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더성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지아 Feb 10. 2018

[인터뷰] 착한 결혼식을 만드는 ‘대지를 위한 바느질’

더성북 | 남지아

우리 마을의 이웃과 

더불어 만드는 착한 결혼식 

‘마을웨딩’을 만드는 ‘대지를 위한 바느질’


착한 결혼식으로 유명한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하 대바늘)’은 제주에서 결혼한 연예인 부부의 에코웨딩 진행을 맡아 대중에게 알려졌다. 유행으로 스쳐지나갈 이벤트성 착한 결혼식이 아니라 현재도 결혼식에 직면해 있는 환경 ‧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고 대바늘만의 대안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바늘에서 진행하는 ‘에코웨딩’, ‘스몰웨딩’, ‘마을웨딩’이다. 결혼식 본래의 의미를 살리면서 환경문제까지 고려한 성숙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이경재 대표를 성북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나보았다.


・ 사진: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대지를 위한 바느질

・ 글: 남지아




< 사진 ⓒ 대지를 위한바느질 >





※ 에코웨딩(eco wedding)을 외국에서는 그린웨딩(green wedding)이라고 하며 친환경으로 진행되는 결혼식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근래 들어 결혼식 문화의 발전과 변화로 개개인의 의미, 규모, 장소에 따라 셀프 ‧ 작은 ‧ 하우스 ‧ 마을 등의 단어를 붙여 부르고 있다.

 



< 사진 ⓒ 대지를 위한 바느질 / 이경재 (사회적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 대표) >




기업 소개를 부탁한다.

이경재: 대바늘은 친환경적인 재료와 생산 방법을 통해 자연에 해가 되지 않고 보다 유익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친환경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친환경 웨딩드레스를 만드는 일이 대표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그 밖에 친환경 영유아 제품, 유니폼, 기념품(에코백, 리빙제품) 등을 만들고 있다. 




홈페이지를 보니 크게 웨딩서비스, 웨딩드레스, 웨딩디렉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분야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이경재: 웨딩사업은 친환경 결혼식을 기본으로 서울시민청에서 ‘시민청 결혼식’, 여성가족부에서 ‘작은 결혼식’, 성북구에서 ‘마을웨딩’ 등으로 진행하고 있다. 유니폼 사업은 친환경에 초점을 두고 직접 디자인해서 성북구청, 의정부시청, 롯데그룹 CS센터에 납품한 경험이 있다. 또한 결혼 후 자연스럽게 출산육아를 겪게 됨으로 아이들에게도 친환경제품을 사용하게하면 좋을 것 같아 영유아제품, 앞치마 같은 홈웨어 등도 진행하고 있다.





참고

・시민청 결혼식: ‘시민청 결혼식’은 과도한 비용과 겉으로만 거창하게 꾸며 시민의 고통을 초래한 현재의 결혼문화를 개선하고자 작고 뜻깊은 결혼식을 시민청에서 진행하고 있다.

- 시민청 홈페이지 신청 및 확인(seoulcitizenshall.kr)

- 시민청 지하 2층 태평홀(공간이용료 66,000원)/야외(공간이용료 무료)


・작은 결혼식: ‘작은 결혼식’은 기존 형식에 치우친 고비용의 결혼문화에서 허례허식을 줄이고 예식 절차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스스로 준비하여 치르는 혼례를 의미하고 여성가족부에서 돕는다.

- 여성가족부 작은결혼정보센터 홈페이지 신청 및 확인(smallwedding.or.kr)

- 전국 220개소 공공시설 예식장 중 선정(공공시설 예식장 결혼식 비용은 평균 240만원)


・에코웨딩: ‘에코웨딩’은 환경을 해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마을웨딩’은 결혼을 마을중심으로 하며 성북구청에서 공간사용을 지원하면서 이를 원활하게 진행한다.

- 성북구청 홈페이지 신청 및 확인(seongbuk.go.kr)

- 성북구청(공간이용료 무료)




< 사진 ⓒ 대지를 위한 바느질 >




언급한 내용 중 에코웨딩, 스몰웨딩 등이 많이 유행하고 있지만 생소하다. 이중에서 마을웨딩은 정확히 무엇인가.

이경재: 마을웨딩을 처음부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대바늘은 2005년부터 친환경 드레스를 만들기 시작했고, 사회적기업 인증은 2010년 받았다. 그 때는 에코웨딩을 통해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그러던 중 일반 예식장의 암묵적인 계약조건들 때문에 에코웨딩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들, 예산에 비해 너무 많은 하객으로 인한 부담 등 우리나라의 결혼문화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2011년 여성가족부에 작은 결혼식 캠페인을 처음 제안했고, 2012년 서울시에 작은 결혼식을 제안하며 당시 연구단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협력업체로 있다. 활동을 진행하면서 시민청에서 진행한다고 해서 서울 시민들이 모두 신청하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보니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작은 결혼식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그 생각을 실현에 옮긴 것이 마을웨딩이었고, 2013년 더 작은 규모의 마을 웨딩을 기획하며, 성북구에서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성북구에서 마을웨딩을 시작한 계기가 있었나.

