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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ita Oct 24. 2016

낭만으로 물든 석양을 만나고 싶다면

#29. 크로아티아 자다르 바다오르간

자다르의 올드시티는 이전에 보아왔던 조그맣고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가득한 올드타운과 거리가 있다.


분위기는 생각보다 현대적이며, 골목길보다는 널따란 거리가 올드시티를 채우고 있다.     

건물들도 통일된 색상이 아닌 제각각의 색을 뽐내고 있다. 그 개성 넘치는 모습들이 오히려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곳이 바로 자다르이다.

건물마다 세월의 흔적도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담아내고 있다.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 옆으로 반짝이는 조명들이 가득한 세련된 바와 레스토랑이 줄지어 자리를 잡고 있다.


올드시티의 상반된 매력에 흠뻑 빠진 채 이곳 저곳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바다가 보이는 길목에 다다랐다.     

그 앞에 서있는 모두가 지는 해를 바라보며 바다와 나란히 걷고 있다.


붉은 석양이 낭만을 가득 담은 채 서서히 물들고 있다.

계단에 걸터앉아 잠시 이 순간을 감상해본다.

선선한 바람이 머리 위로 지나가는 지금,

우리는 빨갛게 물드는 하늘과 그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붉은 해를 가만히 바라다.


에서 나지막하게 바다 오르간 소리가 들려온다.     

바다 오르간 소리를 따라가며 계단을 걸었다.

진한 무게감이 울려 퍼지는 오르간의 소리.


계단 사이사이의 구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파도가 춤을 추면 굵은 파이프를 통해 바다가 만들어내는 연주가 시작된다.     

어떤 특별한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건 아니지만

파도를 통해 울는 묵직하고 웅장한 소리 자체가 아름다운 연주가 되어 자다르에 흐르고 있다.    

 

파도치는 소리, 바다가 넘실거리는 소리,

그리고 제 각각의 소리를 뿜어내는 바다의 오르간 소리까지.


가만히 있어도 눈과 귀로 보이고 들리는 아름다움에 넋을 잃은 채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이 순간 모든 아름다움은 자다르의 자연이 만들어내고 있다.     

해가 구름 사이로 서서히 지고 있다.

커다란 붉은 해 앞으로 스르륵 내려앉는 구름.

다들 숨을 죽인 채 이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

두 눈과 카메라의 렌즈만을 커다랗게 키운다.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집중하고 있어도 부족한 지금, 아름다운 자연은 한없이 빠르게 흘러가버린다.     

하늘에 물드는 붉은 노을.

발갛게 달아오르는 하늘을 보며 이토록 아름다운 한 순간에 머물러 있음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런 순간에는 눈 앞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슴이 떨려온다.

 

지는 해를 보는 것만큼 낭만적인 순간이 또 있을까.

뜨겁게 불타올랐던 해가 바다 밑으로 숨고 나니

함께 그 순간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하늘에 박수를 보낸다.


잊지 못할 아름다운 석양을 두 눈으로 담았다면

박수가 나오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할지 모른다.

이런 자연을 선물해 준 하늘에 감사할 뿐이다.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크로아티아 자다르의 석양이 세상에서 가장 아답다며 극찬을 했.    

 

아마 나에게도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만난 곳이 어디냐고 물어본다면

오래도록 자다르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싶다.

    

맞다.

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크로아티아의 낭만을 한가득 채워 넣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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