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업무하는데 참고해보면 좋은 책
나는 회사에서 파트원들과 북적북적이라는 이름으로 북 스터디를 하고 있다.
'북 스터디'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은 어떤식으로 스터디를 진행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해왔던 북 스터디는 늘 아래와 비슷한 포맷으로 진행돼왔다.
스터디를 할 당시에는 "그래도 성장하려고 뭐라도 했네", "책을 읽었다는 게 어디야" 하면서 의미를 뒀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책 내용이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아마도 그냥 읽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스터디 초반에 넘쳤던 의욕도 한 달에 한 권씩 읽기를 10개월쯤 하다 보니 "해야 하니까 한다"는 의무감만 커져서, 결국 시즌1을 마무리하고 재정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시즌2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어느 날. 팀장님이 에디토리얼 씽킹을 읽고 오셔서 말씀하셨다.
"내가 이 책 목차를 보니까 디자이너한테도 접목할 부분이 많더라. 정호는 특히 '범주화'랑 '요점' 잡는 능력을 더 키우면 좋을 것 같은데, 이 부분을 집중해서 보고 업무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시즌1 끝날 때쯤엔 열정이 식어서 좀 허무했는데, 이 말을 들으니까 다시 설렘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침 파트원들끼리도 에디토리얼 씽킹 얘기를 다시 꺼내고 있던 터라, 시즌2로 다시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읽은 걸 또 읽는 게 살짝 걸리긴 했지만, 다행히 파트원들도 흔쾌히 동참해줬다. (아마도..?)
에디토리얼 씽킹 목차는 총 12개다.
1.재료 수집: 가능성을 품은 재료 찾고 모으기
2.연상: 새로운 연결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
3.범주화: 유사성과 연관성 찾기
4.관계와 간격: 목적에 맞게, 적정 거리 조정하기
5.레퍼런스: 새로움을 만드는 재배치, 재맥락화
6.컨셉: 인식과 포지셔닝을 위한 뾰족한 차별점
7.요점: 핵심을 알아보는 눈
8.프레임: 입장과 관점 정하고 드러내기
9.객관성과 주관성: 주관적인 것의 힘
10.생략: 군더더기를 알아보고 배제하는 판단력
11.질문: 좋은 질문 만드는 법
12.시각 재료: 메시지와 비주얼 사이의 거리 감각
에디터의 관점에서 쓰여진 목차이지만 디자인 업무에 대입해보니 유사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 하면서 꼭 챙기면 좋을 항목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
기존에 하던 '한 줄 요약'은 나만의 필터링으로 새 제목을 짓는 과정이라 유지하고, 새로 '우리 업무에 맞는 사례 수집'을 추가했다.
목차를 디자이너 입장에서 재해석하고 조합해보니, 에디팅과 디자인 과정이 생각보다 많이 겹쳤고, 정리하다 보니 목차끼리 연결되는 부분도 보였다. 예를 들어, "범주화"는 작업물을 그룹핑하는 방식으로 이어졌고, "컨셉"과 "프레임"은 명확한 관점을 잡는 데 녹아들었다. 그렇게 12개 목차가 10개 항목으로 재탄생했다.
그 결과 나온 '디자인 더 잘하는 10가지 방법'의 초안.
이 문장이 읽기 편한지, 공감이 가는지 고민하며 일주일 정도 숙성시킨 뒤 수정하기로 했다.
비슷한 단어와 문장인데도 자칫 메시지가 달라질 수 있어서, 최종안을 뽑아내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그 과정에서 ChatGPT한테 의견을 묻기도 하고, 파트원들이 각자 써온 걸 비교하고 토론하면서 최종 문장을 완성했다.
1.당연해 보이는 것도 한 번 더 질문한다.
관성으로 일하지 않기 위해 문제에 깊이 파고들어, 평범한 일도 특별한 일로 만든다.
2.연상으로 아이디어를 확장한다.
단어 하나에서 시작해, 마인드맵과 같은 연상 작용을 통해 더 많은 가능성을 찾는다.
3.재배치, 재맥락화하여 레퍼런스를 자기화한다.
레퍼런스를 무작정 모으지 말고, 나만의 기준으로 재해석하여 단순 차용이 아닌 창작을 한다.
4.디자인 컨셉을 명확히 한다.
"내가 보는 OO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나만의 관점으로 개념을 정의해본다.
5.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한다.
어린아이라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직관적이고 간결한 결과물을 만든다.
6.탁월한 결과물을 위해 끝까지 도전한다.
"이 정도면 됐다"라는 순간에 "하나만 더"를 시도하며 완성도를 높인다.
7.작업물을 그룹핑하여 보여준다.
보는 사람이 어떤 것을 궁금해할지 생각하며 나만의 관점으로 작업물을 범주화하고, 쉬운 제목을 붙여 정리한다.
8.그룹핑을 통해 발견한 빈 곳을 채운다.
범주화를 통해 작업물을 구조적으로 보고, 부족한 영역을 보완한다.
9.나만의 관점을 자신 있게 표현한다.
나의 생각을 주저 없이 드러내어 의견을 나누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든다.
10.공유는 많을수록 좋다.
미주알고주알 작업 과정을 자주 공유하여 작업자끼리 싱크를 잘 맞추고, 작업물의 객관성을 높인다.
최종 결과물로 팀원들이 책상 앞에 붙여놓고 볼 수 있게 엽서로 만들어 선물했다. 생각해보면 이 10가지 항목을 정리할 때 우리 회사 디자이너들이 일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겼던 것 같다. "이걸 꼭 지키면서 일해야 돼!"라는 지침같은 게 있던 것도 아닌데, 어쩌면 다들 이렇게 일하는 게 좋다라는 걸 감각적으로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디자인 잘하는 방법에 대한 목차를 세워본 것도 좋았지만, 그보다는 책을 읽고 내꺼로 만드는 과정을 겪으면서 "앞으로 독서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감각이 조금 생긴 것 같아서 그 점이 좋았다. 앞으로도 책 읽을 때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체화 시키는 노력을 해봐야겠다.
올해는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