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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이란 말을 쓰는 방법

방법이란 말을 쓰는 것에 대한 비판

by 혜운

브런치에 '방법'으로 검색을 하면 800개 가까운 글이 있다고 나온다. 작품만 해도 약 300개 정도 된다. 오늘 검색한 결과다.

브런치에 '방법'이란 제목의 글.jpeg
브런치에 '방법'이란 제목의 작품.jpeg

글을 쓰는 주제야 자기가 알아서 고르기 나름이지만 별 요상하다고 생각되는 것에도 방법이란 말을 다 붙인다. 별 게 다 방법이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方法의 방은 네모, 모서리, 장소, 방향 등의 의미를 갖는 한자다. 쟁기로 네모난 밭을 간다는 의미가 발전해서 방향이나 뭔가를 해 나가는 기준이나 방식이라는 의미로 굳어졌다고 한다. 법은 물이 흘라가는 것처럼 공정하고 일정하게 적용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방법이란 것은 규범에 맞춘 절차나 방식, 법칙, 수단 등을 의미한다.


작가들이 왜 방법이란 말을 자꾸 쓸까? 통상적인 방법이 아니라 비법, 그런 의미로 쓰는 거 아닐까?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잘 먹힌다', 혹은 '자연스럽다', 아니면 '의외다' 등의 뭔가 좀 특별한 것, 문제를 해결하는 것 등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한 마디로 '튀려고' 하는 거겠지. 조회수를 높이려고 말이지. 방법이라고 하면 뭔가 있어 보이지 않는가?


그런데 이런 '비법'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일 것이다. 예를 들어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해 보자. 건강을 지키는 데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잘 먹고, 잘 쉬면서 몸을 잘 살피면 된다. 마음도 혼란스럽지 않게 하고 말이다. 다른 예를 들어 본다면, '돈을 버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 단시간에 많은 돈을 버는 방법이 정말 있다면 '방법'이란 말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런데 보통 그런 '방법'은 위에 언급한 '방법'의 본래 의미와 맞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절차, 방식, 수단'이지만 '규범에 맞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를 잘하면, 재테크를 잘하면 될 것이다. 그것 말고도 '글을 잘 쓰는 방법', '사랑하는 방법', '일하는 방법', '이혼하는 방법' 등등.. 많기도 하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이 있다. 특별한 방법이 필요한 경우는 아마도 특별한 상황일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에 방법은 '그냥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려면 '쓰면 되고', 사랑은 '하면 된다'. 이혼도 '하면' 되는 것이다. 세부 절차야 법전에, 인터넷에, 혹은 지인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래서 뭘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된다. 따라서 '방법'이란 말을 쓰려면 그 방법을 써야 하는 '특별한' 상황이라는 전제가 붙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 내가 읽어 본 '방법'이라는 말이 들어간 글 중에 그런 맥락과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글은 거의 없었다.


'방법'이란 제목을 쓰려면 '(사랑을 하고 싶으나 내가 사랑하려는 사람이 나의 사랑을 극구 거부할 경우) 사랑을 이루는 방법'이라는 식으로 맥락과 이유가 있어야 한다. '(3년 안에 결혼을 해야 하는데, 결혼 조건이 최소 서울 시내 전셋집을 마련하는 것이라 3년 내 0억을 만들어야 할 경우) 돈을 만드는 방법'처럼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방법'을 언급한 글은 '괄호' 안의 내용이 빠져 있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방법은 글 써서 브런치 작가팀의 심사를 통과하는 것밖에 없다. 그런데 제목이 '브런치 작가가 되는 방법'이라면 뭐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요컨대, 방법에 관한 글은 ‘이러저러한 제한이 있을 경우 이런 방법을 써라'는 내용이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글의 제목에는 반드시 '이런 경우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의미의 말이 더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뭔가 있구나'라는 기대로 글을 읽는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그냥 해도 되는데, 다른 방법도 많은데, 그 많고 많은 방법 중에 하필 그 방법을 써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는 말이다.


쓰고 나니 괜한 오지랖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말을 안 쓰는 '방법'이 조회수를 늘리는 '방법'인데 말이지. 뭘 모르는, 진짜 '방법'이 뭔지 모른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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