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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전쟁이 뭘까?

전쟁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

by 혜운

표지 사진 출처: 세이브더칠드런


전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 마디로 대답해야 한다면 두 집단이 벌이는 무력투쟁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이 대답에 대해서는 집단의 의미, 무력의 의미 등의 많은 반론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단정하는 것은 섣부르고 위험할 수 있음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본질은 그 시행 주체가 집단이라는 것, 그리고 전쟁이라는 것은 무력이 사용되는 행위라는 두 가지를 벗어날 수 없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말이다.


집단이 주체이며, 집단 간의 무력투쟁이라는 전쟁의 정의에는 전쟁을 보는 두 가지 중요한 관점을 전제로 한다. 첫 번째는 집단이 전쟁의 주체라는 것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여기에는 개인 간에 발생한 무력투쟁은 전쟁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전제가 있다. 다시 말하면 일정 수준의 조직의 성격을 갖춘 집단에만 전쟁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조직폭력배들도 일정한 수준의 조직력을 자랑하는 한 집단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무력투쟁인데, 무력은 개인도 행사할 수 있고, 집단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은 전쟁의 주체가 될 수 없기에 개인이 행사하는 무력은 전쟁으로서의 무력이라는 개념에서 당연히 제외된다. 그런데 조직이 행사하는 무력은 좀 생각해 볼 게 있다. 현대 사회에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국가밖에 없다. 그것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만 사용 가능하다. 그래서 어떤 국가든 합법적으로 무력을 행사하도록 규정하는 대상은 군과 경찰 외에는 없다. 조직폭력집단은 합법적으로 부여된 무력 행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들이 무력을 행사하더라도 전쟁이 될 수 없다. 그들은 존재 자체가 불법이기도 하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인해 21세기 초 미국이 추진했던 '테러와의 전쟁'도 전쟁이라 할 수 없다. 테러는 알 카에다와 탈레반이라는 비국가적 조직에 의한 무력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응징하기 위해 미국이 벌였던 전쟁의 명목이 '테러와의 전쟁'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미국이 군을 투입해서 벌였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전쟁이다. 군대가 개입되었기 때문이다.


테러와의 전쟁.png


여기서 이런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현대 전쟁의 양상을 보면 전통적인 무력 수단 외에 다양한 수단이 적용되어 양상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 볼 때 전쟁의 범위가 너무 좁은 거 아닌가?


맞다. 전쟁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이 성장했다는 것은 규모도 커졌지만, 전쟁을 하는 방법이 댜양해졌음을 말한다. 드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웬만한 포 뺨치는 능력을 발휘했다. AI가 더 발달하면 사람은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전쟁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 전쟁의 이런 추세에 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고 있다. 드론, AI 등 과학기술의 수준이 곧 전쟁의 승리를 좌지우지한다고 주장하면서 전쟁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연구들이다. 전쟁의 양싱이 이렇게 바뀜에 따라 고려해야 할 것들도 많다. 전쟁과 정치의 관계, 군의 조직이나 전술이 기술의 발전에 맞춰서 변화하고 발전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형태의 전쟁이 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러 가지 형태의 전쟁이 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을 쓴 이유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왜냐하면 "전쟁"과 "전쟁 행위"는 구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쟁은 국가가 합리적으로 선택한 정책적 수단이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벌이는 폭력행위로 이해된다. 이것은 클라우제비츠의 말인데, 네가 싫다고 해도 나는 하겠다는 것이다. 네가 못 하게 해도 나는 물리력을 가지고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래서 다양한 행위가 전쟁을 구성한다. 주로 군사적인 행위가 여기에 속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행위들도 있다. 예를 들면 외교적 압력이나 경제적 압박 등이다. 그래서 국가가 전쟁을 한다고 하는 것은 그 국가가 전쟁 '상태'라는 의미이다. 총알과 포탄이 오고 가지 않아도 전쟁은 진행되는 상황이 생긴다.


전쟁 행위는 전쟁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전쟁에서 나타나는 전투와 관련된 행태, 즉 무력 집단이 어떻게 하느냐이다. 어떤 방법으로 무력을 행사하는가에 따라 구분한다. 총칼로, 야포로, 항공기로, 함정으로 무력을 행사하면 전통적인 방식이라고 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했던 것처럼 SNS와 각종 사이버 수단을 이용해서 무력을 시현하면 사이버전이라고 한다. '제4세대 전쟁'이라는 말도 있다. 화력이나 기동으로 적을 패배시키던 전쟁이, 비국가조직에 의한 비정규전 등을 수행하는 방법을 쓴다고 불리는 용어다. 이런 전쟁 행위의 개념에 관한 연구는 매우 활발하다. 그만큼 복잡하다. 요즘은 AI와 드론 등을 가지고 전쟁을 하자는 주장이 대세이다.

SNS로 전투원 모집한 IS도 4세대 전쟁 | 중앙일보


현대적 관점에서 볼 때 전쟁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말은 점점 전쟁과 전쟁 행위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 본질은 그대로인데 표현은 다양하게 나온다. 전쟁은 유사 이래로 그 속성이 변한 적이 없는데 그것은 집단과 폭력이다. 이런 속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전쟁), 적을 이기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을 쓴다.(전쟁 행위)


결론은 전쟁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그게 맞다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전쟁 이론을 갖다 대도 그걸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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