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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덕중 Nov 03. 2020

가난에게



바다에서 한 줌 조개를 주워 파셨다

노란 조개, 빨간 조개, 하얀 조개들


어머니는 말하지 못할 것은 말하지 않으셨고

말할 필요 없다 싶은 것도 그러셨다

가계부에 늘어 놓은 꼼꼼한 숫자

닳아빠진 신발들이 오르는 오르막길

작은 돌멩이 발치에 치여 언덕 아래로 

끝도 없이 굴러간다

타버릴 듯 메마른 은빛 갈대

바람에 온 몸 흔들며 짠내 나게 춤추던 스산한 것들

구경거리 났냐며 갈대에 던지는 돌


줄이 끊긴 전화기는 허공으로 이어진다

바람만 떠드는 소란스러운 저녁

주소 없는 집 

어머니는 편지를 쓰지 않으셨다

일렁이는 파도 앞에 종일 울렁이다

초록이끼만 조용히 담을 넘는 집

살림은 그래도 끈질기게 불을 지폈고

마당엔 쓸모없는 것 하나 없었다


세 자식을 두셨다 

큰 딸, 큰 아들, 작은 아들

저마다 값진 이름을 지어주시고

당신 이름은 잊고 사셨다

새벽이면 꿈인지 어렴풋한 모습으로

어린 배 위에 이불을 덮어주시고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한 줌 밥을 지어

아침마다 상 위에 올려 두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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