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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방법

돈 벌어서 뭐 할래?

by 혜운

나는 살면서 단 한순간도 돈이 여유 있었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다. 국민학교 때까지는 비정기적으로 용돈을 받았던 것 같은데, 군것질을 했던 기억도 거의 없다. 오락실에 갔던 기억은 확실하다. 엄마한테 걸려서 흠씬 두들겨 맞았기 때문에.


중고등학생 때는 주기적으로 용돈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용돈이라기보다 점심값이었다. 그래서 어디 가서 군것질을 할 수는 없었다. 취직을 하고 나서는 어머니가 내 월급 통장을 관리하셨다. 카드는 있었지만 거의 안 썼고, 결혼하기 전까지는 용돈을 받아서 썼다. 그래도 학생 때보다는 돈이 좀 여유가 있었다. 한두 번 술을 진탕 마시기도 했고, 노트북도 샀으니 말이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는 아주 궁핍했다. 용돈을 받았는데 담뱃값을 겨우 댈 정도였으니까. 결혼 초에는 술 마실 돈도 없었다. 애들이 태어나고 나서는 그 용돈마저 줄었다. 가끔 국밥 한 그릇 먹고 싶어도 눈치가 보였던 시절이었다. 그때 절실했던 소원 하나가 지금보다 100만 원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어느 선배가 그건 평생 가는 소원이라고 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 말이 맞긴 하다. 30년 전 월급에 비해 엄청 오른 월급을 받는 지금도 100만 원만 더 있으면 좋겠다.


온 천지 돈벌이 타령이다. 글을 써서 돈 버는 방법, 주식으로 돈 버는 방법, 유튜브로 돈 버는 방법 등 방법도 다양하다. 나도 이런 콘텐츠에 관심이 있다. 돈이 많으면 좋으니까. 근데 원체 소심한 나는 돈이 아주 많은 건 부담스럽다. 아예 재벌이어서 집사와 비서를 두고 살 게 아니면 뭐 하고 싶을 때 제한이 없을 정도의 돈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 기준은 애들 학비, 경조사, 아내와 애들의 용돈 정도. 나야 뭐 담뱃값이면..


좀 더 바란다면 차를 바꿀 돈이 있으면 좋겠고, 내 로망인 바이크 살 돈도 있으면 좋겠다. 강남으로 집을 옮길 돈도 있으면 좋겠고, 해외여행을 맘 놓고 갈 수 있는 돈도 있으면 좋겠다. 근데 이런 돈은 모아야 한다. 지금 아껴야 나중에 돌려받는 개념인 것이다. 한참 모아서 한꺼번에 쓰는 개념이다. 그래서 이 소원은 이루어지면 좋고, 아니면 말고다.


내 자식들은 알바를 한다. 아들은 휴학을 하고 막노동을 하고 있다. 알바 중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다고 한다. 일당으로 10만 원은 족히 받으니 월 200 이상은 벌 수 있다. 딸은 과외를 한다. 휴학을 하지 않고 용돈 벌이를 해야 해서 그렇다. 나름 용돈 씀씀이만큼은 버는 것 같다. 궁금하다. 얘들이 왜 이렇게 돈벌이에 악착같은지. 정작 궁금한 것은 돈을 벌어서 뭐 하겠다는 것인가이다. 돈 벌 시간에 책 보고 공부하면 나중에 더 나을 수 있는데. 번 돈 쓸 시간에 자기 계발을 하면 좋을 텐데. 안타깝다.


돈 많이 버는 유튜버가 있다. 방송에서 해외여행 가서 촬영만 해도 돈을 엄청 번다고 한다. 즐기고 돈 벌고 정말 좋다. 먹기만 하거나 놀기만 해도 돈을 버니 말이다. 그렇지 않고 돈을 버는 사람은 유튜브나 방송에 나올 일이 없으니 대부분 그렇다는 것을 모르고 사는 것일 게다. 게다가 흥청망청 쓰고 즐기는 것을 '아보하'니 '워라밸'로 포장을 하고 있으니 내 자식이나 또래 젊은이들은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이 안 들 수가 없을 것이다.


얘들아. 무슨 알바를 해도 좋다. 나중에 제대로 살아 보겠다는 각오만 되어 있다면 말이다. 돈 때문에 더 소중할 수 있는 것을 잃어버리지 않길 기도할 수밖에. 아빠는 월급쟁이가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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