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1년 전부터 감기를 매달 걸렸고 수액을 달고 살다시피 했었다. 목은 항상 부어있었고, 피곤이 떠나질 않았다. 입 주변에 염증이 자주 생겨 궤양이 달마다 있었고 짜증과 감정기복도 심해졌다.
왜 몰랐을까?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
특히나 나는 간호사 아닌가? 누구보다 내 몸을 잘 알 수 있는 의료진인데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렇게 나는 속절없이 암환자가 되어 치료를 위해 병원을 다녀야 했다. 특히 내가 걸린 암은 치료 방법이 수술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뭔가 시작도 못한 내 인생에서 걸림돌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정말 몰랐다. 그것도 30대의 나이에 말이다.
수술자국을 남기기 싫다는 이유로 나는 로봇 수술을 하기로 결심했다. 단지 그 이유로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너무 큰 부작용을 안겨줬다.
가만히 있어도 결리고 저리고 남의 살 같은 이상한 통증들 겪어보지 않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나는 이미 그전부터 통증이 예민한 상태라 그렇게까지 아플 줄 몰랐다. 내 몸을 너무나 간과한 내 탓이다.
다행히 수술로 암은 무사히 잘 제거되었고,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술 후 약을 꼭 먹어야 하는데 나는 수치가 정상적으로 나와서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렇게 추적관찰로 3년이 지나가던 해에 나에게 또 다른 고비가 찾아왔다. 매년 검사상 이상 없던 내 몸에 또 무언가가 자라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불쾌하게 아픈 곳으로 말이다.
나보다 더 심각한 병을 앓고 계신 환우분들께 죄송한 마음에 나의 병은 알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번에 찾아온 병마는 다행히 암이 되기 직전인 상태라 제거만 하면 괜찮다고 했다.
근데, 또 수술을 해야만 한다고 한다. 전신마취도 해야 하는 큰 수술인데, 의료진들은 간단하게 한다고 말한다.
내가 환자가 되어보니 절대 간단한 수술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수술에 대해 환자분들에게 설명을 할 때 조금은 친절하게 자세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게 이번 역시 암이 되기 직전이라 종양만 떼어내면 되고 항암 치료나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수술부위도 잘 가려질 수 있는 곳이라 다행히 눈에 띄지는 않는다.
그렇게 내 인생의 큰 수술을 두 번이나 겪고 나니 더 이상 나는 의료진이 아니었다. 환자로 살아가야만 했다. 매번 정기 검사와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술 등등 제약이 많이 생겼다.
퇴근 후 술자리는 이제 남의 이야기였고, 나와 함께 식사를 하던 사람들은 하나 둘 멀어져 갔다.
어느새 홀로 남겨진 나는 혼자서 지내는 방법을 배워야만 했다. 그게 책 읽기와 글 쓰기 그리고 타로였다.
타로를 보며 시간을 때웠고, 사색에 잠기기 싫어 책을 읽었다. 그림도 그려보고 읽은 책들에 대해 글을 써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큰 수술을 2번이나 겪고 나니 아픈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 나를 돌아보고 나에게 더 필요한 것을 채워줄 수 있는 시간들이 생겨서 또 그 나름대로 좋았던 시간들이었다. 다시 오라고 하기엔 너무나 아팠지만 내가 온전히 나로 살아가던 때는 그때이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그동안 자만했다. 내가 의료진이라 나는 어디든 아프지 않고 건강할 거라고 말이다. 근데, 건강은 자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구든 다칠 수 있고, 몸 일부를 잃을 수도 있으며 언제 어디서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 그러니 항상 지금 내 모습을 탓하지 말고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 주자. 그래야 지금보다 아무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