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녀왔다.
다행히 환자로 다녀온 건 아니었지만, 환자보다 더 긴장 가득한 병원 방문.
2주 전에 조직 검사를 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날이라 후텁지근한 날씨였음에도 어딘지 싸한 기분이 함께였던 날.
보호자라는 그다지 막중하지 않은 책무를 맡아 회사에 휴가를 내고 병원으로 향하는 오후.
환자인 엄마와 집에서 지하철로 네 정거장 떨어진 그 대학 병원을 찾았다.
커다란 건물 전체가 환자로 가득해 밝고 친절한 직원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무거운 분위기가 풍기는 그곳을 또 찾은 날.
검사 결과는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결절홍반의 일종 같다며 주사를 놓아주고 약 처방을 받아왔다. 약은 2주간 더 먹어야 하고 병원에는 한 달 후에 다시 오란다. 5분쯤이나 될까? 역시 대학병원의 진료는 찰나의 순간 같다. 수납하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받아오고... 그렇게 순식간에 병원 진료는 끝났다.
...보호자의 눈에는 그렇게 특별할 것 없던 시간.
환자인 엄마는 더 많이 걱정하셨으리라. 집 근처 피부과에 다니길 몇 주.
크게 호전되지 않는 것 같아 대학병원 진료를 추천 받으셨고 그때부터 마음을 조리시는 듯했다.
그도 그럴게 조직 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다니. 조직 검사는 암을 진단할 때나 하는 것 아닌가?
어수룩한 아들도 엄마도 그 조직 검사라는 소리에 맘을 조려야 했다.
바로 결과를 알려주지도 않고 2주 후에 오라니.
그 2주간 매일 환부에 약을 바르고 약을 먹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듯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무거운 추가 달린 듯 가볍지 않았던 시간들이었다.
병원에 들어설 때까지만해도 흐린 하늘이었으니.
뭔가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 같았다.
다행히 결과는 그리 심각하지는 않았다.
염증이 심해 오래 고생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조직 검사 = 암이라고 생각했던 모자의 마음은 가벼워졌다.
병원을 나서니 하늘까지 개어 푸른 하늘을 보여주는게 마음 속을 내리 눌렀던 큼직한 누름돌이 사라진 느낌.
아직은 치료 과정이니 조심해야겠지만, 일단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계속 함께 병원에 가줘서 고맙다는 엄마의 말이 마음 어디쯤에 덜컥하고 걸렸다.
지나가는 인삿말처럼 고마움을 전하셨지만, 어느새 70.
언제나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엄마나 내게 기대오는 일이 더 많아지시리라.
그리곤 매번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시리라.
지극히 당연한 역전인데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음은
아직 내가 큼직한 모습과 달리 온전한 어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언제든 기댈 수 있었던 너른 언덕 같은 엄마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됐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