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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un 25. 2017

정우성 “난민, 평범하지 않은 시간을

 견디는 평범한 사람들”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4년째 활동하고 있는 배우 정우성이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이라크 난민촌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그의 난민촌 방문은 2014년 네팔, 2015년 남수단, 2016년 레바논에 이어 5번째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UNHCR 회의실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정 대사는 이라크 난민 캠프를 방문한 소회와 함께 난민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난민은 자의가 아닌 전쟁 등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어려움에 봉착한 이들이다. ‘평범하지 않은 시간을 견디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왜 난민을 도와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난민들의 문제가 사실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먼 나라 난민 문제가 당장 우리와 상관없는 문제라고 외면하거나 방치해 두면 또 다른 문제로 변해서 우리게 돌아오게 된다.”

정우성은 지난 2014년 UNHCR 서포터로 활동을 시작해 2015년 공식 친선대사로 임명됐다. 지난 4년 동안 해외 난민 캠프의 실상을 국내에 알리는데 주력해 왔다. 이달엔 이라크 아르빌의 시리아 난민 캠프를 찾았고, 24일 오전 개막한 제3회 한국난민영화제에 참석해 관객들을 만났다.

정우성에 따르면 이번에 방문한 곳은 쿠르드 자치구의 수도 격인 아르빌이다. 아르빌에는 이라크군이 이슬람 국가(IS)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모술이 있다. 굉장히 위험한 지역으로 알려졌으나 의외로 쉽게 갈 수 있었고 치안 상태도 예상 외로 좋았다. 아르빌에서 차로 45분 거리에 '하산샴(Hasansham)' 난민캠프가 있다.


 

 

이번 이라크 캠프에서 정우성은 쿠바라는 여자아이를 만났다.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가진 이 아이는 폭격으로 얼굴 한쪽에 심각한 화상 흉터를 얻었다. 여자아이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데 또 다른 또래 여자아이가 나와 제스처로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꼈다. 그래서 얼굴에 흉터가 남아 있는 아이를 꼭 안아줬다.

더운 날씨와의 전쟁도 버거웠다. 이번 방문 때는 평균 기온이 47도였으나 한두달 지나면 현지 기온은 57도까지 치솟는다. 가히 살인적인 무더위 속에서 난민들은 여름을 난다. 특히 캠프에는 최저 전력으로 돌아가는 냉방설비를 돌리기 위해 전력난 문제, 고온날씨로 물이 더 필요해지면서 물부족 문제 등이 즐비하다.

숱하게 돌출하는 어려움 속에서 캠프에 거주하는 어린이, 노인 등 노약자들의 상태는 취약하기만 하다.

“사회, 정치적 이유로 한국사회 외부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휴머니즘, 인간의 본질적 마음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덕목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그 안에 난민 문제가 포함돼 있다. 사실 대한민국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하고 있다. 법 조항에 ‘대한민국은 난민을 도와야 된다’고 조항에 명시돼 있다. 난민을 돕는 것은 동정이 아니라 책무다.”


 

 

정우성은 친선대사로 난민캠프를 갔을 때 가장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건넨다. 한국어로 직접 말할 때도 있다. 그 다음 이름을 말하고, 한국에서 왔으며 배우로 먹고 살며 유엔난민기구를 통해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자 이곳에 왔다고 말한다. 이러면 난민들 대부분은 마음을 열어준다.

하지만 난민과 교감하면서 조심스러워지곤 한다. 선행이라는 핑계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이 거침없이 다가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선행이라고 해도 상대에 대한 철저한 배려를 동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난민들을 만날 때 자신이 듣고 싶은 주제를 질문하기보다는 조용히 말을 들어주곤 한다.

1990년대 청춘스타에서 충무로의 정상급 중견배우로 진화한 그가 친선대사를 하면서 삶을 보는 방식이나 시선은 꽤 많이 달라졌다. 그는 “친선대사를 하면서 우리 사회에 대한 관심이 더욱 깊어졌고, 사람들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됐다”며 “또한 평범함의 위대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생각해 보게 됐다”고 강조했다.



사진= 유엔난민기구 제공, KBS뉴스 방송화면 캡처
 
에디터 김준  june@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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