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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폴라리스 Feb 21. 2017

첫째는 안쓰럽고, 둘째에겐 미안해요

월간 <폴라리스> Vol.172 '의좋은 형제'

                                                                                                                                                   

아이들은 형제자매를 갖게 되면서 새로운 관계에 대해 알아가고 함께 성장한다. 갑자기 마주한 형제자매라는 존재 때문에 예기치 못했던 갈등과 아픔을 겪게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각 상황에 맞는 현명한 대처법을 알고 있다면 다양한 문제 상황들을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 


글 김진희  검수 최명선 아동청소년상담센터 ‘맑음’ 소장  에디터 한순호  포토그래퍼 강봉형  의상 협찬 헤이든  모델 김사랑·김소율·김주진·김주현


                                                                                                                                                     

Q. 일곱 살, 다섯 살 형제가 하루라도 싸우지 않는 날이 없어요. 어디까지 중재를 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아요.

그 정도 나이에는 즉각적으로 개입하기보다 멀리서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신체적인 충돌이 일어났을 때는 단호하게 개입해 선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자칫 신체적인 충돌 이후 서로에 대해 적개심과 죄책감이 남을 수도 있으니까요. 

종종 에너지를 적절하게 분출하지 못한 형제들이 서로 신체적으로 충돌을 하며 놀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바깥놀이나 대근육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Q. 아이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 화부터 나요. 

부모가 화를 내면 강압적으로 상황이 종료되거나, 그것을 무시하고 아이들이 더 악을 쓰며 심해지는 경우가 생겨요. 둘 다 좋은 상황이 아니지요. 특히 화를 내고 나면 부모는 죄책감에 휩싸이고 다시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친절을 베풀게 돼요. 

이럴 땐 아이들의 갈등 상황을 잠시 떠나 있거나 숨 쉬기를 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러면 객관적인 시각이 생기면서 더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어요. 아이들의 갈등 해결 후에 부모로서의 양육 효능감도 높아지겠지요.


Q. 네 살 첫째 아이가 한 살 동생을 알게 모르게 때려요.

동생을 때리는 행동은 동생이 태어나면서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빼앗겼다고 느끼는 첫째 아이들의 시기, 질투심에서 비롯된 다양한 행동 중 하나입니다. 첫째 아이가 동생으로 인해 자신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줄어들거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 30분 정도는 첫째 아이와 상호작용을 하는 시간으로 정해놓고, 부모의 애정과 관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가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요. 

아이가 동생을 때리는 행동을 직접 목격했을 경우에는 바로 제지하고, 상대방을 아프게 하는 행동은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단호하게 말해줍니다. 첫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동생이 밉고 화가 나는 첫째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해주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모르게 행동했을 경우, 일단 모르는 척하고 엄마, 아빠한테 첫째와 둘째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때리는 행위가 얼마나 나쁜지 이야기해주세요. 관련된 내용의 책을 통해서 알려줘도 좋습니다. 


Q. 간식을 따로 담아주면 첫째가 한 살 된 동생 것을 다 빼앗아 먹어요. 동생은 서러워서 울고요.

동생으로 인해 부모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느끼는 아이라면, 연령 차이 때문에 서로 다른 간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도 동생이 특별 대우를 받는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간식을 먹는 이유를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동생의 간식을 먹고자 한다면, 아이가 원할 때까지 동생과 같은 간식을 먹도록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첫째 아이가 동생에게 줄 간식을 직접 담아주는 경험을 해보고, 아이가 동생과 나눠 갖는 행동을 할 때마다 긍정적 강화를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첫째에게 각자 왜 다른 간식을 먹는지, 얼마만큼 먹는 게 좋은지 미리 이야기해준 다음 두 그릇에 직접 담아볼 수 있게 해보세요. 동생에게도 직접 갖다 주라고 이야기해주고, 행동 후에는 칭찬을 해주세요.


Q. 동생이 생기자 네 살 첫째가 “엄마, 아빠 미워. 나 삐쳤어.” 등 부정적인 이야기를 처음으로 하기 시작했어요. 

속상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안전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기회가 없을 때 이렇게 신호를 보내기도 한답니다.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엄마와 정한 신호를 보내기로 약속해 보세요. 엄마 등을 두 번 톡톡 친다든지, 색종이를 접어서 식탁 위에 놓아둔다든지,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게 하고, 그것에 대응해 아이에게 관심을 보여주세요.  


Q. 다른 형제자매들은 세 살만 넘어가면 둘이 같이 잘 논다고 하던데, 우리 아이들은 같이 놀지 않아요. 

두 아이가 세 살이 넘어가면 같이 잘 노는 경우도 있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니므로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간의 관심사가 다르거나 터울이 클 경우, 또는 발달 단계상 서로 상호작용하며 놀이를 할 수 있는 연령이 아니거나 타인과 함께 놀이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함께 어울려 놀기보다 각자가 따로 노는 것을 선호할 수 있습니다. 

