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5년 7월 근황

조금이라도 적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 같아서

by Lucie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누가 시켰다면 아마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작년 10월부터 이어온 노무사 자격시험 준비가 이제 두 달 남았다. 시험은 8월 말인데 지금 심정은 솔직히 안될 것 같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타진하려면 당장 내일부터라도 업무를 접고 도서관에 박혀서 벼락치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회사는 새 서비스를 출시하고 마지막 IR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매일 저녁 오늘 하루만 산다는 심정으로 책을 본다. 그런데 여전히 외워지지 않은 내용을 계속 마주하게 되고 공부하면서 계속 슬퍼진다. 많은 수험생들이 공부하면서 운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이해가 된다. 온라인 강의 속에서 선생님은 붙을 거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공부하라고 하시는데 붙을 거라는 생각이 잘 들지가 않는다. 원하던 대학에 합격했던 기억, 가고 싶었던 회사에 합격했던 기억, 인생에 있었던 모든 행운의 순간들을 주워서 기워다가 우울한 마음에 덧대본다. 어쩌면 그때처럼 생각 외로 잘 될지도 모른다. (눈물)



회사는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했다


첫 투자 이후 팁스와 외주로 버텨온 우리 회사의 재밌는 점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벌자는 마인드의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하고 싶은 것, 어려워도 이 사업이라면 우리가 끝까지 붙잡을 수 있겠다 싶은 것, 그런 것을 찾아야만 우리는 합심해서 일을 할 수가 있었다. 베타 테스트 버전을 만들어 사용자 테스트까지 해가며 심사숙고 끝에 ADHD 질환자를 위한 AI 일정관리 서비스를 만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당분간 제품 고도화와 IR로 분주할 예정이다.



정부지원 프로젝트 하나를 마감했다


이미 2년 전에 팁스를 받아서 진행하고 있지만 팁스는 기간이 길어서 아직까지 마감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팁스의 후속자금인 해외마케팅 자금이 10개월짜리라서 먼저 마감을 했다. 얼마 전에 '최종평가 결과 : 성공'이라고 적혀있는 공문을 받았는데 그걸 보는 순간 무거운 돌을 내린 것 같은 해방감이 들었다. 정부지원 프로젝트는 지원, 협약, 자금 집행, 최종평가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 이 사이클을 한 번 돌려본 것은 큰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팁스 마감에 대한 굳은 마음을 가져본다.



스타트업 경영하기 vs 노무사 시험공부하기


경기 불황이 길었던 탓인지 사람들의 선호 가치가 변화하고 있는 탓인지, 최근 자격사 시험의 응시 인원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노무사 시험은 1차에 만 명가량의 역대급 응시자가 쏠렸는데 이중 50%가 합격하는 바람에 역대급 인원의 2차 시험 응시자가 발생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최종 합격률이 4%에 불과할 거라는 계산에 많은 수험생들이 망연자실해졌고 나도 그랬다. 아직까지도 제대로 모의고사를 볼 수 없는 실력 때문에 수험의지를 상실하다가도 회사 상황을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날 때가 많다. 스타트업 경영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 너무 많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막막할 때가 많다. 그래도 시험공부는 나만 책상에 앉으면 될 일이고, 봐야 하는 내용도 정해져 있다. 생각보다 해결 방법이 명확하고 내 의지로 통제가 가능한 영역이라서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된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일은 어렵지만 그 사이에 미묘하게 해소가 되는 지점이나 시너지를 내는 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요즘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4년 통상임금 판례가 스타트업에 주는 시사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