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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버스에 있는 1시간 30분 동안 벌어지는 일

by 유정세이스트

천안에서 서울까지 출근하는 길. 평균적으로 1시간 30분이 걸린다. 그 시간 동안 버스에서 워킹맘이 해야 할 일은 셀 수 없이 많다. 옆자리 승객처럼 그냥 푹 쉬면 좋겠지만, 이제 13개월 된 아기 엄마는 남들 다 쉬는 버스에서도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가 없다.



우선 버스에 타서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나면 어린이집과 소통하는 앱을 켠다. 아마 대부분의 어린이집에서 '키즈노트'라는 앱을 사용하고 있겠지만,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는 곳은 '한그루'를 사용하고 있다. 아무튼, 한그루 앱을 열고 선생님에게 보낼 알림장을 작성한다. 오늘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콧물이 나는지, 열이 있는지, 하원은 몇시에 할 건지 등 자세한 상황을 적어서 선생님께 전달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유튜브에서 육아 관련 영상을 찾아본다. 일하는 엄마라 혹시 아이의 발달 과정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핀다. 우리 아이는 겁이 많은 편인지 13개월임에도 아직 잘 걷지 못한다. 혼자 서는 건 정말 잘하는데, 한 발짝 홀로 내 딛는 것이 두려운 것 같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가 다 다르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마음은 자꾸 조급해진다. 그런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관련 영상을 찾아보거나 육아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확인한다. 그리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들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다음으로는 쿠팡으로 아이를 위한 식재료를 준비한다. 돌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유아식을 시작한 우리 아이. 다른 엄마들처럼 거창하게 밑반찬까지 해줄 수는 없지만, 따뜻한 국이라도 한 그릇 끓여주고 싶어 정성껏 장을 본다. 그리고 레시피까지 찾아둔다.



이 과정이 끝나고 핸드폰에서 시선을 거두면 어느새 서울 경부터미널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방송이 들려온다. 결국 난 1분도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채 서둘러 안전벨트를 풀고 버스에서 내린다.



온전한 휴식은 없지만, 아이를 위해 투자하는 이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즐겁다. 이렇게라도, 이 시간을 활용해서라도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무언갈 해주고 싶다. 천안에서 서울까지 출퇴근하느라 다른 엄마들처럼은 해줄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라도 노력하고 싶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함께 일상을 보내면서 발견할 수 있는 아이의 순간순간을 놓치고 있는 것만 같아 속상하다. 하루하루 할 줄 아는 게 많아지는 아이를 지켜보면서 대견하고 기쁘다가도 서글프기도 하다. 무얼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면,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법. 내일도 내게 할당된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아이를 위한 정보를 얻고 영양 가득한 식단을 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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