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대로, 꿋꿋이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 있을까?"
아버지도 그랬고, 나도 그렇다. 알게 모르게 피를 타고 이어지는 어떤 것들이 있다. 아버지는 바람을 피우며 새 삶을 선택했고, 나는 그늘에서 일시적인 위안을 찾았다. 아들은 무엇을 원했을까? 어쩌면 우리 모두 부족한 것에 대한 욕망을 다르게 품고 자랐을 뿐이다.
내 안에는 늘 반항의 씨앗이 자라난다. 현실을 부정하고, 굴레를 떨치려 몸부림치는, 그런 불안한 힘이 가득하다. 감성이 이성을 압도할 때면, 나는 나 자신에게도 미지의 존재가 되어버린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의 해답은 따뜻한 이해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상처를 마주할 용기, 그리고 그 상처조차도 존중할 수 있는 너그러움이 해답일지 모른다. 운명이라 불리는 것도, 어쩌면 그런 온기 앞에서는 기꺼이 길을 내줄지 모르겠다.
"흘러가는 대로, 그러나 꿋꿋이"
아버지도 그랬고, 나도 그렇다. 피는 못 속인다지만, 흘러온 길을 반드시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걸 내가 먼저 증명해 보이려 한다. 욕망은 강물처럼 우리를 적시지만, 그 물길을 어디로 끌어갈지는 결국 자신의 선택이다. 아버지는 휩쓸렸고, 나는 잠시 길을 잃었지만, 자식들에게는 더 단단한 배를 주고 싶다. 반항은 때론 창이 되고, 때론 스스로를 찌르는 검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분노를 다스리는 법, 상처를 견디는 법을 내가 먼저 배워 자식들에게 전하려 한다.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흐르되 굽히지 않음'이다. 유연하게 세상을 받아들이되, 결코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다. 운명이란 결국 마주하는 방식의 문제라는 것을,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는 법을,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것은 따뜻한 온기라는 것을. 내가 먼저 실천해 보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