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희에게, 사소한 시작을 건네요
안녕 승희,
요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이가 들수록 삶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낯선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
그게 꼭 나쁘다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안심이 되는 것도 아니에요.
문득문득 ‘이게 맞나?’ 싶은 순간들이 있어요.
그리고 승희가 떠올랐어요.
비슷한 나이,
비슷하게 틀 바깥에서
조용히, 하지만 치열하게 애쓰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
여기 몽골에서의 삶은 생각보다 낯설어요.
이곳을 제가 좋아하게 되는 순간이 올까? 하는 두려운 마음도 살짝 생기고요.
따사로운 햇살과 바람, 그리고 해변을 좋아하는 여름 사람인 저로서는
선호하는 정반대의 환경에 처하게 되었어요.
바다도 없고, 한여름에도 일교차가 커서 경량패딩이 필요한 나라, 몽골.
1년을 살게 될 나라인데 미리미리 알아보지않고,
무턱대고 온 것이 어쩌면 참 저답죠?
여기에 힘듦을 더하는 건,
10시부터 17시까지 일하는 환경이 햇살도, 신선한 공기도 들지 않는 지하라는 점.
그리고 지난 2월 말, 갑자기 마음에 닥친 재난 상황으로부터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예요.
한국에서의 마지막 한 달을 정신없이 보내고
등 떠밀리듯 몽골에 와서는, 어쩌면 여유가 생겼거든요.
그러니 그간 바쁨을 핑계로 구석으로 밀려났던 감정들이
하나씩 틈을 헤집고 나오기 시작했어요.
때로는 그걸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동시에,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질문들이 하나씩 고개를 들어요.
지금 이 삶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내가 기대했던 미래는 왜 이런 모습일까,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결혼을 안하고 싶은 건 아닌데 누굴 어떻게 만나나,
이렇게 살아도 정말 괜찮은 걸까.
그래서 그런지,
짧은 호흡보다는 조금 느리고 긴 호흡으로,
우리의 고민과 염려, 지금 우리의 삶을 스치는 생각들을 담아
편지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승희에게요.
요즘의 생각, 하루의 단상들,
삼십대 중반이라는 이 시간을 어떻게 통과하고 있는지 서로 나누다 보면,
그게 우리 자신을 다독이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우리가 서로에게 보내는 이 편지가
자기 자신에게 쓰는 편지처럼 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묻고 싶어요.
우리가 주고받는 이 조용한 대화를,
이 편지를 공개적으로 나눠보면 어떨까요?
우린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그 생각의 방향이 (늘 그렇진 않지만)
저는 좀 현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고,
승희는 따뜻한 감상과 공감이 깊은 사람이잖아요.
그 다름이 오히려 우리의 시야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함께 이 시간을,
좀 더 편안하게는,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삼십대 중반의 시간을
천천히 기록해보지 않을래요?
작지만 단단하게,
조용하지만 진심을 담아
몽골에서, 그웬이
25.05.06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