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1일
여행을 다니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다. 가는 와중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 하나라도 있으면 들어가 봐야 하는 성격의 결과다. 내 지도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시간도 길도 둘러둘러 꼬아져 있다.
[친절]
남부로 향하던 중 롬복과 너무나도 어우러지지 않는 엄청난 규모의 현대식 건물이 서 있었다. 이슬람 사원, "Islamic Center NTB"라고 한다. 맨발로 들어가야 하는 사원 앞에는 수백 켤레의 쫄이가 마구 벗어져 있는데, 들어갈 땐 나의 것을 벗지만 나올 땐 남의 것을 신어야만 할 것 같은 형형색색 쫄이의 바다다. 최신식 에스컬레이터는 맨발로 타기 때문에 설치할 때 그대로의 새것이다.
긴 가운을 받아 입고 남자만 들어갈 수 있는 사원 내부로 장진솔과 김지호를 보냈다.
- 남자들이 한참 오지 않는다.
밑에서 언뜻 보이는 기도하는 공간 안을 들여다보며 저 남자들이 이슬람교도 아닌데 뭘 하고 있길래 오지를 않나? 걱정된다. 어디 붙잡혀서 설교를 듣는 건 아닌지, 갑자기 종교에 빠져 버려 같이 기도를 하고 있는 건지..
갑자기 어떤 남자가 우리 친구들의 위치를 안다며 자기를 따라오란다. 어떻게 내 친구가 그들인 줄 아는 거지?
[장진솔, 김지호]
남자들은 카메라 도맡기고 남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모스크 내부로 들어가 있었다. 엄청 넓은 공간의 방에는 카펫이 깔렸고 남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도를 하고 있다. 나갈까 하던 찰나, 어떤 남자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친구, 2층이 더 멋있어, 따라와"라고 하길래 따라갔다. 사실 저렇게 이야기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고 손가락으로 위층을 가르치길래 그런가 싶어서 올라갔다.
2층은 난간으로 둘러 쌓여 있고 기도하는 방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방 끝에는 모스크에서 쿠란을 가르치는 사람과 둘러앉아 공부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누워 자는 사람도 있고, 핸드폰 하는 사람도 있다. 그걸보고 있자니 또 누가 다가와 미소를 짓는다. 말을 걸어도 계속 미소만 짓더니 갑자기 휙 돌더니 어디론가 가서 기도하고 있는 자기 친구를 막 흔들어 깨운다. 알고 보니 영어를 잘하는 친구를 데리러 간 것이었다. 한참 얘기를 나누다, 쿠란을 하나 얻을 수 있을지 여쭤보니 영어 잘하는 친구가 갑자기 휙 돌아서 어디론가 가더니 어떤 친구를 막 불러 데려온다. 그 친구가 쿠란을 가져다주었다. 쿠란을 보고 있자니 주위에서 배회하던 어린 학생들이 한 명, 두 명 다가왔다. 그즈음에 윤명해와 정호연이 올라왔다.
그들은 친절에 인색하지 않다. 이방인이 있으면 호기심이 있을 뿐 배척 혹은 차별이 없다. 영어는 알지만 길을 모르면, 옆집 친구를 불러와 길을 가르쳐 준다. 길을 아는 친구가 영어를 못하면 또 옆집 친구를 불러 설명해준다. 설명이 어렵다 싶으면, 옆 옆 친구가 가게 문을 잠시 닫고 목적지까지 같이 가준다. 그들의 일관된 친절함에 다시 한번 쿠란에 어떤 내용이 있을까 궁금해지는 하루다.
+ 못다 한 이야기
타국에 방문하여 종교 시설에 들어가는 행위는 항상 조심스럽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종교적으로 불허하는 행동을 저지를 수도 있고, 관광지가 아닌 신과 함께하는 건물인 이상 이방인이 들어오는 것을 꺼려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여자가 들어가도 되는지, 신발을 벗어야 하는지,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사진은 찍어도 되는지.
롬복에서 처음 사원으로 들어가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안에 들어가도 되냐고 여쭤보자 어떤 분은 활짝 웃으며 당연하다고 말씀하셨다. 주섬주섬 들어갈 채비를 하자 다른 분이 나오셔서 단호하지만 예의를 갖춘 어투로 너희가 이슬람교가 아닌 이상 이 사원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차근차근 이유를 들어 설명해주셨다. 나중에 가운을 둘러매고 들어갈 수 있었다. 그분의 종교에 대한 믿음과 이방인에 대한 우려를 이해하며 다짜고짜 내치지 않으심에 감사드린다.
슬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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