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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리메 Oct 04. 2024

간호사도 사람입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

작년에 넷플릭스를 뜨겁게 달군 드라마가 하나 있었다. 바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다. 박보영이 주인공으로 간호사 역할을 하는데, 주 무대가 정신병동이었다. 간호사들에게도 특수직군으로 속하는 이곳은 마음의 병으로 입원치료를 하는 환자분들이 계신 곳이다. 그래서 전문 영역으로 속하는 이곳은 누구나 근무할 수가 없다. 특히나 나처럼 누군가를 잘 따라 한다거나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입원 환자들을 모방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내가 제일 먼저 드라마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간호사 직업을 이야기하기엔 너무도 넓고 방대해서 적어도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이다. 넷플릭스에서 만든 이 드라마를 통해 간호사의 직업과 정신 건강의학과 의사들과 환자들 간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문화를 보면 정신건강 쪽은 안 좋은 평가를 받는 분위기가 있어서 마음의 병이 생겨도 숨기기 일쑤였다. 그러나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은 크나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에게 마음의 병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눈 감고 그들의 마음의 소리를 듣지 않은 데 있지 않을까?


결국 드라마 주인공 역시 간호사로 재직하던 중에 환자와 마음을 주고받다가 충격에 휩싸여 자신도 정신병동에 입원까지 하게 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남일 같지가 않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의료 영역은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심지어 감정 노동의 산물이라고 불리듯이 모든 걸 다 총체적으로 겪어야 하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정신병동은 일반사람들도 아프면 예민해지고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이게 변하는데 그 안에 입원한 환자분들은 위험한 환자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우울해서 자해를 하거나 망상이 보여 다른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는 행동들이 많다.


그래서 그 안에서 버티는 간호사들이 맨 정신인 것이 의아할 만큼 노동강도가 참 세다. 다른 직장을 다녀도 우울해지거나 불안해져서 더 심하면 공황장애가 생겨서 그만두는 이들이 참 많아졌다. 어른들은 “요즘 애들은 나약해서 큰일이야, 뭘 잘하려고 하질 않고, 의지도 없고, 조금만 뭐라 해도 울거나 아예 나오질 않으니 참 나” 이러면서 나약해서 생기는 일종의 변명이라고 치부한다.


근데, 그 사실을 어른들은 모른다. 당신네가 겪어온 삶의 터전과 지금의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터전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그때는 사람사이에 정이라는 것이 많았다. 그래서 서로 위해주고 넘어가고 거기다 학연, 지연 등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잘 봐줬다. 그렇지만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기는 그런 게 통하지 않는 사회다. 그리고 자신의 강점을 남에게 잘 보여야 먹고살 수 있기 때문에 남을 걱정하거나 위해주거나 남에게 정을 베풀 시간이 없다. 그건 사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간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싫은 건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것이 버거울 뿐이다. 그 역할에 대한 일만 하는 것이 아니고,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기에 어렵다. 또한 그들만의 문화가 있어서 그 안에서 속하지 못하고 외톨이처럼 지내오다 보면 너무나 외롭고 서럽다.


그렇게 혼자 생각하다 보면 “이 일은 내가 잘 못하는 거 같은데, 그만둘까?” 이런 생각이 나를 괴롭힐 때가 많았다. 몇 번이나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배운 게 이것밖에 없으니, 어쩌겠나?” ”그나마 보수도 제일 많고, 인정받는 직업이기에 다른 일을 할 때마다 나를 다시 바로 잡아준다.


그래서 지금도 간호사로 돌아와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채우고 있다. 평생직장이 없어진 지금 시대에도 간호사는 전문직이라는 타이틀 때문이라도 내려놓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늙어서 요양병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하지 않을까 싶다.




40년 인생을 놓고 봤을 때 거의 20년 가까이를 간호에 대해 배우고 익히고 써먹고 있다. 전문직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각팍한 현실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아등바등 아닐까?


간호사라는 직업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살펴봤는데, 성격적으로 많이 유순해지면서 차분해졌다. 대신 예민함과 불안함을 얻었다. 그리고 강박적인 사고가 생겼다. 정확해야 하는 일의 특성상 다시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버릇이 어느 순간 생겨서 대화할 때도 어떤 일을 할 때도 묻고 또 묻는 버릇이 나타났다.


내가 불편한 것보다 상대방이 불편한 점이 더 많다. 그리고 건강염려증이 더 심해졌다. 원래 약해서 이곳저곳 아프기도 하고 다치기도 해서 병원을 자주 갔었지만 간호사가 되고부터는 점점 더 심해져서 조금만 불편해도 바로 병원으로 가곤 했다. 그래서 더 심각한 병이 생기기 전에 치료하는 장점도 있지만 피곤하기도 하다. 어떤 병의 증상을 살펴보면 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주변에 간호사가 있는가? 그럼 따뜻하게 안아주어라. 그들은 항상 마음이 지쳐있다. 환자에게 치이고, 동료에게 치이고, 의사에게 치이고 마지막으로 가족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러니 당신 곁에 그 사람이 간호사라면 아니 의료진이라면 따뜻한 품을 내어주어라. 그들에게도 숨 쉴 공간 하나쯤은 필요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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