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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정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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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haPark Oct 05. 2021

다른그림찾기

Day17

난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요즘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고 있다는데, 그렇게 어릴적 몸으로 하는 게임도 좋고, 팩맨이나 1984나 마왕전설이나 오락기로 하는 게임도 좋아했다. 물론 민속놀이인 윷놀이나 제기차기 같은 것도 좋아했지만 말이다. 그 중에서도 예전에 신문에도 실렸던 '숨은그림찾기'나 서로 다른 그림을 보여주고 다른 부분을 찾아내는 '틀린그림찾기'도 좋아한다. 그런데 왜 이 게임을 '틀린그림찾기'라고 하는건지 모르겠다. 난 '다르다'와 '틀리다'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를 볼 때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래서 혼자서 '틀린그림찾기'가 아닌 '다른그림찾기'라고 불렀다. 요즘도 가끔 내가 좋아하는 스누피가 등장하는 이 게임을 하는데 여기에도 여전히 제목은 예전처럼 틀린그림찾기로 되어 있다. 


정화일기를 쓰다가 갑자기 틀린그림찾기 게임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얼마전 디톡스 주스를 마시면서 오랜만에 이 게임을 잠깐 열어서 하다가 새로운 발견을 했기 때문이다. 게임을 지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기는 쾌감 그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성취감을 함께 맛보고자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매번 힘이 들어간다. 이번 판은 내가 기필코 이기리라 제한된 시간내에 빨리 다른 부분들을 찾아내어서 다음판으로 넘어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매번 게임을 시작했다. 물론 게임마다 그림도 달라지고 난이도도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판은 매우 쉽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어떤 판은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트를 써서 (여기서 하트는 목숨값) 계속 횟수를 이어가기도 하고 말이다. 오기가 날 때는 있는 하트를 모조리 날리면서 그 판을 기필코 넘어가겠다는 굳은 의지와 함께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그 판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날도 그랬다. 오기로 이겨보려는 불타는 의지가 샘솟던 그 때, 이제 스스로 약속한 게임 횟수는 끝났고, 아쉬움이 남던 그 때 정화의 여정 덕분이었는지, '아니다, 이쯤했으면 됐다. 그냥 한 판만 더 하고 일어나자. 그냥 다음판은 그림만 보는거야.' 


이렇게 약속을 하고는 게임을 보는데 서로 다른 부분들이 너무나 쉽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오랫동안 어려운 이번 판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잘 보였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 판을 넘고 그 다음 판도 또 그 다음 판도 계속 이겨버려서 집에 가고 싶은데 갈 타이밍을 놓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안 죽고 잘 하는거지? 순간 '그림만 보자'라고 시작할 때 얘기했던 그 부분은 아닐까 떠올려보았다. 이번 판은 꼭 이겨야지 하는 마음이라기 보다는 다음 판은 져도 괜찮지만, 그림이 궁금하니까,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한 번 보자, 이런 생각이었던 것 같다. 뭔가 '유레카'처럼 내 일상에 찾아온 반가운 알아차림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디톡스의 여정이 겹쳐지면서, 이 여정에서도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나 그렇게 힘이 바짝 들어갔던 경우였던 것 같아서, 힘을 살짝 빼고, 편안하게 맛있게 한 끼를 먹더라도 행복하게 그 순간에 임하기로 하니 세상 편안해지는 것이다. 


내 의지는 강하게 하되, 마음과 집착을 내려놓으라는 예전 스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 때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간절함과 오기는 다르다. 힘이 잔뜩 들어가는 것과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것은 다르다. 그러고보면 모든 일들은 힘을 빼고 편안해지는 순간부터 제대로 안착이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수영을 배울 때도 그렇고, 바이올린을 배울때도 그렇다. 몸에 힘을 빼야 물 위에 둥둥 뜨는 것을 느끼고, 바이올린 소리를 내려고 해도 힘을 빼고 편안하게 활 시위를 현 위에서 왔다갔다 해야 소리가 난다. '야호!' 왜 이걸 이제야 이해했지? 그 작은 차이가 어제와는 다른 정화의 여정으로 나아가리라 생각해본다.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길고 오래 잘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시원한 가을 바람과 함께 스치고 지나간다. 움켜쥐던 집착을 내려놓으니 가볍고 또 가볍다. 어제와의 다른그림찾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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