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골마을학교]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마을이 필요하다

학교 이전에 공동체가 필요하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 말에 절감한다. 아이의 성장에 있어 학교의 영향력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안골마을학교는 은혜 공동체에 기반을 둔 학교이다. 공동체는 도봉에 터를 잡았다. 그곳에서 건물 한 채를 지었다. 건물 안에는 공동체 멤버 50명이 셰어하우스 형태로 함께 살고 있다. 4개의 큰 세대로 나누고, 그 세대 안에는 혈연을 초월한 사람들이 한 가족처럼 모여 산다. 이 집에 들어오지 않은 다른 공동체 멤버는 그 주변의 집을 얻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어른들의 삶을 보았다.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눴다. 교사가 아무리 훌룡하더라도 학생들은 단 1명의 등을 보고 자랄 뿐이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수많은 교사를 만난다. 이 속에서 자신 만의 어른 롤모델을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가족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법을 배운다. 교사의 이론만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함께 지내는 삶을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다.
어른과의 관계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과 관계에서도 학교에서의 배움을 넘어선다. 학교에서의 교우관계란 또래집단에 머문다. 이곳은 1~20세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분포되어 있다. 아이들은 챙김을 받기도 하고, 동생을 챙기게 되기도 한다.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과 어울리며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가 만들어진다. 일반학교에 비해 수는 적지만 관계의 질은 더 크다.
아이들은 학교를 넘어선 공동체에서 더 많은 교육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여담으로 대안학교를 만들려면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그 위에 학교가 세워지기를 권한다. 여기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대안학교는 이상과는 다르게 그 내부를 살펴보면 깊어진 갈등으로 학교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그 갈등의 대부분은 교사와 교사, 교사와 부모, 부모와 부모 간에 벌어진다. 갈등의 원인은 철학과 철학의 부딪힘이다. 대안학교를 선택한 교사와 부모는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다. 대안학교에 새로운 교사나 부모가 오게 되면 기존의 교사나 부모가 서로 다른 생각으로 부딪히게 되는 일이 많다. 그러면 크게는 4팀 중 하나가 되어 서로 싸우기 일수다. 그 팀들은 보수팀, 진보팀, 둘 다 옳다 팀, 둘 다 틀리다 팀이다. 한참을 싸우다 보면 다시 새해가 시작되고, 새로운 교사나 부모가 다시 들어온다. 갈등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계속 쌓여만 간다.  
공동체가 먼저 만들어지면 대부분 그 교육철학이 대동소이하다.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학교가 만들어지면 그 가치관이 교육철학으로 이어진다. 단순하게 말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교사와 부모가 많다는 것이다. 이곳에 새로운 생각을 가진 이들이 들어와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자극제가 된다.
비슷한 교육철학을 가진 이들이 학교를 먼저 만들 수도 있다. 초기엔 학교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지만 새로운 벽에 부딪힌다. 그 벽은 돈이다. 대안학교의 특성상 안정적인 재정을 유지하기란 매우 어렵다. 국가적인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부모들은 매달 40~60만 원 정도 되는 수업료를 내지만 박봉의 교사 월급을 채우기에도 빠듯하다. 결국은 재정의 안정을 위해서는 매해 일정 이상의 아이들이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어찌 노력만으로 가능하겠는가? 아이가 1명이 올지 100명이 올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매번 불안한 외나무다리 위에 올라있는 꼴이다.  새로운 아이가 들어오면 그 아이가 학교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아니면 부모가 학교의 교육철학과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아이의 입학을 허가한다. 왜냐하면 돈이 없으니까. 한 명의 아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은 다시 서로 네가 맞네 내가 맞네 하며 치열한 싸움터로 변해간다.      
공동체 위에 만들어진 학교는 상대적으로 재정이 안정적이다. 학교의 독립적 재정 안정을 목표로 해야겠지만 설사 적자가 이어지더라도 공동체가 이를 내버려 두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