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가을愛
/ 모루
가을을 입으면
내 마음은 붉어지고
가을을 노래하면
내 영혼은 노랗게 물든다
눈 테가 하얀 동박새 두 마리가
쪼르륵 가을을 가지고 달아가면
난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로
무서운 겨울을 맞이할 거다
벌어진 밤송이처럼
난 벌거숭이가 되어 벌벌 떨고
떨궈진 밤알처럼
난 외로워질 거다
손가락 벌린 억새 꽃처럼 피어나
매서운 북풍을 맞이할 거다
겨울은 입을 옷이 없어 슬픈 계절
차라리 가을의 옷을 입자
오감이 예민해지며 차분한 시절에
감각을 무디게 만들며
베짱이처럼 이 계절을 노래하자
고독은 쓰레기통에나 구겨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