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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은 짬이 중요하다.

말장난같은데 맞는 말 같아서

by 장효진

워킹맘이 아이에게 시간을 특히 집중하는 시기가 아마도 출산 후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까지 근 10년 정도일 것이다. 결혼 후 아이를 낳기 전까지 커리어가 단단하지 않았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동동 떠버렸다면 다시 원하는 분야의 커리어를 잘 밟아 나가는 것이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알아주는 자격증이나 전문직이 아니라면 말이다.


나역시 이렇다할 줄기를 가지고 커리어를 쌓지 못해 물경력이 되버린 것 같고, 공부 오래해서 가방끈만 길어진 건 아닌가 싶어 문득 커리어를 되돌아보다보니, 쌩뚱맞게도 워킹맘이야말로 정말 짬이 중요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워킹맘에게 왜 짬이 중요한 것이냐면,


먼저 짬은 시간적 여유, 중간의 휴식의 뜻으로 쓰인다. 엄마로서, 사회인으로서 또 개인으로서의 시간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기 전의 삶과 비교할 때, 개인적인 시간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시간을 유도리있게 쓸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그래서 틈틈이 내가 해야 할 것들에 대한 것을 잘 처리할 수 있도록 짬을 내서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능력이 소중하다. 집안일도 나름의 규칙을 세우고 프로세스를 만들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가전제품으로 반복적이면서 나보다 잘해주는 일을 전가하기도 하고, 주간 한달 시즌 등의 장단기 계획에서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다.


두번째 짬은 바로 경력이다. 군대의 은어에서 짬은 군대 식사를 낮잡아 부른 짬밥을 많이 먹은 정도를 의미한다. 그래서 경력이나 경험의 정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워킹맘에게도 자기 커리어와 관련한 업무의 짬이나 엄마로서 가정일의 짬이 차야 비로소 안정을 이룰 수 있는 틈이 생긴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경험이 쌓이고 요령도 늘어나기는 한다. 그래도 똑같은 일을 되풀이 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경험과 커리어를 높일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아이를 보면서 휴직이나 단축근무를 하게 되었다면 그 이후의 기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세번째 짬은 밥이라고 해보겠다. 집에서 차려 먹는 집밥을 짬이라 하는 것이 꺼림찍 하지만, 개인적으로 집안일 중에 먹고 치우는 일이 가장 신경쓰이고 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식사 준비다. 일단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하는 일이 매일 두세번씩 이뤄지기 때문이다. 배달이나 외식으로 때우다보면 가계부가 너덜거리기 쉽다. 식단표, 식재료 구매처나 방식, 반찬의 구독이나 밀키트 등 돌려먹기 메뉴의 정리 같은 걸 챙겨두는 게 필요하다. 먹는 것은 귀찮은 것이면서도 행복감을 느끼기 가장 쉬운 행위기 때문에 먹는 것 소홀히 하면 건강에도 좋지 않다.


그래서 워킹맘은 짬을 내서 짬을 채우고 짬을 잘 만들어야 한다. 선배들은 이런 어려운 것들을 어떻게 하고 살았을까. 건조기/식세기/로봇청소기도 없고, 아이도 두서넛을 낳고, 하루 세끼 밥을 밀키트나 새벽배송도 없이 콩나물 키워가면서 어떻게 했느냐 말이다.


나도 이런 영웅담 모험담 풀어내듯 50대, 60대 멋진 언니가 되어보려면 일단 약간 유리해진 지금, 내게 주어진 짬을 잘 관리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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