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바이 컨스택츠!
2년간의 본 팁스 지원기간이 끝나고 올해의 IR 시도도 일단은 실패한 것으로 일단락이 되면서, 나는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가장 먼저 그만둬야 한다는 걸 알았다. 팁스 후속 자금은 대표와 엔지니어들 인건비로 계획해서 제출을 완료하고, 올해 투자를 못 받았으니 내가 먼저 그만두어 비용을 줄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법인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도 모르고 은행 로그인도 안 하는 대표에게 공인인증서부터 깔게 하면서 인수인계 작업을 시작했다.
지금 회사에는 나의 친한 친구가 엔지니어로 합류해 있는데, 직원인 친구보다 창업자인 내가 먼저 그만두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그만둘 준비가 되었을 때 그만둘 수 있도록 자금을 확보해 주고 나올 수 있게 되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또 회사를 폐업하지 않고 다른 사업을 더 굴려볼 수 있는 상태에서 그만둘 수 있게 된 것도 한편으로는 행운인 것 같기도 하다. 더 좋아질 회사의 모습을 기약해 볼 수 있으니까.
처음 회사를 만들었을 때는 세상에 챗지피티가 나오기 전이었는데, 지금은 AI가 온 시장을 다 뒤덮었다. 이 시기를 지나온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그들이 처음에 무슨 사업을 시작했는지와 상관없이 AI 회사가 되어 있다. 우리 회사도 AI를 서비스에 끼워보기도 하고, 처음부터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또 개발자
AI 도구를 만들면서 주요 기능을 오픈소스로도 배포하기도 하는 통에 엔지니어는 AI 개발자가 아니라고 하고 싶어도 아니라고 하기가 어려워졌으며, 대표도 AI 관련 비즈니스 자문이나 컨설팅으로 벌어오는 돈이 적지 않게 되었다.
나도 지난 3년간 할 수 있는 일의 종류와 범위가 늘었다. 인사 업무를 제대로 해보고자 창업한 스타트업이었지만 회계와 재무 지식이 현격하게 늘었고, 정부 지원 자금을 따는 일들을 하다가 중소기업 컨설팅 자격인 경영지도사를 취득했으며, 결국 그 끝에 노무사 시험까지 응시하는 상황에 다다랐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 4개의 서비스를 출시했고 엔지니어들에게 QA능력을 인정받았으며, 서비스 출시 때마다 프로젝트 관리를 하고 서비스 정책과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한글과 영어로 작성했다. 간혹 직무의 정체성이 헷갈릴 때가 있는데, 현시점 3개의 멘토 위촉장을 갖고 있는 점을 보면 IT 업계와 스타트업 운영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3년의 스타트업 경험이 나를 전혀 알 수 없는 곳으로 데려왔다. 실은 그 선택이 나를 여기로 데려온 건지 갑작스럽게 닥친 세계적인 투자 불황과 정치적 불안정성이 나를 여기로 데려온 것인지 알 수 없다.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어쨌거나 사업을 하면 사업이 성장하거나 내 멘탈이 성장하거나 둘 중 하나는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전에는 대기업을 나오면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닐까 두려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도 알았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 텐데,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나 스스로를 믿을 수 있다. 나는 노는 것만큼이나 일 또한 중요한 사람이고 내가 원하는 일을 찾아서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