우선 아이들이 함께 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경험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부모가 아이들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해주세요. 부모가 함께 두 아이 모두 관심을 보이는 놀이를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부모가 한 팀이 되고, 형제자매가 한 팀이 돼 형제자매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협동하며 우애를 다질 수 있는 게임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Q. 첫째가 어릴 적 사용했던 장난감을 둘째에게 줬더니, 안 가지고 놀던 그 장난감을 가지고 놀겠다며 다 빼앗아 가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어른들도 ‘더 이상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 아니지만, 왠지 남에게 주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지금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아닐지라도 한때 나에게 소중했던 물건이고, 추억이 담겨 있는 ‘나의’ 장난감을 다른 사람에게, 특히 부모의 사랑을 나눠 가져야 하는 대상인 동생에게, 부모가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준다는 것은 아이에게 있어서 크나큰 상실감과 분노, 좌절감을 안겨주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물건을 동생에게 주기 전에 첫째 아이의 의사를 묻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줘야 합니다. 동생이 자신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도 괜찮다고 허락한다면, 첫째 아이가 동생에게 사용 방법을 알려주게 하고 부모가 즉각적으로 그 행동을 칭찬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아이가 손위 형제로서 좋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뿌듯함과 유능감을 얻을 기회가 되니까요. 


Q. 오빠에게는 엄격하지만, 막내딸에게는 관대한 아빠 때문에 남매간의 갈등이 더 커져요. 

두 아이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는데도 불구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양육 태도의 차이로 인해 아이들은 ‘편애’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아들에게만 엄격하게 대할 경우, 아들은 같은 잘못을 해도 자신보다 덜 야단맞는 동생에게 적대감, 열등감을 가질 수 있고, 동생은 이와 반대로 자신 때문에 오빠가 상대적으로 덜 예쁨 받는다고 느끼고 오빠에게 죄책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양육 방식에 대해 부부가 이야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아빠와 아들이 주기적으로 둘만의 데이트 시간을 갖는 것도 아들이 아빠가 자신에게 엄격하기는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Q. 둘째 아이가 “엄마는 나만 미워하고 언니만 좋아해”라고 말해요.

먼저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해주세요. 엄마의 마음속에는 언니와 동생을 사랑하는 주머니가 있는데, 똑같이 생겼다고 얘기해주면 어린 연령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둘째에게 엄마가 미웠던 적이 있는지, 엄마가 미웠지만 사랑하지 않느냐고 물어보세요. 둘째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엄마가 화를 낸 적이 있지만 그것도 사랑 주머니에서 나온 거라고 이야기해주세요.  


Q. 자꾸 첫째만 혼내는 경우가 많아져요.

첫째 아이에 대한 기대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 어린데도 어른처럼 다 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동생을 잘 돌보아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지요. 첫째 아이와 어렸을 적의 이야기도 서로 나누어 보고, ‘조그맣고 귀여운 아기가 언제 이렇게 커서 형이 됐지’ 하며 기특하게 생각해주세요. 이야기를 나누며 엄마의 마음도 풀어지고 아이의 마음은 좀 더 자랄 겁니다.


Q. 약하게 태어난 둘째에게 마음을 많이 썼더니, 첫째가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그 말에는 여러 가지 뜻이 섞여 있습니다. 동생에게만 관심 있는 부모에 대한 서운함, 그리고 동생이 아파서 속상한 마음까지 말이죠. 아픈 동생 때문에 관심을 양보하게 된 첫째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해주세요. 아빠, 엄마, 첫째, 둘째가 각각의 퍼즐 조각을 가지고 있고, 그 조각이 모두 모여야만 우리 가족이라는 멋진 가족이 완성된다고 이야기해주세요. 첫째와 둘째가 각각 소중하고 특별하다고요.


Q. 동생을 괴롭힌 첫째를 혼내면 자기 방으로 문을 쾅 닫고 들어가버려요. 겨우 네 살인데 말이죠. 

어린아이가 문을 쾅 닫고 들어간다는 것은 자기의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나는 지금 너무 화가 났고 속상하다’의 다른 표현이죠. 그때 방문을 두드리지 말고, 혼자 마음을 정리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마음이 진정됐다고 느껴질 때 이야기해주세요. 화났을 때 마음을 진정하는 일은 좋지만, 문을 쾅 닫고 들어가면 엄마 마음도 ‘쾅’ 하고 내려앉는다고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가령 생각 의자와 같은 것 말이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스스로 알게 되면, 갈등 상황에서 바로 행동하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아이가 될 수 있어요. 그걸 가르쳐줄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주세요.



참고 도서 

R.W.앨리 <왜 동생만 예뻐해? 형제자매 사이의 갈등에 대한 모든 것> 

이영애 <엄마도 놀이 전문가> 

최명선, 송현정 <형제 자매 갈등 대처하기> 

이영애 <아이의 사회성> 

김순혜 <스트레스에 강한 아이>

EBS ‘60분 부모’ 제작팀 <EBS 60분 부모 행복한 육아> 

이임숙 <상처 주는 것도 습관이다>

김성찬 <부모가 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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