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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May 06. 2021

나를 반기는 카페 주인, 그래서 가기 싫어졌다

예민하고, 까칠하고, 개인주의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만


요즘 친구들은 카페 주인이 자신을 알아보면 그 카페를 다시 안 간다는 글을 봤어요. 주인은 친밀감을 표시하는데, 요즘 친구들에겐 부담으로 느껴진다는 거죠. 특이한 세대야.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는데, 제가 사실은 그러고 있더라고요. 우리 동네에서 너무 좋아하는 카페가 있어요. 카페 이름은 


반홈낀다오 


뜻은 별의 향기가 머무는 집. 캬아아. 제목 학원 장원급이죠? 발견할 때의 소름은 아직도 생생해요. 그냥 골목 주택가였어요. 한 번도 뭐가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거든요. 그 앞을 5년간 지나치다가 혹시 뭐가 있는 건가? 차들이 늘 여러 대 주차해 있더라고요. 아주 작고, 예쁜 마당이 있는 카페였던 거예요. 커피도 직접 볶는, 실력도, 내공도 빵빵한 카페였어요. 주인 부부가 영어도 잘하는 편이어서, 얘기도 잘 통했고요. 혹시 미래에 카페를 열게 되면, 여기서 커피를 떼 와야겠다. 그런 생각까지 했어요. 제가 한국에 오래 있다가 가면 반가워하면서 선물도 주시더라고요. 태국 사람들은 덤으로 뭘 준다거나 이런 게 좀 박해요. 그렇게 따로 챙겨 주는 사장 부부에게 얼마나 감동했나 몰라요. 자주 갈 때는, 하루에 두 번도 갔어요. 아기자기한 시골 바리스타 집에 놀러 가는 기분이었죠. 숨은 명소라서, 단골 충성 고객이 많은 편이에요. 오는 손님들도 멋쟁이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역류성 식도염으로 커피를 끊으면서, 카페 갈 일이 없어진 거예요. 가도 스타벅스만 가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면 그나마 나은데, 스타벅스만 팔더라고요. 


과연 그 이유 때문인 걸까? 생각해 보니 단골 카페 여러 곳을 등졌더군요. 곧 가야지. 마음만 먹고, 안 가지더라고요. 곧 가야지 할 때는 한 달 후쯤을 생각했어요. 적어도 3,4년 발길을 끊었더라고요. 카페 사장들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를 눌러요. 한 번 들르라는 거죠. 왜 방콕에 있으면서, 코빼기도 안 보이냐는 거죠. 그러면 더 가질 못하겠어요. 가서 인사하고, 내 자리에서 할 거 하면 되는 거 아는데도요. 괜히 말 한마디라도 더 해야 할 것 같고, 내가 뭐 하면 빼꼼히 볼 것 같고요. 봐도 상관없는데, 완벽한 익명성이 보장되는 곳을 가게 되는 거죠. 적극적으로 그곳이 싫은 건 아니에요. 선택을 할 때, 이왕이면 조금 더 마음 편한 곳. 최후의 선택에서 탈락되는 거죠. 스타벅스가 그런 면에선 정말 완벽해요. 스태프 중에 저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금세 그만두더라고요. 취향만 따진다면, 작은 카페들을 선호해요. 그런데 작은 카페 안에서 주인과 내가 서로를 의식한다고 느끼는 순간, 잘 안 가게 되더라고요. 익명성이 갖는 자유로움을 포기 못하겠어요. 


그렇다고 대인 기피증이 있다거나, 만남 자체를 싫어하는 건 또 아니에요. 가끔 저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강연을 하면 독자들과 집으로 가는 길이 겹칠 때가 있어요. 지하철역에서 딱 맞닥뜨리는 거죠. 저분들이 나를 못 봤다면, 다음 걸 타야지. 이러면서 숨어요. 지금 가세요? 이렇게 말문을 트고 나면, 끊임없이 떠들어야 해요. 침묵은 곧 죄니까요. 무슨 말이든 더 해야 하니까요. 그냥 눈 감고 편히, 집까지 가고 싶은 게 욕먹을 일은 아니죠? 쓰다 보니, 저는 예민 덩이리임을 부정 못하겠네요.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애착이 유별나네요. 다행히도 저만 그런 건 아닌가 봐요. 그래서 안심이 돼요. 서글프기도 하고요. 카페나 식당 주인은 반가워서 인사를 하는데, 그 인사가 빌미가 돼서 발길을 끊는 손님도 있다는 게요. 나이 먹으면서 좋은 게 뭐겠어요? 여유로워지는 거죠. 이런 저의 성격도 평생 가겠어요? 넉살 맞게 주인한테 먼저 인사하고, 리필되냐고 묻는 유들유들한 손님이 되는 날도 오겠죠. 어서 빨리 제가 더 무던해졌으면 해요. 그런 사람을 좋아하면서, 왜 그런 사람이 못되냔 말이죠. 


PS 나를 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글쓰기인 것 같아요. 글을 쓰면서, 조금은 구체적인 나를 알게 돼요. 여러분들도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자주 쓰다 보면, 손가락이 혓바닥과 연결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저는 중얼대면서 써요. 약간 미친 사람 같기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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