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5
벌써 5일째이다. 나는 내 몸을 실험하고 있다. 생각보다 내 몸은 똑똑하다. 어쩌면 내가 내 자신을 믿어주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하게된다. 특별히 많은 음식을 먹지 않아도 자기 정화를 통해서 전체적인 발란스를 잡아주고 있다. 지금까지는 귀찮아서 소홀히 했던 비타민도 챙겨먹고, 산책도 하고, 방도 치우고 하면서, 조금씩 전체적인 삶의 조화도 찾아나가고 있다. 어찌보면 자신을 방치해두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주말이라 가족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도 현재의 디톡스 실험을 이야기하며, 맛있는 간장 게장의 유혹을 견뎌내었다.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기를 바라면서.
오히려 먹는 것에 대한 고민과 준비과정과 식사 시간이 줄어든 덕분에, 내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시간이 늘었다. 마치 흙탕물이 가라앉고 나서야 맑은 물이 드러나듯이 무엇이 뿌옇게 내 몸이 필요로 하는 것과 나의 욕망을 구별하지 못하게 가려두고 있었는지 드러나는 시간인 것 같다. 어쩌면 몸은 괜찮다고 내게 속삭여주었는데, 나는 꾸역꾸역 나의 욕망으로 무언가를 몸에 집어 넣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별 생각없이 즐거움으로 먹기도 했던 시간들을 보면서 과연 그것이 즐거움이 맞았던가 생각해본다. 때로는 스트레스로 때로는 욕심으로 때로는 외로움으로 씹어 삼켜 넣었던 시간들.
몸에 덕지 덕지 붙어 있는 독소들을 흘려보내고, 건강한 나의 몸, 나의 신전에 다시 가장 필요하고 원하는 것들만 보내주리라 생각해본다. 마치 깨끗하게 정돈된 방에는 아무 물건이나 들여놓고 싶지 않은 것처럼, 이 가을에는 필요와 불필요에 대해 생각하며, 조금 더 의식적인 소유와 의식적인 취사선택을 늘려보리라 다짐해본다.
내 몸은 이 실험을 아주 즐겁게 함께해주고 있고 난 이 실험의 결과가 매우 궁금해진다. 오늘 아침 만난 가을 국화가 이뻐서 눈에 담아본다. 나도 이쁘게 다시 꽃피어 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