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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책

Amor Liber_책을 사랑하는 시간, 공간, 인간

by 홍승완 심재

많은 사람이 여행을 좋아한다.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물어보면 여행은 거의 언제나 상위권에 꼽힌다. 여행이야말로 가장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활동이 아닌가 싶다.


낯선 곳으로의 떠남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지리한 일상을 떠나 새로운 공간과 문화와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바깥으로 나서는 방랑은 여행의 절반에 해당할 뿐 여행의 또 다른 본질은 밖에서 시작해 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데 있다.


일본의 지구물리학자 다케우치 히토시의 말처럼 여행하는 것과 병에 걸리는 데는 공통점이 있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는 점이다. 둘 사이에는 무시할 수 없는 차이도 있다. 병에 걸리면 몸과 건강에 민감해지고 육체적 습관과 물리적 환경을 점검하게 되는 데 비해 여행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현재의 나를 살피며 미래를 그려보게 된다.


여행은 낯선 길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는 구체적 경험이다. 이는 정신에 영향을 미쳐 내면을 확장한다. 역으로 정신이 넓고 깊어진 만큼 여행의 무대 역시 넓어지고 몸으로 겪는 바도 깊어진다. 여행을 거듭하며 몸과 정신은 상호작용하며 심화와 상승을 거듭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나를 알고자 한다면 떠나야 한다.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그 답을 찾고자 하는 자, 익숙한 곳을 벗어나 낯선 길 위에 서야 한다. ‘여행하는 인간(Homo Viator)’이 되어야 한다.


길을 나선 호모 비아토르에게 아주 좋은 동반자가 있다. 바로 책이다. 책은 여행과 아주 잘 어울린다. 비범한 소설가인 동시에 성실한 독서가였던 헤르만 헤세에 따르면 ‘책의 세계’는 인간이 정신으로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것’이다. 헤세는 왜 책이라는 작은 사물을 극찬한 걸까? 그 이유는 그의 시 ‘책’에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이 세상 모든 책들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아

하지만 가만히 알려주지

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는 길


그대에게 필요한 건 모두 거기에 있지

해와 달과 별

그대가 찾던 빛은

그대 자신 속에 깃들어 있으니


960px-Hermann_Hesse_2.jpg?20120801073415 헤르만 헤세 /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여기 또 하나의 시가 있다. 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시인 루미(Rumi)는 ‘여행’이란 시에서 헤세와 비슷한 메시지를 전한다. 한번 직접 읽어보자.


여행은 힘과 사랑을

그대에게 돌려준다. 어디든 갈 곳이 없다면

마음의 길을 따라 걸어가 보라.

그 길은 빛이 쏟아지는 통로처럼

걸음마다 변화하는 세계,

그곳을 여행할 때 그대는 변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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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시와 루미의 시는 묘하게 통한다. 헤세는 책을 읽으며, 루미는 여행하며 우리 각자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그곳에서 소중한 ‘빛’을 발견할 수 있다고 노래한다. 왜냐면 그곳에 우리 각자의 가장 귀한 것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과 여행은 ‘내면으로 가는 길’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여행과 책이 함께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어지는 글에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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