이경재: 결혼식은 대부분 강남을 거쳐야 소위 말하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등 결혼식에 필요한 전반적인 것을 묶어 부르는 웨딩업계의 신조어)가 진행된다. 대바늘은 스드메와 같은 절차가 강남을 거치지 않고도 누구나 원하는 결혼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성북구를 기반으로 하는 소상공인들, 경력단절 여성들,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과 대학생들이 협력해서 결혼식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웨딩출장서비스(뷔페 ‧ 헤어 ‧ 메이크업 등)를 부르지 않으며 ‘이상갈비’(성북구 정릉로 395)에서 갈비탕, ‘서도 칼국수’(성북구 동소문로20길 28-8)에서 만두, ‘만발화’(성북구 동소문로20길 32)에서 부케, 그 근처 ‘엘세븐헤어’(성북구 동소문로 119)에서 헤어 서비스 등을 연계함으로써 성북구에 있는 모든 주체들이 함께하는 마을웨딩을 만들 수 있었다.




마을웨딩을 함께하게 된 가게들의 기준이 궁금하다.

이경재: 음식점의 경우 성북구에서 10년 이상 자리를 잡고 영업하는 곳을 최우선으로 선정하였고, 맛도 중요하여 소비자평이 높은 곳으로 선정했다. 미용실의 경우에는 업계 직원들의 평가가 좋은 곳을 추천받았다. 무엇보다 마을웨딩의 취지에 공감하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함께하는데 주력했다. 지난해 진행했던 한 웨딩에서는 삼선교 ‘장수마을’ 할머니들께서 전이나 나물반찬을 만들어주시고, 근처 아파트의 경력단절 여성들이 모자란 잔칫상 일손을 함께 거들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활성화와 주민 일자리 창출까지 기여할 수 있었다.




< 사진 ⓒ 대지를 위한 바느질 >




마을웨딩을 통해서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환경이 좋아졌다니 보람이 컸겠다. 마을웨딩을 하며 어려웠던 점은?

이경재: 작은 결혼식은 장소에 대한 제약이 굉장히 심했다. 예로 호텔의 경우 꼭 해야만 하는 고가의 꽃장식 계약이 존재하고, 예식장과 성당 ‧ 교회 등에선 대부분 당연하게도 정해진 스드메, 뷔페 등 필수 옵션계약들이 있었다. 친환경으로 에코웨딩을 하고 싶어도 촘촘히 서로 엮인 업체들의 벽이 존재했다. 별다른 제약이 없는 관공서나 야외 장소를 대여할 경우에도 음식은 대형 뷔페업체를 불러야했다. 뷔페가 불필요하고 사전 계약한 음식들을 소비하지 않아도 무조건 지불해야하는 등 기존의 결혼식 프로그램들은 너무나 합리적이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필요한 만큼의 자원만 동원할 수 없을까?’, ‘오랫동안 영업하고 있는 지역가게에서 이러한 문제를 같이 해결해 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2013년도에 본격적으로 계획을 했다.




처음 시도한 마을웨딩 에피소드를 들려 줄 수 있나.

이경재: 의뢰인(신랑 ‧ 신부)은 성북구에서 만나 연애를 하고 성북구청에서 작은 결혼식을 했다. 당시 마을웨딩이라는 개념이 잡히지 않은 상태였고 처음이기에 온전한 마을웨딩을 하기위해 장소대여문제로 3개월이나 스케줄을 미뤄야하는 불편함도 겪었지만 부부가 기꺼이 감수해 주셨다. 처음 시도였지만 마을웨딩의 취지와 의미를 위해 예식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함께 준비한 모든 분들이 배려를 해주셨고 무사히 성북구 마을웨딩 제1호 부부의 결혼식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 




결혼식은 누군가의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날이다. 마을웨딩을 진행하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클 것 같다.

이경재: 당연히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크게 문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함께 하기로 한 가게 사장님들이 1~2년 장사하셨던 분들이 아니라 믿고 의지하여 함께할 수 있는 베테랑들이시고 자기 가족 일처럼 진행해 주신다. 꽃과 헤어의 경우 예식이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직접 결혼식장에 출장오시는 정성도 보여주신다. 그런 분들이 큰 힘이 되어 원활하게 예식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 사진 ⓒ 대지를 위한 바느질 >




기존의 웨딩과 마을웨딩을 비교한다면 어떤 특징이 있나.

