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몸을 철저히 짓밟았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alnoaPYdlAw
추천 위스키: Kavalan Solist Vinho Barrique
목 뒤에 태양신 수리야 타투가 인상적이었던 그녀는 포카혼타스를 연상케 하는 외모를 지녔다. 긴 흑발은 폭포수처럼 허리까지 흘러내렸고, 그녀의 눈동자는 깊은 밤하늘의 별들을 담고 있었다. 햇살에 그을린 황금빛 피부는 대지의 향기를 품은 듯했다.
"제 전 남자친구는 폴리아모리를 추구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녀는 보이차를 마시며 초점 없는 눈빛으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깊은 상처가 스며있었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그 말은 날 가두는 감옥이 되었죠."
"폴리아모리요?"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랬어요. 처음엔 저도 그게 뭔지 잘 몰랐죠. 그저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다 받아들이기 바빴으니까요."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는 마치 깨진 거울의 조각처럼 날카로웠다.
"영국에서 미술을 공부하던 시절, 제 캔버스는 세상의 복잡한 면면들로 가득 찼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제 작품들이 주목받기 시작했을 때, 그를 만났죠. 같은 예술가였어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엔 그의 자유로운 영혼에 매료됐어요. 하지만 그 자유란 게... 결국 저를 옭아매는 사슬이 되었죠. 그는 폴리아모리를 강요했어요. 다른 남자와의 관계도 허용해 준다면서..."
그녀의 눈에 슬픔이 깃들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저는 모든 걸 받아들였어요. 그게 얼마나 잘못된 선택인지도 모른 채... 제 영혼이 조금씩 무너져가는 동안, 결국 저는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었어요.”
그녀의 이야기는 마치 추상화처럼, 복잡하고 다층적인 감정을 담고 있었다.
"결국 그건 파멸의 길이었어요. 제 정체성도, 예술도, 사랑도... 모든 걸 잃어가고 있었죠.“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이해하려고 했던 것일까? 아니면 그저 복수심이었을까? 헤어지지 않은 상태로 틴더를 시작했고 다자간 연애를 이해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그녀를 점점 더 깊은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는 틴더를 통해 두 달간 하루에 2-3명씩 만나서 섹스를 했다. 이 자기파괴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철저히 학대했다. 결국 그녀의 몸과 마음은 피폐해져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얻게 되었다.
"매일 밤 새로운 얼굴들을 만났어요.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내 영혼을 만지지 못했죠. 나는 살아있는 시체였어요. 숨은 쉬고 있었지만, 내면은 이미 죽어있었죠."
“그래서 결국 남자친구랑 어떻게 됐어요?”
“헤어졌어요. 왜냐하면...”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내 머릿속에 한 장면이 그려졌다. 남자친구가 그녀의 휴지통에서 다른 남자의 정액이 든 콘돔을 발견하는 순간. 그의 얼굴에 스치는 경악과 분노.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문을 박차고 나가는 모습.
그 순간 그의 행동은 그가 그토록 외쳐대던 '자유로운 사랑'과는 너무나 딴판이었다. 자신이 만든 규칙에 자신이 무너지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의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자유'를 핑계로 그녀를 속박하던 남자가, 정작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와 있었다는 사실에 무너지다니. 그의 위선적인 모습에 나는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 남자도 질투와 소유욕에서 자유롭지 못한 거였어. 그저 자신의 욕망을 위해 그녀를 조종했을 뿐이야. 가스라이팅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고,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결국에는 그녀를 파멸의 길로 몰아넣은 거지.'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날 밤, 나는 그녀를 그저 안아주었다. 스스로를 망가뜨리러 절벽 끝으로 달리는 말의 고삐를 잡아주었다. 말없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의 떠는 몸을 감싸 안았다. 그 순간, 나는 말없이 그녀의 상처를 이해했다.
"정말로... 안 해도 괜찮아요? 입으로라도 해줄까요?"
그녀가 조용히 물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내가 답했다.
"........."
"........."
“이제 스스로한테 복수는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고마워요."
그녀가 속삭였다.
"오랜만에 누군가가 나를 그저 '나'로 봐준 것 같아요. 섹스가 아닌, 진정한 인간적 접촉... 이게 얼마나 소중한지 잊고 있었어요."
그녀의 눈에서 새로운 빛이 깜박였다. 그것은 희망의 불씨였다.
"이제 알 것 같아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부터 배워야 해요. 그게 진정한 자유의 시작일 거예요.”
바 주인은 미소를 지었다.
"손님 참 특별한 분이네요. 그 여자 분에게 작은 위로가 되셨을 것 같아요.”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도 아픈 사람일 뿐이에요."
바 주인은 말없이 내 잔에 새로운 위스키를 채워주었다.
"이건 까발란 솔리스트 비노바리끄예요. 대만의 자부심이죠."
그녀의 눈빛이 신비롭게 빛났다.
"이 위스키는 마치 손님의 이야기 같아요. 처음엔 부드럽고 달콤하지만, 끝에 가서는 강렬한 여운을 남기죠.”
나는 잔을 들어 향을 음미했다. 코끝에 스치는 향기는 마치 열대의 밤공기 같았다. 한 모금 마시자 입 안에서 과일과 초콜릿의 맛이 춤을 추었다. 목을 넘기자 긴 여운이 남았다.
그 맛은 그녀와의 밤을 떠올리게 했다. 짧고 강렬했던, 그리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그 시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