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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가장 힘들었던 건 온전히 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이었다. 과거의 난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만, 최소 하루에 1시간 이상은 혼자 사색하는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하게 된 이후론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 몹시도 어려워졌다. '엄마 껌딱지'가 되어버린 아이를 붙잡고 하루 종일 씨름을 하고 나면 체력도 바닥이었지만 마음은 더 고달팠다. 그토록 좋아하던 책 한 페이지 읽을 수 없는 현실이 미웠다. 물론 아이는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나를 위한 시간을 잃는다는 것은 미치도록 슬픈 일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태어난 지 백일이 지나니 변화가 찾아왔다. 좀처럼 깊이 자지 못하던 아이는 어느덧 8시간을 훌쩍 넘겨 10시간까지 깊은 잠에 들기 시작했다. 이른바 '통잠'의 시기가 시작된 것. 이와 동시에 영영 잃은 줄로만 알았던 나만의 시간을 조금씩 되찾게 되었다. 물론 아이 빨래부터 젖병 세척 및 소독 등 각종 집안일이 나만의 시간을 시시때때로 침범하고 있지만 최소 하루에 30분씩은 완전히 비워 스스로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이 시간을 활용해 때로는 책을 읽기도 하고 필사를 하기도 한다.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찰나의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잠시 눈을 감고 아이가 잠든 집안의 고요함을 만끽하기도 한다.
매일 아침 하루 30분, 이 시간이 없었더라면 아마 나는 지금쯤 영혼이 나간 채로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었겠지. 잠시 여유를 즐기며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이 시간이 너무도 소중하다. 지금은 불과 30분 남짓이지만, 머지않아 1시간으로 늘어나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