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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Jun 17. 2021

넷플릭스 <아웃랜더>의 단상

느리고 깊은 것들에 대하여

 쌩뚱맞은 시간에 무언가 볼 거리를 찾는다면 넷플릭스가 제격이다. 어제 놓친 드라마나 예능을 챙겨볼 수도 있고 요즘들어 신경쓰이는 한 배우의 예전 작품들을 찾아 정주행하기도 좋다. 어쩌다 추천리뷰를 보다가 <아웃랜더>를 만났더랬다. 익숙하지 않은 200년도 더 예전 시대의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베스트셀러인 소설의 원작 작가는 남자들에게는 SF전쟁물이라고 소개하고 여자들에게는 역사로맨스물이라고 소개한다는데 둘다 틀린 말은 아니다. 게다가 적잖게 성적 표현이 많아서 늦은시간 혼자 보다가 남편이라도 물마시러 나오면 조금 민망해지는 그런 류의 장면이 많이 있는 것도 있다는 것을 밝혀둔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지는 모르겠는데 같은 배우들이 시즌을 몇차례를 거치면서 오랜 시간의 작품을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조금 경외심이 있달까 그 작품이 좀 더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여긴달까 그렇다. 2016년 첫 시즌이래로 올해, 내년까지 시즌이 이어진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히 200년전 과거로 간 여자와 그곳에서 만난 남자의 사랑이 중심인 이야기인데 200년 전 스코틀랜드와 영국간의 전쟁, 20세기 초 세계대전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역사 고증에 진심이라는 해당 제작 방송사 덕에 허구인 이야기에서도 의복이나 소품들이 생생함을 살려준다. (배우들의 꼬질꼬질한 모습들조차)


 시즌에 따라 프랑스로 건너갔다가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친족들과 선후대의 운명같은 관계들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시즌3 중반을 달리고 있으나 200년을 뛰어 넘는 사랑과 20년을 이어가는 두 주인공의 신뢰와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대적 가치관이나 편견에 대한 여자 주인공의 당찬 모습도 좋지만 남자 주인공의 고집있는 성격도 좋았다. <브리저튼>이 통통튀는 청춘로맨스라면 <아웃랜더>는 느리고 진지하고 복잡하고 괴롭고 과격하거나 허탈하기까지 한 인생을 두사람의 사랑을 매개로 보여준다. 그래서 초기 몇몇 야한 장면을 빼고는 이 길고 깊은 전개에 이탈하는 이들이 종종있다.


 두 주인공 주위의 주변인물들이 그려내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맞물려 다음 시즌에서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 내거나 대수롭지 않게 보았던 이전 시즌의 떡밥이 나중에 새롭게 그려지거나 하는 재미는 길고 깊은 이야기에 호흡을 맞춰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때론 고구마 백개 먹은 것 같이 뻣뻣하고 고집센 멍청한 주인공들에 화도 나지만 또 그런 와중에 기지를 발휘해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보는 것으로 속을 풀기도 하는 식이다.


 지금 이글은 이 작품에 대해 평론을 하자는 건 아니니 감상은 그만 이야기 하기로 하고.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상이라고 제목을 달아두기는 했지만, 이 드라마 덕인지 모르겠는데 내 생활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대화하는 방식에서 조금은 깊이를 만들어 가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나 상대방에 대한 신뢰, 예의, 명분과 대의 그리고 책임에 대한 것들이 요즘 우리가 선뜻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가치를 진지하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철없이 날뛰는 딸래미의 훈육과 교육방식에 내적 갈등을 겪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런저런 사회 생활이나 가족과 지인과의 어려운 관계에서 조금 깊고 긴 호흡을 가졌달까. 내 안을 좀 더 바로 바라보려고 하게 되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다른 호흡으로 해결을 시도하거나 대화를 만들어 보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당장 그 시간은 불편할지라도 외면하지 않고 솔직하고 진심을 다해 고민해보고 또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만큼 어른스러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점에서 전혀 다른 시대와 공간의 사람들의 이야기인 한 드라마를 통해 다시한번 나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것 같고 또 영향을 받는 것 같아서 이 느낌을 남겨두고 싶었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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