어다닌 것도 아니고, 그저 자리에 앉아 손뼉 치며 웃었을 뿐인데 그것마저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아이들은 대체 어디에서 놀아야 하는 걸까. 오직 키즈카페에서만 머물러야 하는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이 사회 전체가 '노키즈존'이 되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왜 이렇게 한국 사회는 점점 더 여유를 잃어가고 있는 걸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점점 더 위축되고, ‘맘충’이라는 모욕적인 단어까지 생겨난 현실이 속상하다. 아이를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죄인처럼 눈치를 봐야 하는 사회에서, 과연 누구에게 출산과 육아를 권할 수 있을까. 조금만 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봐 주면 좋겠다. 아이들도, 부모들도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