이경재: 대바늘은 청첩장, 예복, 음식, 장소 등 결혼식에서 진행되는 모든 것들을 친환경으로 진행한다.


①청첩장: 모바일청첩장으로 초대해도 되지만, 부득이하게 종이청첩장이 필요하다면 받으신 분들이 받고 버리지 않도록 사진을 넣어 액자로 사용할 수 있게 디자인한 청첩장을 준비했다. 소량도 제공하고 있으며 재생지나 천연종이에 천연잉크(콩기름)로 인쇄한다.


②웨딩드레스: 소재와 공정에 있어 환경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예복을 디자인하고 제작한다. 소재는 최대한 자연에 해가 되지 않도록 천연섬유(옥수수 전분, 한지, 쐐기풀, 대나무 섬유 등)를 사용하고, 레이스는 100% 친환경이 아닐 경우, 예식이 끝나도 재이용할 수 있게 탈부착식으로 디자인하는 등 모든 과정을 친환경에 초점을 둔다.


③음식: 지역가게들과 연결하거나 지역주민들의 손길로 준비한다. 음식을 담는 그릇도 일회용 접시가 아닌 일반그릇 또는 먹을 수 있는 뻥튀기그릇을 사용한다. 혹 남으면 포장해 갈 수 있도록 준비한다.


④장소: 관공서, 전원주택, 레스토랑 등 의뢰인에게 의미가 있거나 합리적인 가격의 웨딩장소를 우선 선택한다.


⑤꽃장식과 부케: 뿌리가 있는 식물을 사용하여 꽃장식과 부케를 한다. 예식을 마치고 나면 장식용 화분은 하객들에게 답례품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한다. 




대바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이경재: 대바늘의 설립 취지가 ‘디자인으로 인한 환경 피해를 최소화 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로 ‘진행하는 과정도 공정하자’이다. 어느 한 곳으로 이익이 치우치지 않고 밸런스가 맞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올바른 소비를 하게 하자’이다.  




< 사진 ⓒ 대지를 위한 바느질 >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대바늘의 계획은.

이경재: 12월이나 1월에 예비부부나 그들의 부모님, 에코웨딩과 같은 결혼 문화에 관심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웨딩관련 세미나를 하고 싶다. 이전에도 이런 세미나를 한 적이 있는데 주제는 ‘결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으로 였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15커플 정도(30명 미만)의 소규모로 초대해 어디서도 나눌 수 없는 결혼에 대한 고민도 직접 듣고 해결책도 함께 나눠보고 싶다. 의미있는 세미나를 위해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에서 함께 홍보를 맡아준다면 더욱 좋겠다. 





인터뷰를 마치며...

결혼은 한 가정이 탄생하는 중요한 관문이고, 예식은 이를 이루는 중요한 과정이다. 대바늘을 인터뷰하며 결혼식 문화의 현실과 그 과정으로 생기는 사회적 문제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이에 대한 이경재대표의 문제의식과 철학, 바꿔보려는 의지와 더불어 그동안 진행된 마을웨딩의 스토리에 대해서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들려준 하나하나의 사례들은 아이디어만큼이나 신선했고 가슴이 따듯해지는 경험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대표가 에코웨딩에 대한 아이디어를 혼자가 아닌 이웃과 함께 진행하려는 생각을 했고 이를 성공적으로 실천했으며 지역에 안착시킨 것이다. 이 경험이 바로 현재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사회적경제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또한 공유 모델로 적합하지 않을까. 또한 이대표는 인터뷰 중간 중간 이웃과의 협업과 그 경험에 대해 자주 언급하였다. 


웨딩시장은 점점 변화할 것이고 기존보다 개인화되고 합리적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기답고 합리적인 결혼식이라는 트렌드에 맞춰 대바늘의 마을웨딩 플랜을 선택하는 신혼부부 또한 앞으로 많이 늘어날 것이다. 우리 이웃과 더불어 적극적인 사회적 경제활동을 펼치는 대바늘의 노력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 사진 ⓒ 남지아 > 




<대지를 위한 바느질>                 

‧ 홈페이지: sewingforthesoil.com             

‧ 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로23가길 12

‧ 전화: 070-8840-8826

‧ 팩스: 02-743-8840 





이 글은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마을이야기에 소개된 글(2017.11.28)을 옮겼습니다. «더성북»은 내가 사는 마을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브런치를 합니다.



NAMZIA CONNECTING
남지아마켓 namziamarket

블로그 namzia
인스타그램 @namzia
페이스북 namzia
브런치 namzia

매거진의 이전글 [인터뷰] 정릉에 사는 예술인들, 정릉예술인마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