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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땡겨 박주명 Aug 22. 2016

에깅 낚시로 잡는 문어

제주도에서 밤에 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낚시는 오징어 낚시다.

새우 모양의 가짜 미끼를 사용하기 때문에 깔끔하고, 가볍고 짧은 낚싯대를 사용하기 때문에 여자분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에기'라고 부르는 새우 모양의 가짜 미끼를 사용해서 에깅 낚시라고 부르는데, 주로 잡히는 건 무늬오징어(위 사진), 화살 오징어, 한치 등이다. 그리고 가끔 에기를 너무 바닥에 내리면 문어가 잡히기도 한다.


오랜만에 에깅 낚시를 했다. 제주도에 왔으니 무늬오징어를 잡아서 회를 썰 계획이었다. 근데 잘 안 잡힌다. 수온이 너무 올라서일까. 물때를 잘못 맞춘 걸까..

한 시간쯤 지났을까 밑걸림이 걸린 것 같았다. 줄이 끊어질 것 같았지만 그냥 낚싯대를 감았다. 뭔가 묵직한 게 질질 끌려온다. 발버둥 치지 않는 걸로 봐서 오징어는 확실히 아니고, 비닐 봉다리나 해초가 한 움큼 걸린 걸로 생각했다.


음? 근데 웬걸. 문어가 끌려오고 있었다.

그것도 꽤 큰 문어가..

보통 에깅 낚시에 잡히는 문어는 주먹만 한 사이즈이다. 문어는 빨판 힘이 엄청 세기 때문에 낚시에 걸려도 바위에 붙어서 꼼짝 않고 버티면 대개 줄이 끊어져 버린다. 그래서 작은 사이즈의 문어만 낚시로 잡을 수 있다.

근데 이건 사이즈가 꽤 크다. 아무래도 문어가 빨판에 붙을 타이밍을 놓쳤나 보다.


갯바위로 끌려 올라오자마자 도망가려고 발버둥이다. 다리를 잡아 질질 끌고 물칸에 담았다.


이제 좀 얌전해진 문어..


문어는 회로 먹지 않기 때문에 좀 난감해졌다. 휴대용 버너가 있긴 했지만, 가져온 냄비는 컵라면 끓여먹으려고 가져온 조그만 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오징어 낚시도 실패한 마당에 이거라도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아침이 되었고, 고민하다 그냥 삶아보기로 했다.


아쉽지만, 머리(몸통)는 떼어버렸다. 머리가 맛있는 건데.. 다리만 삶았다. 냄비가 작아서 다 담아지지 않는다 ㅠ.ㅠ 소금을 조금 넣고 삶아야 하지만, 여긴 갯바위니까 그냥 대충 먹기로 하자.


언제 봐도 문어의 자태는 참 예쁘다. 혼자 먹긴 좀 많은 양이라 근처에서 낚시하고 있던 아저씨 둘을 초청했다.

'여기 같이 문어 한 점 드실래요?' 제주 토박이 아저씨 둘과 소주 한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얘길 했다.


밤에 혼자 낚시 오면 무섭지는 않냐.

육지에서 여기까지 혼자 왔냐.

뭐하러 산남(서귀포)까지 와서 낚시하냐.


오랜만에 알아듣기 힘든 제주 사투리를 들으니 재밌고 즐겁다.


젓가락이 있었지만, 다들 그냥 손가락으로 투박하게 집어 입에 넣는다.

바다낚시의 매력은 이런 게 아닐까. 민물낚시는 기껏해야 라면에 넣어 먹거나 손질해서 집에 가져와야 하지만, 바다에서 잡은 것들은 바로바로 먹을 수 있어 좋다.


이제 며칠 후엔 찌낚시로 벵에돔 회를 썰어 먹을 차례다. 날씨가 좀 더 시원해져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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