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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하우트 Sep 05. 2023

2023년 슈퍼문 관측회

블루문은 거들뿐

지난 8월 31일은 온 SNS가 달로 떠들썩했습니다. 달이 지구와 가까워지는 근지점에 올 때 생기는 소위 '슈퍼문'이라는 현상과 한 달에 보름달이 두 번 뜨는 소위 '블루문' 현상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슈퍼블루문이라는 이름으로 떠들썩했습니다. 

블루문
양력의 한 달(30~31일)과 달의 위상변화 주기(29.5일)가 서로 딱 맞아떨어지지 않아 한 달에 보름달이 두 번 뜨는 경우가 생기는데 서양에서는 보름달을 불길함의 상징으로 여겨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은 유난히 더 불길한 현상으로 보고 '블루문'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슈퍼문
달의 공전 궤도가 완벽한 원이 아닌 타원형이기 때문에, 지구와의 거리가 항상 동일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근지점에서 보름달이 뜨는 경우를 '슈퍼문'이라고 합니다.

이 두 가지 현상이 한 번에 관측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일은 아니다 보니 세간의 흥미를 끄는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천문대에서 관측행사도 열고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보름달을 반기지는 않지만 한번 정도 기념하는 셈으로 관측도 하고 일반 대중들도 밖에서 눈으로나마 관측을 하곤 했습니다.


저 또한 이날 날이 괜찮으면 작게 동네에서라도 관측회를 한번 해볼까 하던 차였는데요. 이때 전날까지만 해도 비가 내리는 날이었고 당일도 날씨는 괜찮았으나 달이 뜨는 동쪽으로 구름이 있어 애매한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집 주차장은 동쪽이 트여있는 환경이 아니라서 세 살 여섯 살 아이들을 데리고 관측하기엔 다소 불리한 환경이었습니다.


조금 고민이 되기는 했으나, 일단은 판을 벌려보자 하고 대신 집 주차장이 아닌 인근 도서관 앞 뜰로 향했습니다. 함께 보기로 한 일행에게도 행선지를 알리고 소소한 관측회를 열어보았습니다.

언제나 이런 아이들 관측회를 할 때는 이렇게 망원경을 최대한 낮게 세팅을 하곤 합니다. 어른의 기준으로 세팅을 하면 아이들이 관측하기엔 불편해서 사다리가 필요하거나 주변에 어른이 안아서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큰 망원경이 있기는 하지만 구경 80미리의 굴절을 고집하는 것도 접안부가 망원경 뒤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접안부가 경통 앞쪽에 있는 뉴토니안 방식은 키가 작은 애들이 관측하기엔 불편한 게 사실입니다.


염려했던 월출즈음 동쪽의 구름도 생각만큼 방해하는 장애요인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생각만큼 동쪽이 트인 구조가 아니라서 나무의 방해가 조금은 있었지만 의외로 이게 또 도움이 되어 표지사진과 같은 나무에 걸린 사진을 찍을 수 있기도 했습니다. 접안부를 떼고 카메라를 붙여보고 싶었지만 어디까지나 아이들과 함께 하는 관측회다 보니 그러지는 않았고 아이피스를 통해 핸드폰 카메라로 어포컬 촬영을 했습니다.

어포컬촬영
확대촬영 이라고도 하는데 망원경의 접안렌즈(아이피스)를 통해 맺히는 상을 카메라로 찍는 방법을 말합니다. 이와 다른 방법으로는 접안렌즈를 빼고 망원경 자체를 카메라 렌즈처럼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직초점 촬영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보름의 달은 달 표면이 밋밋해져서 사진을 찍어도 입체감이 살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날의 보름달이 슈퍼문이었고 한 달에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인 블루문이었다는 데 의미가 있지 않나 합니다.


마침 달 옆쪽에 토성이 있어 구경이 작기는 하지만 일행들과 관측을 해 보았습니다. 이날 들고 간 아이피스중 초점거리가 제일 짧은 게 4미리였어서 최대 배율이 150배 정도였지만 그래도 고리가 있는 것을 확인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100배 ~ 150배 정도로 토성도 보고 달도 번갈아 보며 소소하지만 즐거운 관측회를 진행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이런 슈퍼블루문 현상이 앞으로 14년 뒤에나 관측이 가능할 거라는 내용과 함께 보도를 해서 더 관심을 끈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아무래도 별쟁이다 보니 sns 친구 관계 사이도 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페이스북 친구 중에 한 분인 박대영 님 이 한국에서는 14년이 아닌 5년 뒤인 2029년 3월에도 볼 수 있다는 글을 남겨주었습니다.

관심이 생겨서 찾아보니 시간의 차이로 인해 한국에서는 2029년 3월에 블루문이 뜨고 그 블루문이 뜨는 날에 달이 근지점에 위치함을 알았습니다.

https://fourmilab.ch/earthview/pacalc.html

위는 2029년 신월/보름이 뜨는 시기를 표로 정리해 둔 것입니다. 표시된 것처럼 2029년 2월 28일 17:11에 보름달이 되는데 이는 UTC 기준 시간이라 한국시간으로 바꾸면 9시간을 더해야 합니다. 오후 다섯 시에서 9시간을 더하면 3월 1일 새벽 2시 11분이 되므로 3월의 첫 보름달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같은 달 30일 한국시간으로 9시 28분에 보름달이 되므로 두 번째 보름달은 그때가 됩니다. (2023년 8월 31일 보름달이 되는 시기는 한국시간으로 10시 37분이었습니다)

https://fourmilab.ch/earthview/pacalc.html

또한 달과 지구의 거리 또한 3월 30일이 356,664km로 그 해 제일 가까운 지점에 있어 슈퍼문이 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본다면 한국에서는 2029년 3월 30일 슈퍼블루문이 한번 더 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사와 실제 현상이 일어나는 사이의 차이는 기사에서의 데이터 출처가 한국이 기준이 아닌 미국/유럽을 기준으로 정보를 알려주는 NASA의 정보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런 슈퍼문과 블루문의 현상은 어디까지나 사람이 의미를 부여한 것일 뿐 천문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점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갔으면 합니다.


이번 소위 슈퍼블루문을 놓친 분들은 14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며 아쉬워하지 마시고 5년 뒤 3월 30일의 달을 한번 더 즐길 기회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셨다가 그날이 오면 한번 보름달을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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