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혼자 살아요

누구나 혼자-혼자-

by 반작

언젠가 지리학 개론 수업을 들을 때, 첫 시간에 교수님은 이런 질문을 던지셨다.


"오늘 강의실에서 옆 사람과 나눈, 혹은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떤 질문을 가장 먼저 했나요?"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학생들로 가득한 강의실이었기에 이름을 물은 다음엔 '어디에서 왔는지' 혹은 '어디에 사는지'를 묻곤 했다. 지리적 정보에 대해 우리가 무의식 중에 인지하고 있다는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학교를 벗어나니 이 질문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바뀌었다. 저러한 질문에 어딘가에 산다고 대답하면 이러한 질문이 되돌아온다.


"아, 자취해요?"


왜인지 찝찝해진 나는 말을 한 번 꼽씹고 사전에 '자취'를 검색해본다.

1. 명사 어떤 것이 남긴 표시나 자리.


아니 이게 아니고..


자취3 自炊
명사
1. 손수 밥을 지어 먹으면서 생활함.


스스로自 불 땔炊. 스스로 밥을 해먹는 생활을 자취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직장이나 학업 등의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사는 1인 가구를 자취라고 부르는데 나는 왜인지 이 말이 나를 표현하기에는 조금 모자른 것도 같다. 가족과 함께 생활할 때에도 대부분 끼니를 스스로 해결했기 때문일까?


더불어 단어가 본래 가진 의미는 아니지만 임시적으로 살고 있다는 뉘앙스 또한 자취에 전해져오는 듯하다. 어두운 밤 경사진 골목길을 터덜터덜 올라가면 불규칙하게 서있는 집들 중 한 곳.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르면 보이는 몸 뉘일 자리. 한기가 감도는 불꺼진 원룸. 뭐 이런식으로 묘사되는 것을 웹툰이나 청춘 드라마에서 수 없이 본듯도 하다.


가족과 살며 집안일을 분담했을지언정 혼자 산다는 것은 전혀 다른 세계로의 진입이다. 성인이 된지 얼마 안 되었거나, 채 성인이 되지 않은 미성년의 시기에 별안간 시작되는 일이기에 제대로된 살림을 갖추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미숙한 집안일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을 수 밖에. 그래서 자취라는 말에는 외로움이나 쓸쓸함도 함께 붙어있는 듯하다.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길게 자취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만 풀었는고 하면

다음 질문에는 자신있게 이렇게 대답하고자 함이다.


네, 1인 가구예요.


아직도 배울 것이 많고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지만 혼자라도 혹은 혼자라서 즐거운 독립, 자취, 혹은 1인 가구라고 불리는 생에 대해 이야기하려한다. 종종 아침마다 흥얼거리는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와 함께.


누구나 혼자
인생 혼자
인생 혼자 혼자 혼자
누구나 혼자
인생 혼자
인생 혼자 혼자 살아요

-브로콜리 너마저, 혼자 살아요 중 일부
(https://youtu.be/iWQzEgZiY_I)
브로콜리 너마저 - 혼자살아요 MV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