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07
브런치 제목이 30자 제한이 있어 책 제목을 다 쓸 수가 없다. 책 제목은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한국어판 제목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이 이야기를 처음으로 접한 건 브래드 피트가 나온 데이빗 핀처의 영화였다. 그때는 좋아하는 감독에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기 때문이 봤는데 소설 원작인 줄은 몰랐다. 심지어 '위대한 개츠비'를 쓰고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파멸을 향해 가는 로맨티시스트로 나온 피츠제럴드가 작가였다.
마침 단편이기도 해서 영어 공부할 겸 롯데월드타워 서점에서 구매했다. 이미 영화를 봤기에 늙은이로 태어나서 어린아이로 죽는다는 벤자민 버튼의 설정이 어렵지 않게 다가왔지만 영화가 원작에서 설정과 제목만 가져오고 완전히 새롭게 각색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에 사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가 영화의 주요 내용이었다면 소설은 거꾸로 노화하는 한 남자의 흥망성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화도 노화와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힘이 있었지만 소설의 그것은 사뭇 달랐다. 전반적으로 따뜻한 감성이 영화에 흐르고 있었다면 소설에서는 인생에 대한 차가운 비웃음이 서려 있는 느낌이었다. 외적 매력과 신체 능력이 부족하여 다소 의기소침한 젊은 시절을 보낸 벤자민이 시간에 따라 점점 젊어지며 거만해지는 모습이 나오다가 유아기로 접어들며 다시 버림받는 모습이 쓸쓸한 뒷맛을 줬다. 우리 인생이 거칠고 힘든 이유가 노화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