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수익률 -19.21%. 성투가 아니라 망투다.
오랜만에 열어본 펀드는 문재인 정부가 가입을 독려했던 ‘뉴딜펀드’였다. 2025년 3월 6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첨단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50조원 규모의 국민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했을 때 이 펀드가 불현듯 생각났다. 2021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은 디지털과 그린, 사회안전망 등에 투자하는 ‘한국형 뉴딜’이라는 산업진흥책을 내세우며, 이 유망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5개에 1천만원씩 골고루 돈을 넣었다. 당시 청와대를 취재할 때라 대통령이 투자한 펀드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했고, 혹시나 대박이 나지 않을지 기대에 포트폴리오를 따라 10만원씩 투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한국 경제의 미래를 믿는다면 투자를 하셔도 좋다”고 한 말에도 귀가 솔깃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고 잊고 지낸 터라 의도치 않게 4년 장기투자를 한 셈이다. 이름까지 바뀐 펀드 투자 앱을 업데이트하고 간신히 로그인하고 보니 맥이 풀렸다. 최근 1~2년간 국내 기업의 밸류업(주가 상승)이 화두였는데 내 펀드의 수익률은 왜 이 모양인가. 삼성뉴딜코리아펀드 -2.88%, 케이비(KB)코리아뉴웨이브 -26.03%, 신한아름다운SRI그린뉴딜 -28.72%.
국민펀드 이야기가 나온 건 얼마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판 엔비디아 국민주 투자 구상을 밝혔기 때문이다.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가 지난 2일 올린 유튜브 영상을 보면 이 대표는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하나 새로 생겼다. 그중에 국민의 지분이 30%다. 그 30%를 국민 모두가 나누면 굳이 세금에 막 그렇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기업에 투자가 많이 필요한데 국민이 돈을 모아준 뒤 성과가 좋은 곳이 생기면 과실을 나눌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뒤이은 그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국민들의 기본적인 삶이 공동체에 의해서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재정력(돈)이 필요하다”면서 “인공지능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튀어나온 건 아마도 압도적인 성장률 때문이리라. 미국의 반도체 설계 업체인 엔비디아의 매출은 2020년 166억달러에서 2024년 1304억달러로 뛰었고, 영업이익은 58억달러에서 814억달러로 폭증했다. 그래픽처리장치에서 시작해 비트코인과 인공지능 등 엔비디아 제품의 쓰임새가 넓어지고, 다른 회사 제품의 성능을 압도한 결과다. 엔비디아 주가는 10년 전인 2015년 3월에 견줘 200배나 뛰었다.
그런데 그가 꺼낸 이야기엔 한국에 “엔비디아 같은 회사 하나”가 어떻게 생길지에 대한 방안은 없다. ‘잘되면 좋고’라는 것인데, 국민들이 많이 투자한 삼성전자는 10년 전엔 반도체부터 스마트폰까지 다 휩쓸어, 엔비디아보다 더 유망한 기업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다.
한국 주력 산업을 차례로 분석하고 있는 한겨레 전문가리포트를 보면 우리 기업에 대한 걱정이 산더미처럼 나온다. 자동차와 조선 업체들은 연구개발 역량을 모두 수도권으로 집중하면서 생산 현장의 숙련 노동자에게서 나오는 혁신 역량이 붕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지역 제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연구개발과 생산 현장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려면 인공지능 등으로 보완해야 하는데, 한국은 민관 차원에서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명확한 대응 전략이 부재해 혁신을 먼저 이끄는 다른 나라나 기업에 주도권을 내줄 처지다. 여기에 중국은 공급 과잉으로 다른 나라 제조업을 한계로 몰고 있고, 미국은 자기 나라에 공장을 지으라며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
2025년 3월 10일(현지시각) 미국에선 엔비디아 주가가 폭락했다. 어쩌면 11일엔 다시 오를지 모르겠다. 다만 내 펀드 성적표를 보니 이건 명확하다. 장밋빛 환상으로 투자를 권유하는 정치를 따르는 대신, 투자는 전문가인 국민연금에 맡기자. 국민연금의 지난해 성적표는 15%였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8650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